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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집념의 승리-발명으로 성공한 사람들-(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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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83년 10월 18일 한국발명진흥회(現 한국발명진흥회)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우리나라 최초 발명가 성공사례 책‘외길 집념의 승리-발명으로 성공한 사람들-’에 실린 것이다. 이 책에는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명가 35명, 발명기업 6사, 특허관리기업 14사의 사례가 실려있다. (참고로 한국발명진흥회는 올해 창립 50주년이다.)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명가는 누구이고, 발명품은 무엇이었는지 당시 글을 옮겨 싣는다. 서른 한번째 글은 40년 전 당시 기전사 송기 대표(당시 42세)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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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GEE) 로봇의 발명
일제보다 성능 우수해
2평 가게가 연구실
지난 4월 16일부터 20일까지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제2회 국제 컴퓨터-통신기기 및 로봇 전시회가 열렸을 때 전시장 한구석에서 유난히 주목을 끌었던 제품이 있었다.
지이(GEE ROBOT)EK.모델명은 GR 10. 필자가 제작해 출품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모두 일본 회사의 제품을 도입해 전시한 것으로 생각했으나 곧이어 오해였음이 드러났다.
로봇 기술이 전혀 상륙할 기미도 보이지 않던 우리나라에서 로봇에 대한 집념만으로 개발된 국내 최초의 교육용 로봇이 소리 없이 등장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GR 10 로봇을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20여 년간을 국내 유수의 전기기기 메이커에서 설계 및 제조, 품질관리 부문을 담당해온 필자가 평소부터 품어온 꿈은 전기와 전자부문을 융합시킨 파워 일렉트로닉스(Power Electronics) 분야의 기술개발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현대과학기술의 최첨단분야인 로봇이었다.
혼자서 틈틈이 로봇공학에 관한 각종 기술서적에 몰두해 오던 필자가 그 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로봇개발의 뜻을 펴기 위해 모든 것을 정리, 개발자금 조달의 방편으로 5~6평 크기의 조그만 가게를 얻어 변압기 및 용접기 제조업체인 기전사를 설립한 것이 1982년 9월이었다.
원래부터 로봇에는 관심이 없었던 필자는 곧바로 로봇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실이 따로 없었다. 2평 정도의 가게 한구석이 나의 연구실이었으며 작업장이었다.
6축 동시 제어 가능 로봇개발
개발과제는 교육용 소형 로봇이었다. 처음부터 산업로봇을 제작하려 했으나 국내 기업의 실태는 아직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인적-기술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로봇을 이용해 공장의 자동화와 무인화를 이룩함으로써 생산성의 획기적인 증대를 가능케 했다.
로봇 도입으로 발생하는 유휴인력은 다른 분야에 활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로봇 도입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전혀 갖추지 못했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로봇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구조나 작동 원리-운전-프로그래밍 요령 등을 교육함으로써 로봇 기술에 대한 기초적인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임을 판단했다.
교육용 로봇이라 하더라도 규모가 큰 산업로봇을 그대로 축소시킨 것과 모든 점에서 동일하다.
각고의 7개월이 지난 후 금년 3월 말 필자는 결국 1대의 GR 10 로봇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로봇시대가 필자 한 사람의 집념과 노력으로 외국기술에 조금도 의존함이 없이 스스로 개막된 것이다.
첫 제품이었으나 로봇의 성능은 거의 완벽했다. 6축 동시 제어가 가능한 이 로봇은 정립치 정도가 0.5mm로 동작의 정밀도가 매우 높으며 동작 범위가 본체의 경우 2백 30도, 손 부부은 30백 60도의 회전이 가능한 외에도 국내에 도입된 각종 마이크로 컴퓨터에 모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등 선진 외국의 로봇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었다.
특히 GR 10 로봇은 오늘날 로봇 왕국으로 평가되고 있는 일본의 각종 로봇이 대부분 동력전달 부위에 로프를 사용하는 로프형인데 비해 체인을 채택함으로써 동작의 정도와 신뢰성을 개선한 획기적인 것이다.
산업용 로봇도 개발할 터
곧바로 산업용 로봇으로도 으용할 수 있는 이 로봇을 개발하면서 겪은 어려움은 로봇산업을 국내 최초로 개척한다는 긍지로 극복했다.
로봇 제작에 있어서 혁심적인 노하우였던 회로기판과 제어장치의 설계가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더욱이 설계를 완료했으나 필요한 IC부품을 국내에서 구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람을 시켜 일본으로부터 구입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경우든 기업에 있어서 판매가 선도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국산 로봇 1호기를 개발한 후 본격적인 기업화의 준비에 착수하고 있을 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과기처의 지원으로 한국기계연구소와 금성사가 교육용 로봇을 공동 개발해 70대를 공급키로 한 것. 교육용 로봇이니만큼 정부의 판매지원이 없으면 판로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국산 1호기 로봇의 의의가 퇴색해 버리고 개발 의욕이 꺽여 지금도 큰 딜레마에 빠져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지만 로봇은 활용하는 사람의 프로그래밍 능력에 따라 활용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조작기술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시급하다.
좀 더 긴 안목으로 수출시장을 모색하고 있다. 성능에 대한 경쟁에서는 이길 자신이 있다.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산업로봇을 개발해 국내 로봇산업 부분의 선도적인 위치를 지켜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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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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