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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집념의 승리 -발명으로 성공한 사람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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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83년 10월 18일 한국발명진흥회(現 한국발명진흥회)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우리나라 최초 발명가 성공사례 책‘외길 집념의 승리-발명으로 성공한 사람들-’에 실린 것이다. 이 책에는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명가 35명, 발명기업 6사, 특허관리기업 14사의 사례가 실려있다.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명가는 누구이고, 발명품은 무엇이었는지 당시 글을 옮겨 싣는다. 열네 번째 글은 1983년 삼희산업사 이행용 대표(당시 38세)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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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지퍼의 발명
생활 불편에서 아이디어 얻어
한 번에 세줄 모두 작동
한 번의 작동으로 3줄로 된 지퍼를 동시에 열고 닫을 수 있는 3줄를 개발, 가방-청바지-잠바-파카 등 지퍼가 부착된 모든 제품에 이용할 수 있는 이 3줄 지퍼는 2개의 방을 한꺼번에 여닫을 수 있으며 튼튼한 한편 좌우로도 꺾이지 않음으로써 지퍼제조 기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놓은 독특한 발명품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지난 78년 제7회 제네바국제발명전에 이 3줄 지퍼를 출품하여 특별 금상을 수상했다.
발명이란 생활 주변에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입증한 것이다. 발명의 질은 각자의 주괸에 따라 결정되므로 정확한 평가가 어렵지만 생활의 편리란 관점에서 보면 이 3줄 지퍼는 매우 가치있는 발명으로 볼 수 있겠다.
지난 75년의 광복절이었다. 마침 공휴일이라 평소에 좋아하던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동전을 차장에게 내주려고 지갑을 열었다. 그런데 동전 주머니 안에 5백원 짜리 지폐가 여려 겹으로 접혀있는 속에 동전이 뒤섞여 꺼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때 지폐와 동전을 뒤섞이지 않도록 칸을 나누고 동시에 여닫을 수 있는 지퍼를 개발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75년 12월 이 3줄 지퍼의 국내 특허(제5312호)를 취득한 데 이어 지금까지
미국-영국-서독-일본-스위스-캐나다-홍콩 등 7개국의 해외 특허를 얻음으로써 이 3줄 지퍼의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
세계 31개국 주문받아 활기
당초 기존 지퍼생산 메이커에 특허기술을 제공, 이 3줄 지퍼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대부분 가내공업 규모의 지퍼 생산업체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1천 분의 3mm 이내의 정밀도를 유지해야 하는 3줄 지퍼의 제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0년 한국후지카(주) 특허과장직을 사직하고 2명의 기술자와 함께 3줄 지퍼제조 기계 제작에 착수했다. 오차가 1천 분의 3mm 이내인 정밀기계 제작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5백 점이 넘는 기계 부품의 대부분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작업 끝에 지난 6월 마침내 5대의 3줄 지퍼 제작 기계를 완성했다. 그러나 부딪치는 온갖 난관과 역경을 오직 초지일관(初志一貫)의 투철한 정신력으로 극복하고 이 3줄 지퍼 기계 제작에 성공했다.
2년여의 기간과 1억 2천여 만원의 개발비로 이뤄진 3줄 지퍼 제조기계는 바로 정성과 집념의 열매였다.
1일 2천 5백여 개의 지퍼 생산시설을 갖추고 국내외 시장에 제품을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이 3줄 지퍼는 ’81 서울국제발명전에 출품되어 미국-일본-영국-서독-호주-가나 등 세계 15개국의 주문을 받은 것을 비롯 지금까지 31개국으로부터 샘플 및 제품 주문을 받았다.
공동개발 투자가 구해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국내 발명인이 개발한 발명품을 경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 기술이나 상표는 엄청난 외화를 지불하고 도입하면서도 국내 발명은 거의 공짜로 얻으려 하는 자세가 발명의 기업화를 저해하여 발명의 가치를 객관적 입장에서 평가하는 발명-신기술 감정기관이 조속히 설립되어야겠다. 발명진흥은 구호나 겉치레가 아닌 실질적인 조치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본다.
우수한 발명이 기업화를 통해 제품화하지 못한체 사장된다면 발명가 자신은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므로 발명의 유통-알선은 빠를수록 좋다.
나는 광주공고-경희대 국문학과를 거쳐 국제발명메달리스트회 간사로서 메달리스트회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다.
현재 3줄 지퍼가 부착된 가방 12가지를 개발했다. 그러나 가방 모델개발에는 거액의 개발비가 들어가므로 가방을 공동개발할 투자가를 찾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우수하고 실용성이 높아 수출전망이 밝은 발명품에 대해서는 시설 및 운영자금을 신용 지원해주는 금융상의 특혜조치가 발명인의 의욕을 자극, 우수발명품 개발을 촉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3줄 지퍼는 지난 82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 동안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열린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에 출품, 참관객들의 인기를 끌었는데 국제상사를 비롯한 주요 신발류 메이커들이 이 지퍼에 주목, 기술도입 의사를 밝혀옴으로써 현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발명은 발명인에 의해 제품화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불퇴전의 집념을 갖지 않는 한 기업화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발명인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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