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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면의 발명
우선 ‘짜장 면’이 맞는지, ‘자장면’이 맞는 지부터 알아본다.
우리나라 사람들 80% 정도는 예나 지금이나 짜장 면이라 한다. 필자도 예나 지금이나 짜장 면이라 한다.
이 음식이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사람들은 짜장 면이라 했다. 자장면이라 한 것은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면서 자장면을 표준어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글을 쓰면서는 자장면이라 쓰면서도 말로는 짜장 면이라 하여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11년 국립국어원이 짜장 면과 자장면을 모두 공식 표준어로 인정하면서 둘 다 쓸 수 있게 되었다.
한국식 중화요리 짜장 면. 중국에도 있지만 중국과는 확실히 다른 한국식 짜장 면은 우리나라 근대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19세기말 청나라, 즉 지금의 중국에서 조선, 즉 우리나라에 들어와 2005년 탄생 100주년을 맞았고, 2006년 7월에는 문화관광부에 의해 우리나라 100대 문화의 상징으로 선정되면서 한류식품으로 변신하여 다시 중국에 들어갔다.
2005년 인천시는 ‘자장면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를 열었는데, 이는 한국식 짜장 면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으로 알려진 인천의 공화춘(共和春) 건물이 1905년에 지어졌다는 설에 근거한 것이다.
짜장 면은 한국인에겐 가장 친근한 외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까지 학창시절이었던 필자에게는 그 시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었고, 따라서 짜장 면에 그리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짜장 면은 애환은 곧 한국인의 애환이었다 할 수 있다. 가요 ‘짬뽕과 짜장 면’, 영화 ‘북경반점’, 연극 ‘짜장 면 불어요’, 동화 ‘짜장 면’, 시 ‘짜장 면을 먹으며’ 등 음식이 예술의 소재가 된 것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60~70년대 학생들에게 가장 큰 행사는 입학식과 졸업식이었고, 이날 짜장 면 집은 신입생과 졸업생으로 북적였다. 솔직히 필자는 너무 가난하여 그 속에 끼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도 짜장 면을 보면 그때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필자가 시인 정호승 님의 ‘자장면을 먹으며’라는 시를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 자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 / 자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 / 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 / 자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 / 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 / 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 / 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 /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 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세상 /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야겠다) -정호승 님의 시 ‘자장면을 먹으며’-
그렇다면 짜장 면이란 이름은 어디서 유래한 말일까?
짜장 면은 한자로는 작장면(炸醬麵). 여기서 작(炸)은 ‘불에 튀기다’이고, 장(醬)은 ‘된장 등의 발효식품’이고, 면(麵)은 밀가루 국수를 뜻한다. 다시 말해 ‘된장 등을 볶아 국수에 얹어 먹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전부라면 짜장 면은 청나라에서 먼저 발명되었고, 이것이 조선, 즉 우리나라에 들어와 우리나라 식문화에 알맞게 새롭게 발명되었다 할 수 있다.
1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전에 청나라의 어떤 작장 면이 조선, 즉 우리나라에 들어와 어떤 내용의 짜장 면으로 새롭게 발명되었지 부터 알아본다.
청나라의 작장 면은 단맛이 없고 짠 맛이 강하며, 삶아서 식힌 면을 사용하여 마르고 찬 반면 우리나라 짜장 면은 단맛이 나고 윤기가 흐르며, 물이 많고 뜨거운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짜장 면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장이 청나라의 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품이었다. 밑반찬으로 단무지와 양파가 춘장과 함께 제공되는 것도 우리나라 방법이다.
‘중국에는 짜장 면이 없다’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짜장 면은 우리나라 짜장 면과 비슷한 것 같지만 맛과 재료 등이 다르다는 것이다.
자! 그러면 1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에서 짜장 면이 발명된 동기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조선은 청나라에 원군을 요청했고, 이때 상인들도 군인들을 따라 인천에 상륙했고, 그들에 의해 인천에 화교마을이 생겼다. 사람들은 이곳을 청나라 사람들이 산다하여 청관거리라 했고, 그들이 먹는 음식은 청요리라 했다.
1905년 이 청관거리에 ‘산동회관(山東會館)‘이라는 청요리 식당이 생겼고, 이곳에서 ’산동식 자장면‘을 팔았는데, 이 자장면은 ‘장에 국수를 말아먹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1912년 식당 주인 우광희 씨라는 사람이 ‘손문’의 공화국에 영향을 받아 식당 이름을 공화춘으로 변경하였다.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도 있으나 우리나라 짜장 면의 원조는 공화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공화춘이 언제부터 짜장 면을 만들어 팔았는지도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인천시가 2006년 4월 공화춘 건물을 근대문화유산 제246호롤 지정하고, ‘짜장 면 박물관’으로 개관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 짜장 면 원조의 식당으로 인정할 뿐이다.
공화춘의 주인이었던 우광희 씨의 외손녀 왕애주 씨는 ‘짜장 면을 처음 만들어 판 것은 6.25전쟁 이후’라며, ‘먹고 살기 어렵던 그 시절, 양도 많고, 맛도 좋고, 값도 싸고, 빨리 먹을 수 있게 제공하기 위해 지금의 짜장 면을 발명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바로 이때 개발된 짜장 면이 한국식 짜장 면으로 앞서 지적했듯이 곧 장의 발명이었다 할 수 있다.
청나라나 그 이후 중국에는 한국식 제조방법의 춘장이 없다. 밀가루를 발효시켜 발명한 춘장은 한국식 짜장 면에서만 맛 볼 수 있다.
한편 한국식 짜장 면이 빠르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한국식 춘장의 발명과 1950년대 미국이 무상으로 지원해준 대량의 밀가루 덕분이었다.
신속하게 배달해주는 철가방도 한 몫을 했다.
국민음식 짜장 면. 소설가 황석영 님은 ‘누군가 자장면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야 어른이 된다는데, 우리 또래 치고 자장면에 대한 추억이 없는 이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70이 되는 필자도 짜장 면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니 어른이 되기는 예시당초 틀린 것 같다. =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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