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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의 달 특집
한국의 발명과 발명기술
천문도의 제작과 천체 관측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천체의 관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일식과 월식을 주의 깊게 관측했고, 수성 · 금성 · 화성 · 목성 · 토성 등의 다섯 행성의 움직임을 비롯하여, 혜성과 신성 및 유성들에 이르기까지를 세밀히 관측했습니다.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문헌에는 기원 전 54년 4월에 있었던 일식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신라에서는 그때부터 911년 1월까지의 965년 동안에 29회의 일식이 기록되어 있고, 고구려에는 114년 3월부터 559년 12월에 이르는 445년 동안에 11회, 백제는 기원 전 14년 7월부터 592년 7월까지의 606년 동안에 26회의 일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 혜성에 대한 관측 기록도 고구려에서 10회, 백제에서 15회, 신라에서 32회로 모두 57회나 되어 그 당시 세계 어느 나라의 관측 기록보다도 정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고대 한국인은 이런 천체 관측을 바탕으로 천문도를 만들었습니다. 고구려의 여러 고분들에 그려진 별자리의 그림은 우리에게 그들이 가졌던 별자리의 지식이 정확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창경궁에 전시되어 있는 1396년의 천문도가 4~5세기경에 고구려에서 만들었던 천문도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사실은 현대의 천문학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1,464개의 별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별들의 숫자입니다.
고대 한국인의 천문학은 일본 천문학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습니다. 백제에서는 554년에 달력의 권위자인 고덕왕손이 일본에 초빙되어 갔고, 602년에는 관륵이 달력과 천문학 책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갔던 것입니다.
첨성대
삼국시대의 이러한 창조적인 발명과 과학 기술의 발전은 통일신라에서 첨성대와 석굴암, 아름다운 금속 공예와 청동으로 만든 범종들, 그리고 최근에 발견된 다라니경 인쇄 두루마리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주 첨성대는 오늘날 천문대의 전통을 이었으며, 백제 문화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7세기에 일본에 처음 세워진 천문대는 통일신라 사람들의 창조적 예지를 그대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신라인들은 주로 해그림자의 길이를 측정하여 동지점을 결정할 목적으로 세워진 중국의 기둥 모양의 관측탑을, 아름다운 곡선의 한국미를 살린 우아한 모습의 천문 관측대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첨성대는 또 신라 천문 관측의 중심지로서 자오선과 방위의 표준이기도 했습니다.
우아한 곡선미와 세련된 안정감을 갖도록 쌓아올린 신라의 첨성대는, 왕조의 권위를 상징하는 궁정 천문대로서 의식적 의미에서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사국사기』에 나타나 있는 신라 천체 관측의 정확성과 활발한 관측 활동은 모두가 첨성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결과였을 것입니다.
석 굴 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신라인들은 석굴암이라는 또 하나의 걸작을 남겼습니다. 그 기묘한 구조와 황홀한 조각, 기하학적인 축조 기술은 현대의 기술로도 이루기 어려운 것이라고 합니다.
기술사적인 면에서 볼 때 기하학적으로 조립된 석굴암의 축조 기술은 예로부터 있어 온 한민족의 불교사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중국의 석굴 사원을 본떠서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중국의 그것이 자연적인 암벽으로 이루어진 대 비해 우리의 석굴암은 원형과 구면, 3각형, 6각형, 8각형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구성법을 자유로이 조화시킨 인조석굴이라는 데 그 놀라움이 있습니다. 아름답고 튼튼하게 설계된 돔은 우리 고대인의 토목 건축기술이 총망라된 것이기도 합니다.
석굴암의 구성은 반지름을 12자로 하는 원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하루를 12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1년은 365일이지요. 여기에 착안하여 석굴의 반지름은 하루의 길이로 하고 석굴의 평면원은 1년의 길이로 했답니다. 이처럼 석굴암의 모든 구성은 해의 길이와 정각의 도형을 이용한 것입니다.
석굴의 입체구성도 12자를 기본으로 해서 짜여져 있습니다. 바닥에서 관음상을 비롯한 여러 벽의 입상까지의 높이는 똑같이 12자이고, 석굴 평면원의 반지름으로 만든 정방형의 대각선의 길이를 원주 위에 수직으로 취하며, 그 높이에서 평면원의 중심을 기점으로 하여 반구를 그리면 돔의 구성 형태가 결정됩니다.
또한 석굴암을 만든 화강석이 토함산이나 그 근처에서 나는 화강석재가 아닌 것으로 미루어 보아, 신라의 석공과 기술자들은 석굴암을 축조하기 위해 멀리서부터 석재를 실어 날랐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고 려 청 자
1918년에는 왕건이 이 땅에 고려를 건국했습니다.
고려의 기술은 말할 것도 없이 신라의 기술과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한 것이지만, 중국 송나라의 영향과 자극도 컸습니다.
그것은 특히 고려 귀족들이 송나라를 문화적 선진국으로 숭상하고 송의 문화를 받아들이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려청자도 고려 귀족의 향락 생활을 위해서 이루어진 대표적인 기술의 소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송나라 자기의 영향을 받아서 발달한 것이지만 그 기술은 송나라 자기의 제조 기술을 훨씬 앞섰습니다. 고려청자는 아름다운 빛깔과 형태를 가졌으며 상감법을 사용한 문양과 독특함을 겸하여 당시에 자기 문화가 발달해 있던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졌습니다. 특히 고려인들이 자기에 상감법을 쓴 것은 자기 제조 기술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새로운 발명이었습니다.
서양보다 앞선 금속활자의 발명
고려 때에 있었던 또 다른 커다란 기술적 진보는 금속활자의 발명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목판 인쇄에서 목활자에 의한 활판으로 발전시킨 것은 11세기의 중국인이었지만, 그 목활자를 도입 응용하여, 보다 견고하고 완전한 인쇄를 가능하게 한 금속활자로 발전시킨 것은 바로 고려인이었습니다.
고려 때에 발명된 금속활자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것은 중국인의 목활자가 시작된 지 1~2백 년 뒤, 즉 12세기 말에서 13세기 초에 이르는 때였습니다. 초기의 고려 귀족들은 금속활자에 의한 인쇄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초기의 기술이었으므로 그것은 목판본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조잡했던 것입니다.
또한 인쇄 능률도 좋지 않았으며 아름다운 송나라 판본이나 원나라 판본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12~13세기에 고려에서 발명된 금속활자는 그 뒤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기술면에서는 활자의 거품집을 발명했다는 중요한 공헌을 한 것입니다.
계미 청동 활자
이러한 창조적인 발명과 과학 기술의 발전은 조선왕조 시대에도 여러 분야에 걸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왕조 초기에 있었던 자주적인 문화 창조의 움직임은 발명과 과학 기술 발전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조선왕조 초기에 있었던 가장 큰 업적은 무엇보다도 1403년(태종 3년)에 있었던 청동활자의 재발명이었을 것입니다.
계미자라고 불리는 이 청동활자를 고려 때의 목활자들보다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인쇄할 때 소요되는 경비와 노력도 목판으로 인쇄할 때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종은 대신들의 반대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금속활자의 주조 사업을 강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태종의 신념은 세종에 의해 훌륭하게 계승됨으로써 활판 인쇄 기술의 완성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리하여 목판이나 목활자에 머무르고 있던 인쇄술이 조선왕조에 와서 청동으로 발전했던 것입니다.
이는 인쇄술에 의한 문화적 변혁이라고 할만한 일이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측우기 발명
1441년(세종 23년) 가을에는 인류 최초의 우량계인 측우기가 발명 제작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땅에 스며드는 빗물의 깊이를 재어 강우량을 측정했으나 이 불완전한 방법을 기기에 의한 수량적 측정법으로 개량함으로써, 발명과 과학의 한 분야인 농업기상학을 성립시킨 것입니다.
이 측우기는 1442년 다음해인 봄에 길이 약 40센티미터, 지름 약 15센티미터의 원통으로 규격화되어 주척(길이20.7~21센티미터)이라는 자로 강우량을 측정케 함으로써 완성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중앙에서는 서운관이라 불리는 중앙 천문기상국에서, 지방에서는 각 도와 군 · 현의 관청에서 강우 상황을 관측하여 기록하게 했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때의 날짜와 시간을 기록하게 하고 각 도 감사가 집계하여 중앙에 보고하는 전국적인 규모의 것이었습니다.
서운관의 발명가와 과학자 관리들은 측정된 강우량을 통계적으로 집계하는 작업을 400년 이상이나 계속하여 세계에서 가장 긴 관측기록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또한 측우기 말고도 수표라는 것이 있어 강우량 측정에 사용되기도 했답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것은 서울 중심의 청계천과 한강에 설치되었었다고 합니다.
인쇄술의 발전
1402년에 만들어진 계미자에 의한 활판 인쇄는 인쇄기술상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한 인쇄 기술상의 문제는 1421년(세종3년) 이천과 남급에 의해 개량되었으며, 새 청동활자인 경자자가 주조됨으로써 거의 해결되었습니다. 인쇄는 선명해지고 능률은 5배 이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활자의 주조 기술은 그 뒤 1434년에 있었던 갑인자의 주조로 더욱 눈부신 발전을 했습니다. 이천과 6명의 기술 감독관들은 크고 작은 두 종류의 청동활자 20만 개를 만들어 냈는데 그것들은 매우 정교하여 인쇄 능률은 다시 2배로 향상되었고, 인쇄본은 송의 것보다 훨씬 선명하고 우아했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책들이 이 새 활자로 인쇄되었습니다.
경자자와 갑인자의 주조와 그에 따른 인쇄기의 개량으로 조선식 청동활자의 주조 기술과 인쇄 기술은 일단 완성되었던 것입니다.
세종실록지리지
1422년 맹사성 · 윤회 등은 7년 동안의 조사 연구 끝에 『신찬팔도지리지』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 지리지는 조선왕조가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모든 자료와 지방 관민에 의한 실제 조사를 근거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금 남아 있는 『경상도지리지』는 이 책을 근거로 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신찬팔도지리지는 그 뒤 보다 완전히 정비되어 『세종실록지리지』 8권 8책으로 발전했습니다. 이것은 15세기 전반기의 인문지리책으로는 가장 훌륭한 체계와 규모를 갖춘 것입니다.
또 1426년(세종 18년)부터 정척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실측 지도의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도로 등의 실제 거리를 재고, 높은 산 위로 올라가서 땅의 생김새를 직접 관찰해가며 지도를 작성했습니다.
일본 나이가쿠 문고에 있는 한 조선지도는 이때 만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지금의 실측지도와 매우 흡사하다고 합니다.
1402년의 세계지도
이에 앞서 1402년에 조선에서는 매우 정확한 세계지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이 「혼일강리 역대 국도지도」입니다.
중국에는 그 무렵에 이보다 앞서 만들어진 두 개의 세계지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지도들은 서방과 요동반도의 동쪽 부분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 엄밀히 세계지도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다시 고치고 거기에 조선과 일본을 그려 넣은 보다 완벽한 세계지도가 1402년(태종 2년) 5월에 조선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가로 120센티미터, 세로 150센티미터 크기의 이 세계지도에 그려진 서방 여러 나라는 특히 우리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100여 개의 유럽 지명과 약 35개의 아프리카 지명이 포함되어 있고, 사하라 사막과 고비 사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는 유명한 등대가 있는 항구로 표시되어 있으며, 지중해도 잘 그려져 있습니다. 이 지도는 서유럽,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의 형상이 비교적 자세히 그려져 있어 그 전의 전통적인 중국식 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선왕조 초기의 학자들이 서유럽과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으며, 그것은 그 당시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해서 알고 있던 것보다 훌륭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때까지 만들어진 세계지도 중에서 가장 정확한 것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향약집성방과 의방유취
1433년 유효통과 조중례는 조선에서 생산되는 약재에 의한 의약 처방 등을 집대성한 『향약집성방』 85권을 저술하여, 조선왕조 의학의 학문적 체계를 세웠습니다. 이로써 중국 의약학의 영향과 전통 아래 있던 우리나라 의약학은 독자적인 연구 무대를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향약집성방』의 완성으로 학문적 체계가 세워진 조선의약은 1442년경부터 시작된 『의방유취』의 편찬으로 그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1445년에 완성된 365권의 이 방대한 의학 백과사전은 14명의 의학자와 의사 및 학자들이 공동으로 이룩한 동양의학의 결정본이었습니다.
『의방유취』는 15세기 전반기의 세계 의학사상 가장 뚜렷한 업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것은 그 후 16세기 허준의 『동의보감』과 함께 조선 의학 발전의 줄기가 되었습니다.
농사직설
1429년 정초와 변효문은 그 당시 조선에서 실제로 행해지고 있던 실험적이고도 경험적인 농경 기술을 집약하여 『농사직설』을 편찬했습니다.
이로써 조선 초기 농작물의 종류는 다양하게 발전하였고, 집약적인 경작이 실현단계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벼농사의 기술과 작물 재배기술이 눈부시게 향상되었던 것입니다.
또 『농사직설』은 그 뒤 조선왕조 농학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쳐, 조선 농서의 주축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한국 과학의 특징
한국의 발명과 과학은 어떻게 보면 중국 과학과 서유럽 과학을 수용하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 하겠습니다. 그래서 한국 과학의 역사는 실질적으로 중국 과학의 한 갈래였고 그 변형이기도 했습니다. 한국 과학은 그만큼 옛날부터 중국 과학의 강력한 영향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발명과 과학은 위에서 우리가 본 바와 같이, 중국 과학기술의 단순한 변형만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인들은 그것을 언제나 한국적인 것으로 바꾸고 개량하려는 노력을 했으며,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는 한국 과학사에 여러 가지 주목할만한 업적들을 남겨놓게 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발명과 과학 특히 조선왕조 시대의 발명과 과학은 중인의 학문과 장인들의 기술적 전통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은 경험과 숙련에 의해 손에서 손으로 넘어가고, 시대에서 시대로 발전하고 이어졌던 것입니다.
한국인은 이론적인 연구와 원리적인 발명과 과학보다도 경험적 연구와 실제적인 기술의 추구에 치중했습니다. 기술자들이 하급관리나 장인으로 천시되었고, 정신적 자유와 물질적 여유를 누릴 수 없었던 사회였으므로, 그들의 기술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공학자들과 장인들의 이러한 기술은, 17~18세기에 이르러 실학자들이 그것을 학문의 대상으로 삼게 되면서부터 겨우 과학으로서의 학문적 위치에 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조선 숙종대에서 영조 · 정조대에 이르는 동안의 우리 과학의 부흥은 거기서 비롯되었습니다. 실학자들은 서학 · 북학을 통하여 근대적 과학기술을 전해 왔습니다.
실학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사람은 이수광입니다. 그 뒤를 이어 유형원, 이익, 안정복, 정약용 등이 나와 조선의 과학과 사상을 이끌어 갔으며 서양 학문을 받아들여 과학적 사고방식에 의한 학문을 추천했습니다.
또 지리학에서는 이중환의 『택리지』를 비롯한 신경준의 여러 저서들, 정상기의 『동국지도』 등이 나타났으며 약 100년 뒤에는 김정호에 의해 『대동여지도』가 편찬되었습니다.
그것은 22첩으로 이루어진 축척 162,000분의 1의 조선왕조 최대 최고의 과학적 실측 지도입니다.
조선 후기의 발명과학기술사를 장식하는 인물들 중에는 또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과, 나라의 도움 없이 농수각이라는 천문대를 지은 홍대용이 있습니다.
서유럽 과학기술을 한국에 수용해 조선 후기 천문학에 기여한 최한기도 뺄 수 없는 인물입니다.
실학자들 중의 또다른 계열로 박물학의 체계화와 그의 발전에 기여한 학자들이 있습니다. 『산림경제』를 저술한 홍만선이 있었고, 흑산도 근해의 어류 생태를 정리해 『자선어보』를 쓴 정약전, 그리고 『임원경제십육지』를 저술한 서유구 등이 있습니다.
끝으로 의학에 있어서의 이제마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이른바 사상의학설을 주장하여, 그 학설과 기술에 있어서 조선 후기 의학의 독자적 경지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실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오랜 기술적 전통과 유산이 모두 정리될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완전히 망각된 경험적 지식과 전해지지 못한 기술을 찾아낼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현재 문헌을 통해서 알고 있는 조상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현대인의 지식은, 실제의 그것보다 훨씬 적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입니다.
한국인은 또 중국인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 현상을 분류하고 과학 기계를 발전시켜 정확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에 치중했습니다. 천문학과 기상학의 발전 그리고 박물학의 집대성은 그러한 한국인이 이룩한 업적이었습니다. 그것은 16세기까지 서유럽인이 이룩한 것보다 오히려 정확하고 앞서 있었던 것입니다.
(글 출처 : 왕연중 엮음 ‘발명박사’-글수레-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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