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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유공자 지식경제인=1990~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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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9년 5월 29일 (사)한국발명기업총연합회와 발명이야기(이해남 발명이야기 발행-편집인)가 공동기획하고, 한국발명진흥회-대한변리사회-(사)한국청소년발명영재단-우주영재과학이 협찬하여 발명이야기가 발행한 ‘발명유공자 지식경영인(1990~2008년)’에 실린 글이다.
이 책을 발행 편집한 이해남 발명이야기 대표는 당시 중견 발명가이자 한국발명진흥회 홍보이사로서 우리나라 각종 발명진흥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크게 기여했다.
이 책에 수기가 실린 주인공들은 금탑-은탑-동탑산업훈장, 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포창, 장관 표창, 특허청장 표창 등을 수상한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명기업인이다.
우선 고인이 되신 분의 글을 옮겨 싣는다. 첫 번째는 ㈜삼화ENG 김인석 회장의 글이다. 참고로 김인석 회장은 현재 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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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했던 현장근무에서 오른손을 잃고 나머지 한 손으로 전기장비의 혁신을 일구어낸 의지의 발명기업인
풍부한 현장 경험
197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전기업체는 기술수준이 크게 낙후되어 있었다.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 누전으로 치부하는 것이 관례였던 정도였다.
전기를 전공한 기술자로서 이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이에 내 명예를 걸고 과전류나 누전으로 인한 재해를 완벽히 방지할 수 있는 보호계전기 개발에 인생을 투자한 지도 어언 40여 년이 흘렀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의 업체들이 ‘열동식 과전류 계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 열동식 과전류 계전기는 전자식에 비해 전력 소모가 많고, 모터와 조작 판넬이 분리된 경우 외기온도의 영향으로 40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사용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변동하는 부하특성에 따른 과부하 설정도 매우 어렵다. 또 열 축적에 비해 오동작 빈도가 높아 보호 기능이 미비하고, 소손사고가 빈번하여 양산 시 제품의 적정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전수검사가 어려워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 많은 단점을 안고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여러 가지 손실을 막아보고자 지난 81년 개발한 것이 바로 ‘전자식 과전류 계전기’이다.
나는 이미 1978년에 ‘산업용 저항기’를 개발한 바 있고 그 이전에도 신제품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나의 발명은 스스로 자원한 현장경험이 큰 원동력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 보겠다는 집념으로, 일찍 자고 새벽 3시에 기상해 출근 전까지 하루 중 가장 맑은 정신으로 꾸준히 연구하는 것이 나의 발명방법이다. 또 항상 생각하고 관찰하여 실행에 옮기고, 실행은 반드시 확인하고, 이것을 반복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발명은 실용화되고 제품으로 개발되어 인류에 기여할 때 비로소 성공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실용화가 불가능한 발명은 죽은 발명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발명 아이디어가 생겨도 실험결과 실용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출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명 자체가 곧 상품화, 기업화로 연결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훌륭한 발명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힘이란 건강과 돈(연구개발비)과 집념으로, 이것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장근무를 자원
나는 1935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났다. 생후 1개월 만에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익산의 개간지로 이사했다고 한다. 나는 본래 판검사의 길을 꿈꿨다. 그러나 형편상 그 길은 힘들었다. 결국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북대학교 공과대 전기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미련이 남아 있어서 2학년 때까지도 고시 공부에 매달렸다.
그런데 3학년을 휴학하고 학보병으로 1년 반 만에 군대를 다녀오자 상황이 바뀌어 있었다. 집안은 기울 대로 기울어 있었고 온 가족은 여섯 칸 겹집을 나와 토담집으로 이사가 있었다. 결국 나는 전공에 열중해 전기과를 특대생으로 졸업하고 석탄공사에 취직했다. 석탄공사가 강원도 영월에 저질탄 발전소를 세우기로 한 사실에 끌렸던 것이다.
석 달 동안의 기초 훈련을 마치고 강원도 함백광업소에 배치됐다. 그러나 영 성에 차지 않았지만 배울 건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대학 졸업자들은 사무실 근무를 원했지만 나는 현장근무를 자원했다. 충전 배전선로, 모터 설비, 유지보수 등을 6개월 만에 마스터했다. 나의 자신감은 높아갔고 회사도 이를 인정했다.
입사한 지 2년도 안 돼 도계광업소 전기계장으로 승진했다. 취약지구였던 도계였던 만큼 관내에서는 모터가 불타는 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모터를 포함한 수많은 전기설비를 유지보수하는 데 4년을 보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나의 피와 살이 되고 있다. 나는 1급 기술자가 되었다.
한 손을 잃고도
그 무렵 월남전의 미군 후방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던 미국 태평양건설주식회사가 월남파견 기술자를 모집했다. 돈이 벌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강한 유혹이 있었다. 바로 세계의 최첨단 기술을 바로 옆에서 보고 싶다는 목표였다. 예로부터 전쟁이란 그 당시의 가장 발달한 기술이 선보이는 무대다.
독자였고, 결혼해서 이미 처자식까지 있었지만 나는 과감히 1968년 월남행 비행기를 탔다. 이곳저곳의 미군 부대에서 발전기 고장 등의 긴급연락이 쇄도했다. 발전기가 멈추면 냉장고가 작동을 안 했고, 그러면 부대가 먹을 고기가 썩어버려서 곤란했던 것이다.
그간의 현장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많은 고장을 금세 처리할 수 있었다. 차츰 내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도처의 부대에서 비행기를 몰고 와 나를 불러가곤 했다. 당시 안 타본 비행기가 없을 정도였다. 나는 가장 인정받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행복에는 불행의 촉수가 숨어있는가. 어느 날 발전기를 고치다가 엔진의 속도를 조정하는 조속기를 만지던 오른손이 그만 냉각팬에 말려들고 말았다.
“아악!”
나는 비명을 질렀고 피가 사방에 튀었다. 그야말로 일순간이었다. 손가락 세 개가 날아갔다. 급히 병원으로 옮기자 미국인 의사가 말했다.
“의수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손목을 잘라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당장 아픈데 뭘 어찌하겠는가.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마취에서 깨어나자 손 하나가 없어졌다.
당시가 35살이었다. 인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희망이 없어 보였다. 새끼손가락이라도 살려둘 걸 하며 후회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일이었다. 내가 바보였다. 귀국 후를 위해 5천 달러나 들여 전자시험장비들을 사고 첨단기술의 현장을 담은 비디오카메라도 사 두었는데 다 소용없어 보였다.
퇴원하자마자 모두 팔았지만 귀국할 용기가 안 났다. 부모와 처자식을 볼 엄두가 안 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마음이 정리되어갔다.
“미국에 가서 연구 생활이라도 하다 오시지요.”
당시 태평양건설에서 내게 제안해오기도 했다. 평생을 보장한다는 약속까지 함께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를 마다하고 2년 3개월 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비록 손 하나는 잃었어도 기술에는 자신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귀국길에 홍콩과 대만, 도쿄를 들렀다. 마침 1970년 엑스포가 열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세계를 보았다. 세계의 온갖 첨단기술들이 다 그곳에 있었다.
나의 회사를 갖자
귀국 직후에는 잠시 칩거하며 마작에도 손을 대보는 등의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나는 아남산업에 취직해 전기기술자로 6년을 더 보냈다. 그러나 대기업은 자금력은 풍부해도 신기술 개발에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발명이란 커다란 모혐이며 투자다. 그러나 대기업은 결재과정이 복잡하고 무엇보다 합리성을 따진다.
결국 나는 1977년 월급쟁이를 청산하고 저항기 제작회사를 세웠다. 나는 기술담당이었다. 1978년 산업용 저항기를 발명했고 회사는 성공했다. 그러나 동업이 그리 쉽지많은 않았다. 조금씩 갈등이 생겼고 결국 우리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그 직후 드디어 나만의 전기 전자회사를 열게 됐다. 그때가 바로 1980년이다.
서울 성수동에 작은 공장 하나, 자본금 1억 3천만 원, 인원은 나와 운전사, 기술자, 여직원, 이렇게 4명.
드디어 나만의 연구개발 과제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바로 이전부터 고민하던 것이었다. 왜 모터가 불타는가? 연구 끝에 TH라고 불리는 열동식 과전류 계전기가 원인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자본금 1억 3천만 원을 모두 써버려도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았다. 겨우 3천만 원 융자받아 그럭저럭 연명하면서도 끝까지 연구를 계속했다.
새벽 3시면 일어나 왼손에 연필을 들고 몽뚱한 오른팔로 잣대를 누르며 끊임없이 설계도면을 그려갔다. 어설펐다. 내 설계도면을 본 특허청 심사관이 “도면이 왜 이리 지저분해요?”라며 탓할 정도였다.
결국 내가 개발한 전자식 과전류 계전기(EOCR)은 그렇게 태어났다.
미비점을 계속 보완해 가면서 지난 1985년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에 출품했고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상을 받았다.
나는 발명왕이 됐다. EOCR은 1989년 제네바국제신기술발명전시회에서 전기 전자 부문 은상, 1992년 파리국제발명 르피느 대회에서 금상을 탔다. 나는 지구를 세 바퀴 돌며 전 세계에서 EOCR을 인정받는 쾌거를 일구어냈다.
내 발명품이긴 하지만, 나는 감히 전기 사용 이후 EOCR이 인류의 가장 혁신적 발명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다. 모터가 불타는 사고를 줄여 산업손실을 최소화하고 전력 소모도 10분의 1로 줄었기 때분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 발명 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다.
아크(전기불꽃) 없는 개폐기 발명 역시 내 발명사에 기록될 만한 작품으로 1989년 전국우수발명품전시회 최고상, 1990년 피츠버그 국제발명품전시회 은상을 받았다.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산업포상을 받았다.
이어서 1994년 5월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동탑산업훈장을 받았고, 1999년 5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로써 나는 4명의 대통령에게 연속으로 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그런 점에서 내 발명품에 대한 나의 자부심은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개발한 과부하계전기를 통해 국가 산업손실이 줄고 산업 여건이 개선된다는 자신감이다. 중전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는 프랑스 출신의 다국적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에서 특허권과 관련한 거래를 해 올 정도이니 말이다.
결국 좋은 발명이 실용화되고 기업화가 된다면 국가기간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되고 산업손실을 줄임과 동시에 능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회사 역시 점점 성장했고 지금은 직원만 180여 명에 달하고 매출액은 120역에 달한다.
아울러 나의 아들(김영준) 역시 발명가의 길을 걸어 기쁘게 생각한다.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내 아들은 아날로그에 멈춰있던 나의 발명품들을 디지털화시켜 더욱 발전시켜가고 있다.
‘단상 유도전동기 기동용 디지털 계전기’라는 이름의 특허가 바로 내 아들의 발명이다.
결국 우리 부자의 목표는 하나가 됐다는 사실이 그리 기쁜 것이다. 나는 세계가 해결 못하는 전기적인 부분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을 직접 해결하는 해결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 오던 터이다.
전 국민이 발명에 나서야
나는 평범한 직장인의 한 사람으로서 주로 현장근무를 지원해 현업에 종사하던 중 나는 국내 전력수요의 약 70%가 산업 부분, 그중에서도 전동기 구동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속에서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전동기가 전류를 제어하지 못해 소손 현상을 겪고 있었다. 전체 국가산업에서 바라볼 때 그 손실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그런 상황에 체념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계속 고민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지난 1982년, 당시 사용하던 기계적인 보호 방식에서 일취월장한 전자식을 채택해 발명대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발명가는 평소의 일상생활을 통해 마주치는 불합리한 사안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를 문제삼아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세계 굴지의 대회사인 일본 National 에서는 직원마다 하루 수건 이상의 제안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항상 생각하는 것을 생활화하도록 한 정신무장이 오늘의 대재벌을 이룩하게 했고, 이 회사의 제품은 어느 것이든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나 역시 아직도 발명과 개발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는 평생의 과업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의 새로운 발명품 ‘단상태핑기’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단상 태핑기
흙 속의 진주라는 말이 있다. 남이 발견하지 못한 것을 내가 먼저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표현하는 말이 될 수 있다. 삼화이엔지가 넓은 혜안으로 개발해 새로워진 단상 태핑기는 흙 속의 진주라 할 만하다.
태핑기의 핵심은 뭐니 뭐니해도 모터다. 단상 태핑기의 모터는 0.4킬로 와트 소비전력의 단상 모터를 사용하고 정역회로방식을 적용한 실용화에 성공해 순간 정역이 가능하다는 탁월한 장점이 있다. 아울러 3상 모터만큼 강력한 힘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10시간 이상 연속 2초 주기로 사용해도 최대허용온도를 안 넘는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작업 시에 안정성을 강조해 핸들 돌림만으로도 순간 정역이 가능하다. 작업 중 탭이 몰리면 기존 태핑기는 역회전이 일어나면서 탭이 부러지거나 제품이 손상되곤 했는데 단상 태핑기는 핸들 놓음만으로 역회전이 일어나 탭과 제품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깊이 조절은 다이얼로만 편하게 가능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손쉽게 만질 수 있다. 최대 13mm까지 탭 가공이 가능한 이 단상 태핑기는 스위치로 탭 전환이 가능해 소리가 적고 진동이 적을 뿐만 아니라 정역회로 부분을 몰딩처리했기에 습기와 충격에 강하다.
220V콘센트를 적용해 어디서나 사용가능하고 수출용으로 110V도 가능하다. 400V의 소비전력으로 전기세 부담이 확 줄었다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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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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