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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집념의 승리-발명으로 성공한 사람들-(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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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983년 10월 18일 한국발명진흥회(現 한국발명진흥회)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우리나라 최초 발명가 성공사례 책‘외길 집념의 승리-발명으로 성공한 사람들-’에 실린 것이다. 이 책에는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명가 35명, 발명기업 6사, 특허관리기업 14사의 사례가 실려있다. (참고로 한국발명진흥회는 올해 창립 50주년이다.)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발명가는 누구이고, 발명품은 무엇이었는지 당시 글을 옮겨 싣는다. 서른 두 번째 글은 40년 전 당시 ㈜삼보컴퓨터 김종길 대표이사(당시 38세)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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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 젬-30 및 프린터의 발명
국내 최초 컴퓨터 수출
3년 만에 매출 25배 신장
국내에서 최초로 컴퓨터를 수출한 업체는 막강한 자금과 기술력을 지닌 내노라하는 대기업체가 아니라 종업원 98명의 소규모 중소기업, 즉 국내의 대표적 벤처비즈니스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삼보컴퓨터였음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회사는 지난 1980년 설립 당시 7명의 종업원으로 출발했다.
㈜삼보컴퓨터는 현재 대표이사인 필자와 전문기술자인 강진구 부사장(38)의 성공적인 합작품이다.
국내 굴지의 가전제품 생산업체인 금성사에서 오랫동안 전자기기 및 특수 정밀기기 부품의 관리를 담당함으로써 컴퓨터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된 필자와 한양대 공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과학기술원과 전기통신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고도의 컴퓨터 기술을 습득한 강 부사장이 힘을 합쳐 삼보엔지니어링을 인수, 삼보컴퓨터를 설립했다.
그 이후 급격한 속도로 성장, 인수전 1981년까지 1년 반 동안 5천만 원에 불과한 매출액 규모가 1982년에 5억 원, 금년은 6월 말까지만 해도 12억 5천만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삼보컴퓨터의 주 생산품목은 퍼스널 컴퓨터인 트라이 젬(TRI GEM)-30과 프린터다.
외국에서는 퍼스널 컴퓨터의 선풍이 불고 있을 때 국내에서는 관심을 갖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기업도 컴퓨터 활용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도 없었다. 따라서 퍼스널 컴퓨터의 개발 과 생산을 자극할만한 여건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필연적으로 컴퓨터의 파도가 밀려온다는 획신을 갖고 남보다 먼저 컴퓨터 개발에 뛰어든 것이다.
역 엔지니어링으로 제품 개발
그러나 기술적인 기초가 전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컴퓨터를 개발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일본 샤프사의 퍼스널 컴퓨터 MZ8001을 1대 구입, 완전히 분해한 뒤 국내에서 사용할 때 필요한 기능을 첨가시키거나 불필요한 기능을 삭제해 다시 조립하는 역 엔지니어링 작업을 시작했다. 당연히 수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으나 이 시행착오는 결국 컴퓨터에 대한 응용개발력을 길러 줘 독자적으로 퍼스널 컴퓨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다.
첫 개발품이 SE-8001이었다. 이 SE-8001은 개발 즉시 기업화에는 실패했다. 그것은 국내 컴퓨터의 성능에 대한 수요자들의 의구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개량을 거듭, 실용적인 기업화 모델인 트라이 젬–20을 개발한 것이 1982년 초였다. 이것을 다시 개량한 것이 트라이 젬–30으로 용량이 64K비트인 고성능 퍼스널 컴퓨터이다.
품질과 성능은 곧바로 해외시장에서도 인정돼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캐나다에 2백 대를 시험 수출, 크게 호평을 받았다.
기회가 찾아왔다. 때마침 국내에서도 컴퓨터 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컴퓨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컴퓨터 교육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자 정부는 1982년 초 각급 학교에 5천 대의 교육용 퍼스널 컴퓨터를 보급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이에따라 컴퓨터를 공급할 5개 업체 중의 하나로 ㈜삼보컴퓨터가 지정됐다. 이것을 계기로 생산에 박차를 가해 1천 대를 과기처에 납품 완료한 데 이어 미국에 금년 말까지 4천 5백 대를 수출키로 계약, 벤처비즈니스로서의 확고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
그 공로가 인정돼 강부사장은 지난 7월 15일 대통련 주제로 열린 기술진흥 확대 회의에서 석탑 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다.
독자적 미니컴퓨터 제품화할 터
벤처비즈니스로의 출발은 전문 경영인과 전문기술자의 협력으로 가능한 것이었으나 기업으로서의 성공을 이룩하는 데는 국내 관련 기관의 협조가 절대적이었다. 즉 교육용 컴퓨터의 생산과정에서 낙후된 시험검사 설비에다 경험이 일천하여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어 이에대해 고심하고 있을 때 교육용 컴퓨터 보급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던 전자기술연구소에서 직접 업체 지도 및 검사에 관한 업무지원을 해주었으며 국내 최초로 캐나다에 국산 퍼스널 컴퓨터를 수출할 때도 캐나다의 기술 및 규격 정보를 전혀 습득할 수 없었으나 산업경제기술연구원(KIET)에서 해외 정보 및 규격에 관한 전반적인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특히 미국과 수출계약을 맺을 당시에도 매우 까다로운 규격 때문에 곤란을 겪었으나 검사 대상 기관인 한국기계연구소에서 미국에 대한 최초의 수출 컴퓨터 제품이라는 점을 중시하여 검사기술진이 직접 공장으로 찾아와 공동제작에 참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적극 지원해 4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검사 기간을 2개월 정도로 단축시켜 주었다. 이들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삼보컴퓨터는 없었을 것이다.
컴퓨터 부분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매우 짧아 연속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해내지 않으면 곧 낙후해 버리고 만다. 따라서 현재 종업원 98명에 비하면 적지 않은 15명의 연구개발전담팀이 성능개선 및 프린터, 플러피 디스크 등 주변기기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머지않아 독자적인 미니컴퓨터도 제품화시키겠다는 것이 필자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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