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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과 아이디어와 발명
필자는 요즘도 간혹 아이디어를 찾고 그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성공할 수 있는 연구실이 없어 발명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이들의 말처럼 연구실은 필수일까? 결론은 아니다.
필자가 40년 넘게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발명가들과 소기업 CEO가 발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처음부터 어떤 제품을 발명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정해 놓고 시작하는 발명과 조금 막연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좋은 발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었다. 두 방법 모두 1차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고 2차는 그 아이디어를 발명으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디어를 찾고 발명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아이디어를 찾는 데는 연구실이 꼭 필요하지는 않았고 발명을 하는 데도 연구실까지는 아니고 작은 공간이면 족했다.
즉 처음부터 어떤 제품을 발명하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정해 놓고 시작하는 발명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선행기술부터 조사했다. 제품에 따라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가지에 이르는 선행기술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 또는 방법으로 발명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연구실이 아닌 어느 곳에서도 컴퓨터만 있으면 가능했다.
또 조금 막연하기는 하지만 무엇인가 좋은 발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발명가들과 소기업 CEO들은 아이디어를 찾는 연구실이 따로 없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머무는 모든 곳이 아이디어를 찾는 곳이었다. 심지어는 달리는 대중교통과 하루 일을 마치고 편히 잠을 자는 침대 위는 물론 화장실 변기 위와 목욕탕 욕조도 아이디어를 찾는 곳이었다. 따라서 연구실이 꼭 필요하지 않았다.
이는 1983년 한국발명진흥회가 창립 10주년 기념사업으로 발간한 우리나라 최초의 발명가 성공사례집인‘외길 집념의 승리=발명으로 성공한 사람들=’에 소개된 발명가들과 소기업 CEO들 사례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이 책의 취재 및 편집의 실무자였던 필자는 처음으로 발명가들과 소기업 CEO들이 아이디어를 찾는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42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 큰 변화가 없음을 지켜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에서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민족의 금속활자보다 200여 년 후 인쇄기와 목활자를 발명하여 처음으로 성경을 인쇄한 구텐베르크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는 연구실이 아닌 저녁 식사 중에 낱개의 활자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았다.
당시에는 성경을 펜으로 써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림은 물론 그 가격도 무척 비쌌다. 따라서 성직자가 아닌 신도가 성경을 소유하기란 무척 힘들었다. 바로 이 무렵 수많은 신도가 구텐베르크에게 성경을 판목으로 인쇄해서 싼값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부탁을 받은 구텐베르크는 서둘러 시작했다. 적지 않은 돈도 벌 수 있지만 이보다 좋은 일도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전문가인 구텐베르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판목이라는 것이 판자에 글자를 조각하여 그것에 먹물을 묻혀 종이에 인쇄하는 방법인데 판목 한 장이 성경 한 페이지가 되는 것이라서 판목의 분량부터가 엄청나게 많이 요구되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많은 시간과 인력, 즉 비용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구텐베르크의 작업은 계속되었다. 작업은 거의 매일 밤낮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의지가 강하기로 소문난 구텐베르크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 때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중 한판씩 조각하는 것이 아닌 한 글자씩 조각하는, 즉 한 개의 나무에 한 자만을 조각하여 그것을 몇 번이고 사용하는 목활자와 이를 이용한 인쇄기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었다. 이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다음 단계인 발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목활자를 제외한 활자 틀과 인쇄기의 발명은 연구소 겸 작업실에서 이루어졌다. 구텐베르크의 사례에서도 아이디어를 찾는 것은 연구실이 없어도 가능한 것임이 입증되었다.
아이디어를 찾은 후 발명을 할 때는 대부분의 개인과 소기업 CEO들이 연구실을 사용했다. 그러나 건물지하든 창고든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굳이 연구실이 필요한 것은 출원도 하기 전에 발명내용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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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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