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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발명
색(色)은 인간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인간의 심리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 때론 안정시키는가 하면 반대로 흥분시키기도 한다. 또한, 색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으며 상대방의 기분을 감지할 수도 있다.
뿐만이 아니다. 사물의 성격을 바꾸어 버리기도 하고 특별한 기능을 부여하기도 한다.
색의 응용은 그 자체로써 발명이 될 수 있다. 매력적이며 화려한 변신이 가능하며 그 한계도 무한하다. 팔레트에서 색을 자유자재로 섞어내는 것처럼 창의력과 만날 때 무한하게 뻗어 나간다.
특히 디자인 및 상표와 함께하면 색도 산업재산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발명가가 색에 관심을 갖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수 있다.
우선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색의 특성을 이용한 아이디어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부터 살펴본다. 이미 오래전에 무엇인가를 열고 잠글 때 사용했던 열쇠가 사라지고 비밀번호가 등장했지만 세월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열쇠가 필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 사람이 대여섯 개의 열쇠를 가지는 것은 기본이었다. 자동차 열쇠, 현관 열쇠, 방 열쇠, 사무실 열쇠, 책상 열쇠, 금고 열쇠 등이다.
잠그고 소중히 보관해야 할 자물쇠가 왜 그리 많은지 열쇠도 용도별로 많기도 했다. 그래도 이 경우엔 좀 나은 편이었다.
만약 한 건물의 관리 책임이라도 맡은 사람이라면 비슷비슷한 모양의 열쇠를 수십 개 이상 갖고 있었다. 이런 경우 필요한 열쇠를 찾는 일이 여간 번거로웠다. 날이 춥기라도 하면 꽁꽁 언 손을 비비며 맞는 열쇠를 찾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
바로 이때 색을 사용하여 멋지게 문제를 해결했다. 해당 물체와 자물쇠 그리고 열쇠에 같은 색을 칠한 것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색을 칠하여 불편을 크게 해소한 것이다.
글자를 모르는 어린이나 연로하여 작은 글씨를 판별하지 못하는 노인들도 열쇠 꾸러미 속에서 같은 색의 열쇠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글씨로 표시하는 것보다도 훨씬 편리했다. 게다가 색을 입힌 자물쇠와 열쇠는 보기에도 좋았다. 누런 구리색이나 은색의 일률적인 것보다 빨갛고 파랗고 노랑 등의 다양한 자물쇠와 열쇠가 주는 인상은 강렬했다.
악세서리 대용으로 허리춤이나 핸드백에 걸기도 했고 목걸이 대신으로 사용해 개성을 맘껏 뽐낼 수도 있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상할 수도 있었다. 어두운 밤에 열쇠를 찾는 일은 짜증스럽다. 아무리 색으로 구별 지어 놓았다 해도 불빛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휴대용전등으로 비추며 찾거나 대충 감각으로 골라내야 한다.
옆구리에 열쇠 가방을 끼고 주섬주섬 열쇠를 고르는 모습이란 생각만 해도 힘들었다. 이 경우엔 염료에 야광도료나 형광도료를 섞어 칠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었다. 밤에도 쉽게 구별이 가능하고 어두운 구석에 열쇠를 떨어뜨렸다 하더라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또 있다. 다자녀를 둔 엄마는 자녀들의 상하 옷과 양말 등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 모두 색이 다른 것을 선택했다.
그 결과 세탁기 안에서 뒤섞인 상하 옷과 양말의 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색을 응용한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온수와 냉수 표시나 형광 작업복 그리고 교통 표지판 등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색은 제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며 동시에 아름다움을 부여한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이 먹었다고 하는 식물인 암브로시아 같다고나 할까. 발명가는 색에 민감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곳엔 뜻밖의 발명도 숨어있다. 만약 색을 자유자재로 응용할 능력이 있다면 그는 이미 성공한 발명가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발명을 다양한 색으로 더욱 빛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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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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