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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식주 문화의 현대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인간문화재였던 故 박동진 명창이 남긴 명언 중의 명언이다. 또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한 취화선으로 세계적 영화제인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쥔 임권택 감독도 늘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강조했다.
임 감독은 자신의 철학대로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영화로 제작하는 데 전념했고 드디어 세계적 감독으로 인정받기에 이른 것이다.
두 분의 강조대로 우리의 반만년역사 전통의식주 문화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단일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였다.
비록 산업화는 선진국보다 조금 뒤졌지만 전통의식주 문화는 앞섰었다. 이 때문에 전통의식주 문화를 현대화하면 세계적인 상품으로 거듭날 수도 있는 것이다.
전통의식주 문화를 현대화해 성공한 사례 중에 대표적인 것은 식품이었다. 식품은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해온 것이기 때문에 상품화하기도 비교적 쉽다.
전통식품을 현대화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ㅂ식품이 출시한 식혜였다. 1993년 처음 출시된 식혜는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때 한국 시장에서 코카콜라를 앞질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ㅂ식품이 전통식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단팥 죽을 출시하면서부터였다. 단팥죽으로 큰 성공을 거둔 ㅂ식품은 서서히 전통 음료의 현대화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관심이 호기를 맞은 것은 당시 불어 닥친 우루과이라운드(UR) 때문이었다.
UR로 우리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게 되면서 우리 농촌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졌고 당연히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이른바 신토불이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ㅂ식품은 단팥죽에 이어 새로운 전통식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은 것이 음료 분야였다고 한다. 커피나 콜라 같은 습관성 외국산 음료가 판을 치고 있던 때라 제대로 된 국산 음료를 만들어보겠다는 기획이었다. 당시 ㅂ식품이 신제품 개발 원칙으로 내세운 것은 *전통식품일 것 *신제품일 것 *시대의 흐름을 타는 상품일 것 *원료를 국내에서 손쉽게 조달할 수 있어야 할 것 등 4가지 조건이었다.
이 4가지 조건을 만족하면서 일반인이 가장 선호하는 음료로 선정된 것이 식혜였다. 특히 식혜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면서도 만드는 방법이 까다로워 명절에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료에 속했다. 만약 언제 어디서나 마트에서 손쉽게 사 마실 수 있다면 인기가 좋을 것이라는 것이 ㅂ식품의 결론이었다. 결론은 적중했다.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 것이다.
ㅂ식품의 성공은 국내 음료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이른바 전통 음료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웰빙식품 붐까지 일어 색소가 가미되지 않고 몸에 좋은 자연재료만 사용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경쟁업체들이 앞다투어 식혜를 상품화하는가 하면 대추 음료-쌀 음료-녹차음료 등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음료들이 속속 쏟아져 나온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민족만의 전통 음료를 상품화해 성공한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ㄷ항공도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는 전통음식을 기내식으로 제공함으로써 성공을 거두었다.
ㄷ항공은 우리 전통음식을 하나쯤은 기내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고 첫 번째로 제공한 것이 비빔밥이었다. 비빔밥을 바로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밥과 고추장 등 비빔밥에 사용되는 재료의 현대화도 한 몫을 거들었다. 이 성공에 힘입어 ㄷ항공은 세계 최고의 기내식을 제공하는 항공사에 주어지는 머큐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음료와 식품 외에도 수없이 많다. 즉 전통 한복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개량 한복, 전통 재료를 사용한 고급 화장품, 한약재를 첨가한 어린이 영양제 등 수없이 많다.
이들의 성공은 오로지 가장 한국적인 것을 발굴하여 현대화한 데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현대화를 기다리는 전통의식주 문화가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보자.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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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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