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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식품은 발명의 보고(寶庫)
인간 생존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식품은 발명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먹지 않고는 살 수도 없지만 먹는 즐거움은 행복의 조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원시시대 사냥한 고기와 나무 열매의 단순한 식생활에서 벗어난 인간은 그야말로 찬란한 식생활을 발전시켜왔다.
고기를 익히는 방법도 굽느냐 튀기느냐 찌느냐에 따라 다른 의미와 이름을 부여했고, 동물의 젖을 먹는 방법도 발효시키거나 얼리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마치 인간의 역사란 먹는 역사라는 듯한 인상을 풍길 만큼 시대에 따라 제각각 독특한 식생활을 창조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좀 더 기능화되고 절제된 식생활 패턴, 즉 즉석식품의 발명으로 시작된 일련의 변화는 가히 혁명이라 할만했다. 사실 즉석식품은 어제오늘 사이에 불현듯 등장한 것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 전쟁 식량의 용도로 건조라든가 발효와 훈제 등의 저장방법이 발명되었다. 말린 육포, 미숫가루, 치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볼 수 없는 경미한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경제 관련 발명의 보고인 즉석식품의 본격적인 시대를 연 것은 동양의 라면과 서양의 패스트 푸드라 할 수 있다. 라면은 면을 기름에 튀겨 건조 시킨 것으로 각종 조미료를 건조한 스프로 맛을 내도록 고안된 발명품이었다.
특히 라면은 면과 국 종류를 즐겨 먹는 동양인의 식습관과 맞아떨어져 아시아 경제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였고 급기야 전 세계인의 인기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도 라면이 처음 생산되었을 당시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른까지 그 맛에 빠져 라면을 먹는 것이 자랑처럼 여겨진 적이 있다.
더구나 조리법도 간편해서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각종 양념을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맛좋은 국물을 맛볼 수 있고, 물을 붓고 끓이기만 하면 한 끼를 때울 수 있어 바쁜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였다.
이렇게 시작된 즉석식품의 열기는 ‘빠르게’를 외치는 사회의 조류에 힘입어 더욱 발전되었다. 이어서 끓이는 과정마저 생략한 컵라면의 탄생은 즉석식품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전자레인지에 덥히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밥이며 죽, 떡볶이, 피자, 카레, 짜장, 미트볼 등은 물론이고 따뜻하게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갈비탕, 육개장, 설렁탕, 미역국, 된장국, 사골국 등 종류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이미 오래전에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등하굣길의 학생들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혹은 바쁜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을 내어 컵라면을 찾는다.
이를 위해서 편의점에서는 컵라면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1회 용 김치나 단무지, 꼬마 김밥, 생계란 까지 팔고 있다. 아주 간단하고 빠르게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번거롭게 자리를 찾거나 주문할 필요도 없고 오랫동안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저 3~4분만 기다리면 된다. 가격도 저렴하다. 시간이 없어서 굶는다든가 하는 일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다.
패스트푸드점의 경우에도 이런 즉석식품 유행의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햄버거 하나와 콜라 하나로 간단하고 든든하게 식사를 마칠 수 있는가 하면 매장도 깨끗해서 젊은이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바쁜 시대에 살면서 단시간에 간단히 식사를 마치려고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다. 물론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참을성이 없어지는 현대인의 ‘빨리빨리’ 병이 심해지고 있다는 진단도 있지만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즉석식품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즉석식품의 발명으로 세계 식품업계에 새로운 주도권을 잡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도 잊지 말고 우리만의 맛을 이 사회적 요구와 조화시켜 즉석식품 시장에 도전에 보자.
왕연중(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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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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