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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과 강 그리고 바다도 점령한 엔진
성서에 나오는 예수처럼 바다 위를 걷고 물고기처럼 바닷속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선박과 잠수함의 등장도 엔진의 발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임스 와트와 루돌프 디젤의 증기 및 디젤엔진의 발명은 인간의 바다를 향한 모든 꿈을 실현했다.
이야기는 1763년 영국 북부의 스코틀랜드에 있는 글래스고대학의 허름한 공작실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자 와트는 앤더슨 교수로부터 새로운 기계의 수리를 부탁받고 흥분하고 있었다.
“와트 군! 이 기계는 증기의 힘을 이용해서 탄갱의 광산에서 솟아 나오는 물을 퍼내는 데 쓰이는 기계네. 실물은 굉장히 크지만 이것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모형이네. 고장이 났는데 자네가 좀 수리를 맡겨줘야겠네.”
“어디가 고장인데요?”
“사실은 그것도 모른다네. 아무튼 이 모형은 아무리 증기를 일으켜도 곧 멈추기만 하니 어디를 수리해야 할지 모르겠구먼. 와트 군이면 수리할 수 있을 거야?”
와트의 능력을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있는 앤더슨 교수는 와트에게 이 기계의 구조와 기능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서둘러 수리할 것을 거듭 부탁했다.
앤더슨 교수가 와트에게 수리를 부탁한 기계의 모형은 1712년 영국의 기계기술자 뉴커먼이 발명한 일종의 증기엔진이었다.
그 무렵 광산에서는 물 때문에 몹시 고생하고 있었다. 광산을 깊이 파면 곧 지하수가 솟아 나와서 그 물을 퍼내지 않으면 더 이상 파 내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깊은 광산에서 물을 퍼내는 일은 엄청난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뉴커먼 엔진으로 그가 1712년에 처음으로 광산에 설치한 증기엔진은 5.5마력만 한 일을 했다.
와트는 뉴커먼 증기엔진의 모형 수리를 부탁받는 순간 새로운 엔진의 발명을 결심했다.
‘이걸 내가 한번 개선해 봐야지.’
그날부터 와트는 뉴커먼의 증기엔진 개량에 몰두하였으며 마치 엔진에 미친 사람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드디어 뉴커먼 증기엔진의 중요한 결점을 찾아냈다. 즉 뉴커먼의 증기엔진은 피스턴이나 실린더를 가열하거나 냉각시키는데 가열된 증기를 냉각하기 위해 실린더 속에 냉수를 넣어 안에든 증기를 냉각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때 냉수는 증기를 냉각시키는 동시에 실린더도 냉각시켜 다시 실린더를 가열시키려면 그만큼 석탄의 낭비를 해야 했다. 그래서 와트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실린더를 냉각시키지 않아도 된다면 석탄은 절반이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실린더의 열을 그대로 보존시키면서 일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면 될 것이다.’
원리를 찾아내면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던가. 1765년 드디어 와트의 꿈은 이루어졌다. 와트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와트는 뉴커먼 증기엔진에 더 개량할 것은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와트는 공기의 압력 대신에 증기의 압력을 사용하면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것도 생각했다.
당시에는 공기의 압력을 얻는 장치가 발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압력의 세기는 일정한 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증기는 보일러만 잘 만들면 그 힘을 얼마든지 크게 할 수 있으므로 이렇게 되면 사람이나 말의 힘은 물론 공기의 힘보다도 훨씬 힘이 센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이러한 기계에서 나오는 힘을 이용한다면 광산의 양수 펌프 뿐만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계를 움직이는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1769년에는 특허등록도 받았다. 그러나 그가 발명한 엔진을 만들어보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였다. 돈이 없어 더 이상 연구를 할 수 없게 된 와트는 안타까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엄청난 행운이 찾아들었다. 그 무렵 영국에서 제일가는 사업가였던 볼튼이 찾아왔던 것이다.
“와트 씨, 용기를 내시요. 당신이 이 발명을 마무리한다면 산업혁명이 일어날거요. 돈은 내가 얼마든지 댈 터이니 당신은 시제품도 만들고 연구도 계속하세요.”
와트는 뛸 듯이 기뻤다. 그날로 볼튼이 마련해준 공장에서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는 몇 번이나 실패했으나 낙심하지 않고 연구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엔진을 만들고 만들었다가는 다시 뜯어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결과 1775년 드디어 한대의 훌륭한 엔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와트의 증기엔진’이다.
1775년 3월 8일, 브롬필드의 탄광에서는 와트가 발명한 증기엔진의 시운 전이 있었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탄광 속의 지하수가 작은 파이프를 타고 지상으로 치솟는 순간 구름처럼 밀려든 사람들의 함성은 천둥소리보다 요란했다.
와트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1782년에는 증기엔진을 한 단계 더 개량함으로써 기차와 선박의 동력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했고, 1787년에는 방직기의 동력으로 이용한 카트라이트의 역직기가 발명되어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이때 와트의 증기엔진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사람이 바로 기선의 발명가 풀턴이었다. 미국의 발명가인 풀턴은 영리 목적으로는 처음으로 증기선을 만들었다. 그는 또한 잠수함 발명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풀턴은 예술가를 꿈꾸며 1787년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자신이 예술가와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당시 화제의 대상이었던 증기엔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1797년에는 다시 영국에서 프랑스 파리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중이었고, 이러한 상황은 풀턴으로 하여금 잠수함을 발명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풀턴은 프랑스 정부에 잠수함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프랑스 정부는 처음에 잠수함을 속임수 같은 전략으로 생각하여 이를 외면하였다. 그러나 풀턴의 끈질긴 설득과 요청에 1801년 노우틸러스호라고 이름한 잠수함 건조를 허락하였다.
이 잠수함은 철골 격에 구리판을 입힌 것으로서 네 사람을 태우고 수중에 세 시간 동안이나 머물 수 있었다.
프로펠러는 수동식이었고 원시적이지만 사령탑도 있었다. 그러나 전쟁용으로 쓰기에는 속도가 너무 느려 프랑스 정부는 지원을 중단해 버렸다. 그러나 훗날 풀턴의 노우틸러스호는 쥴스 베른의 추리과학소설 ‘해저 2만리’에 나오는 잠수함의 이름도 되었고, 세계 첫 원자력 잠수함의 이름이 되기도 했다.
풀턴은 프랑스에서의 잠수함 발명으로 경제적인 실익은 없었으나 당시 프랑스 주재 미국공사였던 리빙스턴과의 만남은 훗날 기선발명에 큰 힘이 되었다.
리빙스턴은 미국에서의 기선발명이 절실하다고 생각하고 풀턴에게 관심을 갖게되었고, 풀턴도 1806년 미국으로 돌아와 기선발명을 서두르게 된다.
풀턴은 와트에게는 증기엔진 제작을 부탁하고, 리빙스턴에게는 자금투자와 미국 정부의 특별허가를 부탁했다.
특별허가란 뉴욕의 강에서 증기선을 독점 운행한다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증기선 제작은 기존 선박에 증기엔진을 장착하는 등 비교적 큰 어려움 없이 이루어졌다.
1807년 8월 9일 마침내 증기선이 만들어졌다. ‘클레몬트호’가 이 증기선의 이름이다.
시운전은 6일 뒤인 8월 15일 뉴욕에서 허드슨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알바니아까지 약 240 킬로미터의 항행을 하는 것이었다.
클레몬트호는 32시간 만에 무사히 알바니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풀턴은 반년 뒤 허드슨강 화물운송회사를 설립했고, 이것도 대성공이었다.
풀턴은 사람을 태우는 증기선도 제작했다. 신기하다는 것도 곁들여 증기선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2년쯤 지나자 큰돈도 모을 수 있었다. 그러자 미시시피강에도 선박회사를 설립하고 1811년에는 ‘뉴 올리언스호’를 달리게 했다. 이것 역시 대성공이었다.
와트가 뉴커먼이 발명한 증기기관을 개선하여 새로운 증기기관을 발명했듯 와트의 증기기관도 많은 발명가에 의해 개선되어 또 다른 새로운 엔진이 발명되었다.
“증기엔진은 정말 훌륭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과학도이므로 이 증기엔진의 결점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1877년 남부 독일에 있는 뮌헨공과대학의 한 강의실에서는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린데 교수가 증기엔진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린데 교수는 와트가 발명한 증기엔진의 원리와 그 뒤 여러 차례에 걸쳐 개선된 증기엔진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아울러 이 위대한 발명이 사회에 얼마나 기여를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학생들은 모두 반짝이는 눈빛으로 린데 교수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여러분이 알기 쉽도록 다시 한번 설명하겠습니다. 만일 증기엔진이 석탄을 태울 때 생기는 열량을 100퍼센트라고 하면 그 가운데서 실제 이용될 수 있는 열량은 고작해야 7퍼센트에서 10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나머지 90퍼센트 이상의 열량은 쓰지도 못하고 아깝게 낭비되는 것이지요.”
린데 교수의 강의에 학생들은 더욱더 호기심을 가지고 교수의 설명이 계속되기를 기다렸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증기엔진은 항상 증기를 만드는 가마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부피가 큽니다. 증기엔진의 이러한 단점들을 빠른 시일 안에 반드시 개선하기 위해서는 바로 여러분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린데 교수의 열의에 찬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이제 증기엔진은 쓸모가 없어.”
“그래. 이제는 새로운 엔진이 있어야 해.”
소란스럽게 떠드는 학생들 사이에서 혼자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서 있는 한 학생이 있었다. 그는 디젤이라는 학생으로 린데 교수의 강의에 감명을 받고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엔진! 증기엔진보다 더 좋은 엔진이란 어떤 것일까?’
디젤은 그날 이후 가슴 속에 새로운 엔진에 대한 꿈을 키워 갔다. 이러한 꿈을 간직한 채 뮌헨공과대학을 졸업하게 된 디젤은 린데 교수의 추천으로 파리에 있는 제빙공장에 취직했다. 그는 연구실에서 여러 가지 기계의 설계도 하고 증기기관의 수리도 하면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제빙공장의 바쁜 생활에도 디젤은 대학생 시절부터 키워온 새로운 엔진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디젤이 일하는 제빙공장에서는 암모니아를 기계로 압축하여 액체로 만드는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기화할 때 열을 빼앗는 현상을 이용하여 물을 얼게 하는 아주 새로운 방법으로 얼음을 만들었다.
디젤은 바로 이 새로운 방법에 착안하여 증기 대신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엔진을 만들어 보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뜻대로 잘되지 않았다. 게다가 디젤은 연구실 일과 새로운 엔진 발명에 대한 연구를 동시에 해 나가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그만큼 디젤의 새 엔진에 대한 의욕이 더욱 커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디젤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가열된 증기 대신 공기를 가열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증기를 만들 때처럼 가마솥이 필요했기 때문에 디젤은 고민에 빠졌다.
‘가마솥을 이용하지 않고 공기를 가열할 수는 없을까?’
디젤의 이러한 착상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그래, 맞아. 그렇게 하면 증기엔진처럼 가마솥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고, 연료가 타면서 생기는 열 또한 그렇게 많이 빼앗기지도 않을 거야.’
디젤은 자신이 생겼다.
그는 곧 자신의 새로운 실험을 후원해 줄 독지가를 찾았다. 뜻밖에도 여러 곳에서 디젤을 후원하겠다고 나섰는데, 그 가운데는 독일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만 기계회사의 사장과 규모가 그와 거의 맞먹는 그루페라는 제철회사가 있었다.
1892년 2월에 디젤은 마침내 새로운 엔진을 발명하는 데 성공을 했다.
디젤의 새로운 엔진은 석탄 대신 석유를 이용하였는데, 실린더 속에서 압축된 공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저절로 석유를 안개처럼 뿜는 것이었다. 그러면 석유는 맹렬하게 연소하면서 피스톤을 움직였다. 이러한 작용이 되풀이되면서 엔진은 힘차게 움직이는 것이었다.
디젤은 매우 기뻤다. 오랜 세월 동안 머릿속에서나 그려 보던 꿈이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섰던 것이다.
“석유를 더 넣으시오.”
디젤의 독촉 소리가 크게 울리자마자 실험 중인 엔진은 그만 굉장한 폭발음을 내며 터져버렸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았다.
“공기를 넣어 압축하면 석유가 타는 것을 알았으니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입니다. 지금의 폭발은 공기를 너무 압축했기 때문입니다.”
디젤은 다시 엔진을 만들어 실험했다. 디젤이 말한 대로 사고 없는 안전한 엔진을 만들어 특허등록을 받은 것도 1892년의 일이었다.
다음 해에는 ‘증기엔진과 종래의 내연엔진을 대신하는 합리적 이론 및 구조’를 저술하고 디젤엔진의 이론적 고찰을 발표해 두 번째 특허도 얻었다.
그 뒤 그룹상회와 아우크스부르크 기계제작소와 공동으로 개발과 실험을 시작하여 1894년 비로소 안정된 디젤엔진의 제작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1896년에는 공장용 동력에 이용되고 1900년에는 잠수함에도 이용되었다.
특히 1912년에는 최초의 대형선박용 엔진으로서 세란티아호(7,400t)에 1250마력 디젤엔진 2대가 탑재되어 디젤 선박 시대가 열렸다.
디젤의 새로운 엔진은 그를 기념하기 위해 ‘디젤엔진’이라 이름하였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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