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병뚜껑은 무척 다양한 재질로 수많은 종류의 디자인과 기능으로 분류되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병뚜껑' 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왕관 병뚜껑'일 것이다.
왕관 병뚜껑은 소주나 맥주ㆍ콜라ㆍ사이다 등 가장 소비가 많이 되는, 이른바 대중적인 술과 음료수의
병뚜껑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병뚜껑이다.
이 왕관 병뚜껑은 처음 발명된 후 지금까지 거의 100여 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어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의 농부였던 '페인타'부부였다.
5년여 동안이나 이어진 윌리엄 페인타의 끈질긴 집념과 그의 부인인 페인타 여사의 순간적인 기발한 착상이 조화롭게 빚어낸 이 발명품은 아마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걸작 가운데 하나임이 틀림없다.
1890년 시카고 근교에 있는 한 농촌에는 마을의 모습처럼 평화롭고 금술이 좋은 페인타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들의 생활은 부유하다기보다는 가난하다는 것이 더 적당하리만큼 넉넉하지는 못했으나,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살았다.
어느 해, 뜨거운 햇살이 내리쪼이는 여름 들판에서 이들 부부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었다.
농가의 일이란 언제나 그렇듯이 쉴 틈도 없이 바쁜 것이어서 이들은 해거름이 되는 줄도 모르고 잰 손을 놀렸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기울었고, 하루 일을 마감한 페인타 부부는 다정한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일한 페인타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소다수병을 따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나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페인타는 복통을 일으키며 앓아 눕고 말았다.
소다수병의 엉성한 병마개로 소다수가 그만 변질된 것을 모르고 마셨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집 근처에는 병원이나 약국도 없고, 엄청나게 넓은 땅과 까마득한 지평선만 보일 뿐이어서 페인타는 꼬박 3일을 앓으며 고생해야 했다.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게 되면 곧바로 완벽한 병뚜껑을 만들겠어.'
줄곧 병뚜껑에 대한 생각을 하며 앓던 페인타는 병이 완쾌되자 다시 부지런히 농사일을 했다.
그러나 쉬는 날이 되면 어김없이 시카고 시에 나가 온갖 병뚜껑을 사서 모았다.
남편의 갑작스런 변화에 처음엔 어리둥절해 하던 페인타 부인도 남편의 진의를 알게 되자 병뚜껑을 수집하는데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5년, 페인타의 집에는 자그마치 600여 종류의 병마개가 쌓였다.
갯수로는 3천여 개가되는 엄청난 병뚜껑을 모음으로서 페인타는 본격적인 병뚜껑 연구에 들어갔다.
다시 1년 동안 틈틈이 그 많은 병뚜껑을 연구 분석한 페인타는 드디어 '나사식 병마개'를 발명하게 되었다.
나사식 병마개란 말 그대로 나사처럼 병 안으로 뚜껑을 돌려 넣어서 병을 막는 것이었다.
이 나사식 병마개는 그때까지의 병마개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이었으나 역시 소다수나 맥주를 담았을 때 가스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페인타는 크게 실망하여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자 그의 부인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여보, 그만한 일로 실망하시는 건 당신답지 않아요. 당신의 나사식 병마개는 훌륭했어요.
그렇지만 그것에도 문제가 있고,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면 되잖아요."
평소에 재치가 넘쳤던 부인이 이같이 말하자 페인타는 부인의 손을 잡으며 계속 말할 것을 재촉했다.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한 것 아니겠어요? 병뚜껑을 병에 모자처럼 씌운 다음 그 둘레를 왕관 모양으로 꽉 찍어두면 되잖아요."
"그래, 맞아. 당신 말이 맞아요. 그런데 왜 이제서야 그 말을 하는 거요.?"
"사실은 저도 방금 떠오른 생각이거든요."
페인타는 즉시 부인이 말한 대로 실험해 보았다.
부인의 말대로 동그랗게 자른 쇠붙이를 병의 입구에 올려놓고 그 둘레에 힘을 가해 눌러보았다.
부인의 생각은 한치도 어김없이 적중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왕관 병뚜껑' 이었다.
최고의 영리성을 가진 이 발명품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페인타 부부는 순식간에 부자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왕관 병뚜껑은 앞서 말한 대로 우리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콜라ㆍ사이다ㆍ소주ㆍ맥주 등의 병뚜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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