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기원전 11∼13세기경부터 막대기를 수직으로 세워 해그림자를 따라 시간을 측정하는 표를 사용했다. 고구려가 62년에 한(漢)나라에서 역서(曆書)를 구한 사실 등으로 봐서, 우리 나라에서는 대체로 서력 기원 전후에 해시계를 사용했을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원반 모양의 신라시대 해시계에는 자시(子時)에서 묘시(卯時)까지의 부분이 남아 있는데, 이와 같이 조선 세종 이전에는 표를 이용한 간단한 해시계가 사용되었다.
1437년 정초, 장영실, 김빈, 김돈, 이천 등이 세종의 명을 받들어 앙부일구, 현주일구, 천평일구, 정남일구와 규표 등 다섯 종류의 해시계를 만들었다. 이중에서도 앙부일구는 반구형의 대접과 같은 모양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발 없는 솥 모양의 해시계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오목해시계인 셈이다.
해 그림자를 받는 면인 시반(時盤)은 동지에서 하지에 이르는 24절기를 13선의 위선(緯線)으로 나타내서 절기를 알게 했고, 이 선에 수직으로 시각선(자오선)을 그었으며 시표(時標)는 북극을 향하여 비스듬히 세워졌다. 세종은 이것을 공중 시계로 삼기 위해 시신(時神)을 그려 넣은 것을 만들어 혜정교(惠政橋, 지금의 종로1가)와 종묘 남쪽 거리에 각각 돌받침대를 쌓고 그 위에 설치했다. 이 해시계는 임진왜란 후 자취를 감추었다.
앙부일구는 원나라의 앙의(仰儀)라는 장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어졌으나 앙의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일본에만 전래된 우리 고유의 발명품 해시계로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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