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십자(十) 나사못과 십자 드라이버는 조그만 전파상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필립이라는 미국인이 발명하였다.
필립은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성적은 우수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힘들게 중학교에 다니던 필립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학교 공부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위해 학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를 중퇴한 필립은 교장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중소 전기 제품회사 견습공으로 취직을 했다.
당시의 관례로는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그는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틈틈이 기술자 어깨 너머로 기술을 익혀 나갔다.
그리고 필립이 취직한 지 1년이 되었을 때였다. 회사의 기술자가 큰 회사에 취직이 되어 떠나가자 주인은 조용히 필립을 불렀다.
"필립, 그 동안 고생 많았다. 오늘부터 네가 우리 회사 기술자로 일해 주었으면 해서 너를 불렀다."
"하지만 사장님! 전 이제 겨우 견습 생활 1년인 걸요."
"아냐, 내가 그 동안 지켜본 바로는 너는 충분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너는 이제 기술자로 충분하다. 잘 해 보자, 필립."
이렇게 기술자가 된 필립의 하루하루는 즐거웠다. 자신이 고쳐 놓은 라디오에서 맑은 소리가 울려 나올 때, 필립은 죽은 사람을 살려낸 듯한 쾌감까지 느꼈다.
그런데 필립에게는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었다. 고장난 라디오를 수리하려면 라디오에 박혀 있는 일자(一) 나사못을 빼야 하는 데 어떤 것은 잦은 수리로 그 홈이 망가져 버려 아무리 애를 써도 뺄 수가 없었다.
필립의 머리 속은 온통 일자 나사못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어떤 날은 온 종일 마모되어 버린 일자 나사못과 씨름을 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고장 난 라디오를 앞에 두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필립은 정말 난감해졌다. 이 고장난 라디오에 박힌 일자 나사못은 그 홈 마저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필립은 그 망가진 나사못 위에 다시 홈을 파고 작업을 해야 했다.
이때, 새로 홈을 판 나사못을 드라이버로 돌려 박던 필립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맞아! 홈 위에 십자(十)로 홈을 하나 더 파면 일이 훨씬 쉬워질 거야.''
하나의 홈보다 두 개의 홈이 드라이버의 힘을 받는다면 당연히 마모가 덜 될 게 뻔했다.
그 때부터 필립은 일자 나사못에 또 하나의 홈을 파서 십자 홈으로 고쳐 가면서 라디오 수리를 했다.
그리고 드라이버 역시 날 부분을 잘라내고 새로 십자 드라이버로 만들어 사용했다.
나사못 머리의 마모는 훨씬 적었고, 빼고 박는 데 걸리는 시간도 일자 나사못과 드라이버의 소요 시간보다 짧았다. 그의 발명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특허 출원했다. 또한 자신의 이름 그대로 ''필립''이라는 작은 나사 공장을 세우고 십자 나사못과 드라이버를 생산했다.
이렇게 시작된 ''필립''사는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전자 업계에서 세계 최고의 회사로 성장하게 되었다. 발명의 역사에서는 그를 ''십자 나사못과 드라이버의 아버지''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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