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로니아인이 인류에게 남긴 가장 훌륭한 유산은 함무라비 법전입니다. 이 법전은 함무라비왕(기원전 1728 ~ 1686년)때 편찬되었는데 약 2.25m의 초록색 섬록암에 새겨져 공포되었습니다. 1902년 현재 이라크(Iraq)의 Susa라는 곳에서 발견된 이 돌기둥은 현재는 파리의 루부르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약 37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원형 그대로 보전되고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수메르인, 악카드인들도 법률을 갖고 있었는데 함무라비왕은 이것들을 종합 수정하여 세계 최초의 성문법전을 편찬했던 것입니다. 이 법전에 의하면 당시 사회가 3계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부의 지배계층은 사제및 세속 귀족들, 중간층은 상인과 농민들 그리고 피지배계층은 노예들 이었는데 3가지 형태의 법조문이 각 계층에 다르게 적용 되었으며 동일 계층내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법앞에 평등했습니다.
이 법전은 계층의 차이를 법조문으로 명확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며 세계 최초의 성문법전으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법조문의 내용은 가혹한 것도 많은데 맥주와 관련된 조문들도 상당히 엄격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맥주가 당시의 사회에서 차지했던 음료수로서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맥주와 관련된 법조문 몇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맥주를 팔고 술값을 보리로 받지 않고 은화로 받거나 하급 맥주를 비싸게 판 여주인은 익사시킨다.
맥주집을 기웃거리거나 맥주집을 개업하는 여사제는 태워 죽인다.
자신의 술집에서 정치적인, 그리고 국가에 해로운 얘기를 하도록 내버려두고 이를 당국에 고발하지 않은 여주인은 사형에 처한다.
변조맥주를 팔거나 제조한 자는 그의 술통에 빠뜨려 죽게하거나, 그가 질식하여 죽을 때까지 변조맥주를 마시게 한다.
모든 수메르인들은 일정량의 맥주를 매일 지급 받았는데 근로자들은 2 주전자씩, 중간 계층의 구성원은 매일 3 주전자씩, 그리고 지방 행정관이나 수사제는 5 주전자의 정상 맥주(normal beer)를 마실 수 있었던 반면, 궁(宮)이나 사원(寺院)에서 근무하는 여자들의 경우는 단맥주(sweet beer)를 3 주전자씩 지급 받았습니다. 사원에서 축제가 있으면 1인당 배급되는 맥주량은 증량되었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수메르인의 맥주는 20가지나 되었습니다. 여성을 위한 맥주는 밀로 만들었는데 거기에 꿀, 계피 그리고 향료를 섞었으며 남성용 맥주는 보리로 만든 씁쓸한 맥주였습니다. 밀과 보리를 함께 사용하여 제조한 혼합맥주는 맥즙의 당도에 따라 구분되었는데 색깔이 아주 짙은 정상맥주로부터 원맥즙의 당도도 낮고 색도도 옅은 Gelabber(저품질맥주)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당시에 벌써 맥주의 등급이 구분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시카루는 맛을 돋우기 위해 쓴맛을 내는 풀을 넣어 끓여 만들었으며, 끓임으로 시카루 자체는 살균이 되었고, 발효가 진행되면 액이 산성화되어 부패가 어렵다는 과학적인 현상까지도 삶의 지혜로 알고 있었습니다.
함무라비왕(BC 1728-1686)은 맥주의 가격을 결정했고 그가격에 합당한 품질도 규정했습니다. 맥주를 마시는 스타일도 변하여 초기에는 항아리에 빨대를 넣어 마시다가 점차 오목한 컵 모양의 질그릇 또는 약간 오목한 접시로 떠서 마시면서, 마시는 맥주를 보게 되었고 그결과 맥주도 점차 맑게 빚기 시작했습니다.
바깥일을 마치고 비틀거리면서 귀가하는 남정네가 늘기 시작했고, 연회를 마련한 집에서는 손님들이 너무 취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숙취예방제를 주기도 했는데 이것 역시 맥주에 섞어 마셨습니다. 이렇듯 맥주가 애용되다 보니 맥주제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존경받았음은 물론이고 사제와 마찬가지로 전쟁시 병역의 의무에서도 제외되었다고 합니다. 수메르인의 20가지 맥주 중 몇가지를 보겠습니다.
2번즙 맥주 : 밀맥주를 만든 후의 2번즙과 보리맥주를 만든 후의 2번즙을 섞어 발효시킨 맥주로 저급 맥주임.
라거맥주 : 밀과 보리를 사용한 맥즙으로 만들었으며 주로 이집트로 수출했음.
프리마 맥주 : 원료의 1/3은 밀빵으로, 그리고 나머지 2/3는 밀맥아를 사용한 맥주로 지금의 프레미엄급 맥주임.
붉은 맥주 : 원료의 1/4은 싹이 튼 밀알곡과 나머지 3/4은 밀빵과 보리로된 맥아를 사용한 맥주.
옅은 맥주 : 보리를 사용했으며 물을 많이 첨가한 맥주.
당시에 맥주 양조용으로 구운 빵을 바피르(Bapir)라고 불렀으며 빵으로 빚은 맥주는 카쉬(Kasch) 또는 부파(Bufa)라고 칭했습니다. 바빌론의 문화가 한창 발달했을때 맥주용으로 사용한 곡물의 양이 전체 수확량의 50%정도였다고 하니 맥주를 얼마나 사랑했는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고 음용수의 사정도 별로 좋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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