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비디오게임 ’스페이스워’는 정확히 40년 전, MIT의 컴퓨터 스크린에 공개됐다. 두 우주선이 태양 주위를 선회하며 전투를 벌였다. 스티브 러셀이 이끈 선구적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설계한 이 게임이 실리콘 밸리와 할리우드를 묶어준 강력한 새 오락 매체의 단초가 됐다. ’스페이스워’는 순수한 재미가 컴퓨터 기술을 진전시키는 추진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후 이 게임은 애플, 아타리 같은 회사들을 고무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실리콘 밸리의 미래에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스탠포드대학의 과학기술사 큐레이터인 헨리 로우드는 말했다. 그것은 근무시간 후에도 신들린 듯 일하며 놀이와 프로그래밍을 결합하는 20대 컴퓨터 도사들이라는 첨단기술 시대의 한 가지 전형을 마련했다.
이들은 은퇴했거나 은퇴 직전이다. 최근의 컴퓨터 및 인터넷 개척자 세대와는 달리, 스페이스워의 프로그래머는 발명품으로 돈을 벌지 못했다. 그들의 업적은 세계의 독창적인 컴퓨터 해커들 사이에서만 전설이 되었다. “스페이스워로 돈을 번 것은 1970년대 비디오게임 산업에서 소송이 일어났을 때 자문료를 받은 것이 유일하다”고 앨런 코톡은 말했다. 6명 가운데 몇몇은 하드웨어 디자이너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었고 한 명은 대학교수, 또 한 명은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하고 있다.
스페이스워는 디지털 이큅먼트의 새로운 PDP-1 미니컴퓨터와 음극선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이용해 설계됐다. 디지털 이큅먼트 사용자 그룹이었던 데쿠스(Decus)에 의해 소개된 스페이스워는 즉시 인기를 끌었다. 너무 중독성이 강해 이 게임을 제작한 MIT 연구실에서는 점심시간과 근무시간 이후에만 즐기도록 했다.
스페이스워는 전형적인 순발력 게임이었다. 플레이어는 키보드나 조이스틱을 사용해 작은 우주선을 운전하고 기뢰를 발사했다. 얼마 뒤, 하이퍼스페이스가 옵션으로 추가돼 플레이어는 우주선을 마음대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게 했다. ’홀 어스 카탈로그’의 설립자인 스튜어트 브랜드는 60년대초 스탠포드대학 컴퓨터 센터에서 젊은 해커들이 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듯했다. 이 게임은 환각제 이상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이 게임의 창조자들은 MIT의 하이킹 클럽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24세의 러셀과 마틴 그래츠는 열렬한 SF팬이었다.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던 21세의 피터 샘슨은 케임브리지의 밤하늘을 묘사한 ’값비싼 플라네타륨’이라는 핵심 요소를 추가했다. 러셀과 코톡은 새 오락 매체를 만들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1961년 후반에 디지털 이퀴브먼트의 컴퓨터가 설치된 뒤, 그 성능을 입증시킬 방법을 찾던 중 두 우주선의 전투를 그래픽 시뮬레이션으로 처리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러셀은 명령어를 종이 테이프 위의 구멍으로 바꾸어놓는 일종의 타이프라이터인 플렉소라이터에 코드를 입력함으로써 작업에 착수했다. PDP-1 미니컴퓨터는 초당 10만 명령어를 처리했는데, 초당 20억 명령어를 처리하는 요즈음의 마이크로프로세서에 비하면 형편없이 느렸다. RAM도 9Kb로, 요즈음 PC의 1Gb에 비해 초라한 것이었다.
“새 게임은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기계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석 연구원 리처드 라쉬드는 말했다. 게다가 스페이스워 프로그램은 해커 문화의 전파에 기여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다’면서 또 다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러셀은 말했다.
스페이스워에서 영감을 얻은 사람 가운데에는 아타리를 설립한 놀란 부시넬도 있다. 이 게임을 만났을 때 유타대학원에 재학중이었던 그는 비디오게임 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1971년에 스페이스워의 오락실 버전인 ’컴퓨터 스페이스’를 만들었지만 실패했고, 다음에 개발한 게임 ’퐁’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스페이스워는 애플 컴퓨터의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에게도 강한 인상을 주었다. 이들은 스탠포드대학의 인공지능연구실에서 이 게임을 즐겼다.
그러나 최초의 상업용 비디오 게임을 만든 사람은 스탠포드대학을 졸업한 빌 피츠였다. 그는 고등학교 친구인 휴 터크와 함께 코인 오퍼레이션 방식의 스페이스워인 ’갤럭시 게임’을 제작해 부시넬의 ’컴퓨터 스페이스’보다 여러 달 전에 학생회관에 설치했다. 이 게임은 엄청난 히트작이 되었으며, 6년 이상 학생들의 사랑을 받았다. 제작비 6만 달러도 금방 회수했다. 이 게임은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컴퓨터박물관역사센터에 소장돼 있다.
64세인 러셀은 게임을 가끔 한다. 그는 비디오 게임 기술을 살펴보기 위해 오락실에도 간다. 그러나 취향이 변해 우주선이 아니라 솔리테어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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