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인쇄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751년경에 이미 목판인쇄가 시작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예로 1966년 경주 불국사 석가탑(국보 제 21호)을 해체 복원하는 과정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제126호)』이 출토 되었다. 이 다라니경에는 구체적인 인쇄시기가 기록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석가탑을 건립한 연대가 751년(신라 경덕왕 10년)이므로 최소한 건립연대와 같거나, 그 이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현존하는 목판인쇄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러한 목판 인쇄는 고려시대에 가장 절정기에 이르기 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1007년에 개성 총지사에서 찍어낸 『보협인다라니경』을 비롯하여 『초조대장경』(1011∼1087), 『속장경』(1090 이후), 『재조대장경』(일명 “팔만대장경”: 1236∼1251)의 간행을 들 수 있다.
목판인쇄의 경우 한번 새기기만 하면 얼마든지 인쇄가 가능하다. 그러나 새기는데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고, 보관상 어려움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책을 간행한다는 것이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또한 고려후기 사회가 안으로는 이자겸의 난을 비롯한 내란을 많이 겪었고, 밖으로는 몽고의 침입으로 인하여 많은 문화재가 불에 타 없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빠른 시간내에 다양한 종류의 서적을 간행할 필요성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러나 목판인쇄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인쇄에 새로운 방법이 도입되었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금속활자의 발명이다. 금속활자의 인쇄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조상이 쌓아온 금속공예의 기술이 밑거름이 되어 가능해진 결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에서 금속활자 인쇄는 13세기초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한 예로 1239년이전에 금속활자로 인쇄한 『남명천화상송증도가』와 1234년에서 1241년 사이에 인쇄한 『상정예문』을 들 수 있으나, 이것은 단지 기록으로 전할뿐 현재 전해 내려오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현존하는 것으로는 1377년(고려 우왕3)7월에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일명 직지)』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이 책은 서양인들이 자랑하는 구텐베르그 42행 성서보다 약 78년이나 앞서 인쇄한 것이다. 이렇게 훌륭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안타깝게도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고려시대의 금속활자 인쇄기술을 이어받은 조선시대에는 1403년(조선 태종 3년)계미자를 비롯하여 약 350여 가지의 각종 활자를 만들어 많은 종류의 책을 인쇄하였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활자를 만든 것은, 통치이념이 고려시대 불교에서 조선시대 유교로 바뀌면서 그 사상을 널리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보여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했을까? 바로 다름 아닌 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면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쇄가 필요했을 것이고, 인쇄를 하기 위해서는 활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결국 금속활자의 발명은 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만들었다는 것은 과학적인 발명이다. 그러나 과학적인 발명 그 자체에도 물론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그 근본적인 동기, 목적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바로 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럼 책을 필요로 했던 민족, 그 민족은 어떤 민족인가? 바로 문화민족이요, 선진민족이다. 책은 지식을 대표하고, 또한 어느 한 민족의 문화 수준을 알아보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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