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등(提燈)은 밤길이나 의식과 예식에 많이 사용하며 손에 들게 되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초롱·등롱·조족등(照足燈) 등이 이에 포함된다. 철사·놋쇠·대나무·나무 등으로 골격을 만들고 표면에 종이나 깁[紗; 얇은 비단]을 발랐으며, 유리가 수입된 후에는 유리를 끼우기도 했다. 위쪽으로는 긴 자루를 달아 들고 다니기에 편하게 했는데, 손잡이 자루에 비상용 초를 넣을 수 있게 만든 것도 있다.
내부에 초를 넣어 불을 밝히면 ‘초롱’이라 하며, 등잔을 넣은 것은 ‘등롱’이라 한다. 깁(얇은 비단)을 표면에 씌운 것은 그 깁의 색에 따라 명칭을 붙였으며, 신분에 따라 깁의 색과 초롱의 사용 수에 제한을 두었다. 요즈음도 손쉽게 볼 수 있는 제등으로는 사월 초파일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등과 청사초롱[靑絲燭籠]이라 할 수 있다. 혼례에 사용되는 초롱은 원래는 임금의 행차의식용으로 사용됐다. 어련(御輦; 임금이 타는 수레)의 앞에는 홍색 바탕에 청색으로 아래·위에 단을 두른 초롱을, 수레의 좌우에는 홍색의 초롱을 배치했다.
한편 왕세자의 수레 앞에는 검은 색 바탕에 홍색으로 위·아래 단을 두른 초롱을 두고 수레의 좌우에는 검은 색 초롱을 배치했다. 왕세손의 수레 좌우에는 청색 바탕에 위·아래에 홍색단을 댄 초롱을, 좌우에는 청색의 초롱을 배치하였다. 군대에서는 홍색 바탕에 청색으로 테를 두르고 궁중에서는 청색에 홍색으로 단을 두른 초롱을 사용하였다. 서민들은 홍색에 청색의 긴 단을 댄 청사초롱을 혼례 때 사용해 요즈음도 청사초롱은 결혼을 의미하는 말로 해석되고 있다.
조족등(照足燈)은 발을 비춘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궁중에서 들보에 매달아 사용했으므로 현등이라고도 했으며 순라군(巡邏軍)이 야경(夜警)을 돌며 도적을 잡는 데에도 사용하여 도적등이라고도 불렀다. 또 형태가 둥근 박같아 박등이라고도 했다. 위로는 손잡이 자루가 달리고 밑쪽에는 원형 구멍이 뚫려 있으며 내부에는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항상 수평을 유지하며 회전하도록 만든 초꽂이 장치가 설치된 과학적인 설계로 제작됐다. 내면에 값비싼 초를 꽂아 사용하므로 궁중과 관청 및 상류계층에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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