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가 움직이는 것을 찍어 재현하고자 했던 인간의 꿈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지금부터 약 2∼3만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에스파냐 알타미라의 라스코 동굴에는 다리가 여덟 개인 황소의 벽화가 있는데, 이것은 인류의 이러한 꿈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1초에 24개의 정지된 화상을 연속적으로 돌려 인간의 잔상 현상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영화가 발명되기까지는 2세기부터 시작하여 19세기까지 흘러야만 했다.
구체적으로 19세기에 들어와 움직이는 그림을 보여주는 기계가 나타났지만 영화의 발명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사진술의 발명이었다.
1878년 미국인 E. 마이브리지가 24장의 달리는 말의 모습을 촬영한 데 이어, G. 이스트먼이 셀룰로이드에 의한 `롤 필름(roll film)'을 제조한 데 힘입어 에디슨이 혼자서 움직임을 볼 수 있는 키네토스코프를 1889년에 발명했다.
프랑스의 L.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촬영기와 영사기를 발명하여, 1995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최초로 상영됐다.
이러한 영화의 기술은 우리 인간의 잔상을 이용한 것이다.
잔상이란 빛의 자극이 제거된 후에도 시각기관에 흥분상태가 지속되어 시각작용이 잠시 남는 현상을 말한다.
여기에는 양성잔상과 음성잔상이 있다. 상이 남는 시간은 자극이 되었던 빛의 밝기와 색, 시간, 눈의 생리상태 등에 따라 다르다.
양성잔상이란 자극광과 같은 감각이 남는 것으로서, 비교적 강한 자극을 단시간 받았을 때 생긴다.
음성잔상은 자극을 받은 빛과는 명암이 반대가 돼 그 색의 보색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정도의 강도를 장시간 보았을 때 생긴다.
영화는 양성잔상을 이용한 것이다.
음성잔상은 각기 다른 색을 나란히 놓았을 때 그 각각의 색은 그것이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빛깔이 옆에 있는 색의 보색에 접근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현상이다.
음성잔상의 이 현상은 색상의 대비라고 하며, 배색효과를 살리는 데 아주 중요하다.
또, 잔상의 크기는 투사된 면까지의 거리에 영향을 받으며, 거리에 정비례하여 증감한다. 이것을 엠메르트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럼, `벤허'라는 영화에 나오는 마차바퀴는 왜 가끔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까?
영화는 1초당 24장의 정지사진을 연결해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영사기는 한 정지사진에서 다음 정지사진으로 옮겨갈 때 셔터로 재빨리 밖으로 나가는 빛을 가려준다.
따라서 관객은 초당 24번 깜박이는 빛을 보는 것이지만, 우리 눈의 잔상작용 때문에 마치 깜박이지 않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여 모 햄버거회사가 영화 필름 사이사이에 햄버거 사진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삽입했다가 들통이 난 사건도 있었다.
`벤허' 영화에서 주인공이 탄 마차바퀴가 어디로 도는 것처럼 보이느냐는 이 정지사진에서 바퀴살의 위치가 어떻게 돼 있느냐에 달려있다.
어떤 바큇살이 있던 자리에 정확히 24분의1초 뒤 그 다음 바큇살이 오고, 다시 24분의1초 후에 그 다음 바큇살이 온다면, 마차바퀴는 마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만약 같은 주기에 다음 바큇살이 앞 바큇살이 있던 곳보다 조금 뒤에 도달한다면, 그때는 거꾸로 도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자동차 바퀴나 선풍기, 환풍기 등이 돌기 시작할 때 거꾸로 도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한 팬이 1/8초안에 다음 팬 자리에 온다면 팬은 돌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1/8초 후에 다음 팬의 위치까지 오지 못한다면 팬은 거꾸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의 망막에 잔상이 남아 있는 시간은 약 1/8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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