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많이 쓰였던 방식은 '워드형'이라고 불리는 일명 ' 맹꽁이 자물쇠' 다.
이 자물쇠의 원리는, 열쇠를 집어넣으면 열쇠의 끝이 둥근 테의 홈에 끼게 되어 있고, 열쇠를 돌리면 그 힘으로 둥근 테가 한 바퀴 돌려지면서 자물쇠를 열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둥근 테의 홈에만 끼워 넣을 수 있는 것이면 아무 열쇠나 집어넣어도 자물쇠가 열리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문에 이 자물쇠에는 열쇠가 한 바퀴 도는 길에다 장애물이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물론 제대로 맞는 열쇠의 끝에는 이미 이 장애물에 걸리지 않도록 장애물과 같은 모양의 홈이 패어 있었다.
다시 말해 다른 열쇠들은 바로 이 홈에 걸려서 한 바퀴를 제대로 돌 수 없는 것이다.
이후 18세기 들어 스프링이 개발되면서 이를 이용한 '레버 텀블러형' 자물쇠가 영국의 로버트 바론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 자물쇠는 스프링 때문에 '탁'하는 소리가 나면서 쉽게 열리는 장점은 있었지만, 그 원리는 워드형 자물쇠를 조금 개량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즉, 열쇠가 도는 길에 장애물을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몇 가지 안되다 보니 열쇠 끝부분의 모양이 각각 다른 수십 개의 열쇠만 있으면 왠만한 자물쇠는 다 열 수 있는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오늘날 사용되고 잇는 '핀 텀블러형' 또는 '예일형' 자물쇠다.
이는 1860년 미국 코네티컷의 초상화가였던 라이너스 예일이 개발한 것인데, 그가 이집트형 자물쇠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핀'을 이용하는 원리를 갖고 있었다.
이 자물쇠의 원리를 살펴보면 우선 자물쇠 내부에 네 개의 구멍이 세로 방향으로 나란히 패어 있고, 그 안에는 스프링이 들어 있다.
스프링이 들어 있는 구멍에는 '드라이버' 또는 '핀'으로 불리는 쇠로 만든 소형 원기둥이 각각 두 개씩 들어 있는데, 이 원기둥들은 서로 분리될 수 있다.
이 원기둥들이 자체 무게 때문에 열쇠 구멍 쪽으로 떨어질 것 같지만, 열쇠 구멍에는 많은 홈이 있어 떨어지지 않고 제 위치를 유지하게 된다.
열쇠를 집어넣을 경우 이 원기둥들은 차례로 위로 밀려 올라가게 되고, 열쇠를 옆으로 돌리면 두 개가 하나의 쌍으로 되어 있던 이 원기둥들은 서로 분리되면서 자물쇠가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대로 맞는 열쇠인 경우이며, 열쇠에 패어 있는 홈의 높낮이가 제대로 맞지 않는 열쇠는 당연 열리지 않게 된다.
높낮이가 맞지 않을 경우 원기둥들이 분리되는 부분에서 오히려 장애물로 작용, 자물쇠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의 자물쇠는 특히 열쇠 구멍 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게 하는 장점이 있는데, 과거 영화에서 보듯 열쇠 구멍을 통해 안쪽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이 자물쇠의 등장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자물쇠의 특징은 네 개의 원기둥의 높낮이가 하나라도 틀리면 열리지 않는다는 점으로서, 이 때문에 열쇠 또한 수천 수만 가지의 조합이 가능해졌다.
예컨대 한 개의 원기둥에 제대로 분리할 수 있는 열쇠의 확률을 10분의 1로 잡을 경우, 네 개의 원기둥 모두를 분리하고 자물쇠를 열 확률은 10의 4승, 즉 1만분의 1일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매우 정교한 금속 가공을 거쳤을 경우이며, 대부분의 자물쇠들은 원기둥이 3-4개에 지나지 않으며, 원기둥 한 개의 높낮이도 3-5종류로 한정되어 있다.
종종 우리가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 작은 철사(또는 핀)를 열쇠 구멍에 집어넣어 돌리는 시도를 하는데, 어떤 이는 실제로 이를 통해 자물쇠를 열기도 한다.
이는 그가 손재주가 좋아서가 아니라, 자물쇠의 이같은 원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심히 보면 그러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철사의 끝부분에 미세한 굴곡들이 생기도록 손이나 이로 철사를 구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열쇠와 자물쇠는 다른 발명품들과는 달리 어떠한 화학ㆍ물리적 원리도 필요없이 그동한 순수하게 기계적인 아이디어로 개발이 이루어져 왔는데, 최근에는 전기ㆍ자석ㆍ사진의 원리 등을 이용한 버튼식, 카드식, 자석식, 지문(指紋)식 등 각종 첨단 열쇠와 자물쇠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둑이 열쇠를 훔치지 못하면 칼을 들이대고 열쇠를 뺏는 강도로 변하듯이, 자물쇠의 기술 발달이 항상 재산 보호와 안전 보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발명품들이 기술 발달에 따라 더 많은 편리와 이익을 인류에게 가져다 주고 있는 점과 비교해 볼 때 자물쇠에 숨겨진 인간 욕망의 양면성은 의미심장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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