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라고 불리던 천연두는 불과 수 십 년 전만 해도 어린이는 물론 어른의 생명까지 앗아가던 무서운 병이었다.
마마가 지나간 동네에는 보통 아이들 서넛이 죽는 게 예사였고, 한밤중 죽은 아이를 가마니에 싸서 묻으러 가는 아버지 들의 모습에 온 동네는 울음 바다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마마는 물러나면서까지 살아 남게 된 아이들의 얼굴에 반드시 흔적을 남겼다. 곰보 자국이 그것이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곰보가 안 되도록 얼굴에 까맣게 달라붙은 곰보딱지들을 손도 못 대게 했지만, 철없는 아이들은 가려움을 참다못해 딱지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는 긁지 못하도록 아이의 손과 얼굴을 수건이나 천으로 둘러싸서 마치 미이라 같은 형상을 만들기도 했지만 결국은 허사였고, 아이들은 오목조목한 곰보 자국을 평생의 아픈 상처로 간직하며 성장해야 했다.
그러나 이 병은 다행스럽게도 이제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국민학교 시절 하얀 옷을 입은 간호사가 교실에 들고 들어왔던, 그리고 한 교실의 아이들 전체를
겁에 질리게 했던, 또한 오늘날 중장년층의 어깨에 불록 솟은 흉터 자국을 남긴, 이른바 '불주사'덕이었다.
지금처럼 1회용 주사기도 없던 시절, 간호사가 소독을 위해 가끔씩 알코올 램프에 주삿바늘을 갖다 댔던 모습에서 '불주사'란 고약한 이름이 붙여지기도 했지만, 이는 우리가 가장 먼저 접했던 예방백신 중의 하나였다.
백신(Vaccine)은 이처럼 이집트 시대부터 인류를 괴롭혀 온 천연두를 비롯해, 각종 전염병을 퇴치한 주역이다. 현재 알려진 최고(最古)의 백신은 기원전 12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아시아 폰토스의 왕 유페이터는 끊임없이 적에게 독살당할까 봐 두려워했다.그는 독약에 중독되었을 때를 대비, 죄수들을 이용한 실험을 했는데, 평소에 치사량이 아닐 정도의 독약을 마시게 해 놓으면 이에 대한 해독능력이 생겨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은 죽을 정도의 독약을 마셔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 이와 관련된 기록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백신의 원조는 중국이다. 앞서 폰토스 왕의 이야기는 중국의 백신을 폄하기 위해 찾아낸, 편협한 일부 서양학자들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의 면역술, 특히 천연두에 대한 예방접종의 기원은 오래 전 중국의 사천성 남부에서 시작되었다고도 하는데,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약 10세기 후반이었다.
당시 재상이었던 왕단(王旦)은 자신의 맏아들이 천연두로 죽자 상금을 내걸고 중국 전역에 이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 방을 붙였는데, 한 도교 (또는 불교라고도 함)의 선인(仙人)이 찾아와서 예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다행히 천연두로 앓고 죽지 않았다가 가볍게 앓고 있는 사람들의 피부에 난 종기딱지를 모아다가 병에 밀폐해서 한달 가까이 보관한 뒤 나중에 이를 꺼내 가루로 만들어 콧속에 집어 넣는 방법이었다.
콧속에 집어넣는 방법은 솜에 딱지가루를 묻혀 콧구멍에 끼우거나 은대롱을 코에 끼우고 숨을 들이쉬어 가루가 콧속에 달라붙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이후 놀라운 예방 능력을 보이기는 했으나, 이 방법을 대충 이용하다
오히려 천연두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 일반인들에게는 급속도로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만들고 있는 각종 백신의 원리는 이와 거의 다름이 없다.
전염병은 크게 세균(박테리아)과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고 발병하게 되는데, 세균은 항생제 또는 백신으로 퇴치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는 백신에 의해서만 퇴치가 이루어진다.(최근의 에이즈를 생각하면 이 또한 틀린 말이 되어 버렸지만)
세균의 경우, 생물체이다 보니 항생제등과 같은 특정약물을 사용하면 마치 독약처럼 세균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바이러스의 경우는 생물과 미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약물에는 전혀 끄떡이 없다. 다만 인체 내에서 T- 임파구, 대식세포, 백혈구등과 같은 방어체들이 바이러스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바로 감기 인데, 감기의 경우는 유전 등을 통해 이미 감기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어 있고 바이러스 자체의 위력도 약해 큰 문제는 없다.
우리가 약국에서 사는 감기약은 흔히 생각하듯 감기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현상, 즉 열이 나고 기침이 나고 하는 것을 인위적으로 못 나게 하는 것일 뿐이지, 엄밀히 따져 보면 감기를 낫게 하는 데 오히려 지장이 될 수 있다.
열이 나고 기침이 나고 하는 것도 인체가 감기의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어체들도 이전에 접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들에 대해서는 " 별일이야 있을라구, " 라며 그냥 지나치거나, 이를 어떻게 공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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