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되면 언젠가 자연히 알게 될 일이지만, 북한의 정권은 자신들의 우위성을 강변하기 위해 남한의 뛰어난 업적들을 숨겨 왔다.
그리고 여기에는 남한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대적으로 북한보다 덜 했을 뿐, 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손기정 이후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이호준 (사격 종목) 을 비롯, 상당수의 유명인사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아마 통일 이후 우리가 새로 접하게 될 북한의 위인 중에는 이승기 (李升基) 박사가 가장 두드러질 성싶다.
그는 해방 이후 우리가 헐벗고 굶주릴 당시, 우리의 몸을 가리게 했던 기적과도 같았던 합성섬유, 즉 비닐론을 세계에서 최초로 개발한 사람이자 노벨상까지 거론되었던 인물이다.
1939년 일본 화학 섬유 연구소에 근무 당시 이 박사는 폴리비닐과 알코올을 결합한 폴리비닐 알코올 (PVA : 비닐론) 섬유를 거의 독자적인 노력으로 개발, 일제
당시 일본인 들에게 한국인의 뛰어난 지적 자질을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과시했었다.
일본은 20세기 초부터 비단을 대대적으로 생산, 이를 미국에 스타킹 (당시는 스타킹 원료로 비단을 사용했음) 을 만들어 수출해 왔으나, 미국이 나일론을 개발하면서 수출량이 격감하자 시급히 합성섬유의 연구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나일론에 맞설 만한 것으로 마침내 완성한 것이 이 박사의 비닐론이었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발명은 일제의 허덕거리던 군수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일제의 패망과 우리의 독립을 좀더 지연시킨 아이러니도 낳았다.
이후 해방과 함께 이 박사는 고향인 북한으로 가면서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졌고, 이후 남한의 교과서에서는 비닐론을 설명하면서도 이 박사의 이야기는 빼는 , 어찌 보면 이해가 가면서도 안타까웠던 상황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합성섬유를 만들기 위한 연구는 전등의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전등이 섬유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고 의아해하기 쉬우나. 초기의 전등에서 사용된 필라멘트는 사실상 합성섬유와 같은 성분ㆍ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쇤바인이 질산셀룰로오스로부터 인조비단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찾아내자 당시 전등의 필라멘트를 연구하던 영국의 과학자 스완은 이것이 필라멘트에 유용한 성분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오랜 연구 끝에 1883년 그는 이후 나온 에디슨의 전구보다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빛을 발생시킬 수 있는 필라멘트를 만들어 냈고, 질산셀룰로오스에서 섬유를 뽑아내고 이를 여러 겹으로 꼬고 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사용되는 화학섬유 제조법의 토대를 거의 마련했던 것이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샤토네라는 과학자는 1859년 쇤바인의 연구를 계승해 면화를 알코올과 황으로 완전히 녹인 뒤 여기에서 '레이온'이라는 섬유를 뽑아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방법은 1890년대부터 스완이 필라멘트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찾아낸 실의 제조법과 합해지면서 암모니움레이온, 비스코스레이온, 아세테이트레이온 등, 제대로 된 레이온 섬유들을 잇달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레이온 섬유는 이후 나무의 펄프를 녹여서도 뽑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했는데, 오늘날 양복의 안감이나 한복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매끄러운 섬유가 바로 레이온이다.
하지만 레이온은 펄프를 녹이는 과정에서 유독 가스가 발생, 몇 해 전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던 '원진 레이온 직업병 사태'와 같은 문제들을 야기해 최근에는 이용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나일론은 무려 2천 7백만 달러의 연구비를 퍼부었던 뒤 퐁 사에 의해 1938년 최초로 등장하게 되는데, 기존의 합성섬유들은 식물성 원료에 의존했던 반면, 나일론은 석탄 등 광물성 원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석탄, 물, 공기가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라는 뒤 퐁 사의 캐치프레이즈는 미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고, 1940년 마침내 질기고 부드럽고 상하지도 않는 나일론 스타킹이 등장하자 이를 사려는 군중들이 몰려들어 시판 첫날 4백만 켤레의 스타킹이 팔리는 진기록이 수립되었다.
미국 전역이 아수라장이 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이후 나일론의 개발은 과학의 발전을 대변하는 새로운 '연금술'로 받아들여지면서 합성섬유 개발 붐을 일으켰고, 이후 폴리비닐 알코올 섬유, 폴리에스케르 섬유 등 각종 섬유들이 개발되면서 오늘날의 의류혁명이 시작되었다.
현재 세계 합성섬유 생산량의 65% 이상의 차지하며 신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폴리에스테르 섬유는 원래 뒤 퐁 사의 캐로더스 박사 팀에 의해 나일론보다 먼저 개발될 뻔한 제품이다.
그러나 당시 뒤 퐁사는 질기고 오래 간다는 점에 너무 집착, 강도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지만 촉감 면에서는 훨씬 우수한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 관련 연구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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