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1세기를 불과 몇해 남겨 놓았을 때 서지학자나 천문학자들은 우리에게 말 못 할 고민을 하나 갖고 있었다. 엄밀히 따져 볼 때 21세기의 시작은 우리가 믿고 있는 2000년 1월 1일이 아니라 2001년 1월 1일이라는 점이다.
예수가 탄생한 해를 기준으로 삼아 시작된 오늘날의 서기(西紀)는 예수가 탄생한 그해를 0을 의미하는 '원년(元年)'으로 삼지 않고 '1년'으로 표시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이를 바탕으로 정확히 100년 또는 1000년이 되는 시점을 따져 보면 100년 12월 31일, 또는 1000년 12월 31일이 되며, 이때문에 20세기 또한 2000년 12월 31일이 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같은 문제를 들어 모두가 기다리던 21세기를 무려 1년이나 더 기다리도록 할 만한 사람은 없을 테고, 그래서 1999년 12월 31일의 달력을 찢는 순간이 전세계에 대대적인 축하 쇼가 벌어지는 시점이 된 것이다.
이를 놓고 "아니, 그런 경우가 있었구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달력을 기원전부터 모두 다 들춰본다면 이는 오히려 사소한 일에 속하며, 그 이전에는 1년에 달력이 며칠씩, 심지어 몇 달씩 길어졌다 짧아지고, 1월이 갑자기 3월로 바뀌는 등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시간은 태초부터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이지만, 이를 나누고 구분한 것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은 정확히 365일 5시간 48분 46초다. 당연히 과학이 발달되지 못한 과거에는 이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다만 계절과 낮시간, 밤시간 등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농사를 시작하면서 경험을 통해 대략 한 해가 360여 일 정도로 이루어진다고 추측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문명이 좀더 발달한 이집트에서 낮과 밤의 길이가 똑같은 춘분이 다시 반복되기까지의 날짜를 일일이 헤아려 한 해가 정확히 365일 정도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기원전 386년경 365일을 1년으로 삼는 최초의 태양력을 만들어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1년이라는 기간은 달의 모습이 바뀌는 횟수를 함께 적용해서 약 12달로 나누었고, 이것이 기원전 46년경 이집트에 침공한 로마의 줄리어스 시저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시저는 이 달력의 정확함에 매료되어 이를 로마에서도 즉시 사용하려 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365일하고도 자투리로 남게 되는 약 1/4일에 해당하는 시간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집트의 달력은 최초 춘분(春分)을 1월1일로 잡아 만들어졌으나, 그동안 자투리 시간들을 그대로 누적시켰던 관계로 시저 때에 이르러서는 실제 춘분일이 약 80일이나 늦어진 3월 25일경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집트 인들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나 태양을 신으로 숭배했던 그들은 " 인간이 어찌 태양신이 결정하는 바에 손을 댈 수 있는가? " 하고 생각 했을 따름 이었다.
그러나 시저는 달랐다. 그는 이같은 오차를 줄이기 위해 4년마다 한 번씩 하루를 늘려 366일을 만듦으로써 이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본격적인 태양력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 당시 동양에서는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태음력'이 거의 완성됐는데, 이는 평년을 열두 달 354일로 하되, 10년에 네 번 꼴로 윤달을 만들어 그해만큼은 1년이 13개월이 되도록 했다.
종종 우리나라 조상 등 동양인들이 양력을 사용하지 않고 음력을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음력은 양력과 평균 한 달 가까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과학적이다."라 고 말하고, 심지어 음력으로 생일을 따지거나 제사를 지내는 행위를 '미신' 의 차원으로까지 격하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그야말로 무식의 소치이며 서구문화에 대한 맹신일 뿐이다.
아울러 해방 이후 우리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좀심이 철저히 무너져 버린 상태에서, 서양문명에 대한 '신(新)사대주의자' 들이 집권계층이 되면서 잘못된 국민교육을 벌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윤달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1년은 365일로 이루어진다' 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이며, 실제로 농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입춘, 입하, 청명, 곡우 등과 같은 24절기는 음력이 아니라 양력의 시간 단위이다.
그럼에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음력을 농사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 썼던 이유는 "태양이야 한결같아서 인간에게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달은 그 모양의 변화만으로도 바닷물을 엄청나게 변화시킬 정도(달의 인력으로 발생하는 조수 간만의 차를 의미함)로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에, 미약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이 대소사에 이를 적용하기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시저의 태양력으로 인해 인류는 비로소 달력다운 달력을 갖게 되었지만, 오래지 않아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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