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섭취하고 있는 음식물과 질병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수 천년 전 고대인들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 속의 성분들은 대부분 우리 몸에 흡수된 후 분해되어 다른 형태로 변환되어 사용된다. 그러나 어떤 성분들은 섭취할 때의 형태 그대로 이용되기도 하는데 비타민(vitamin)도 그중 하나이다.
비타민이 우리와 친숙해진 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어원은 vital amine(생명의 아민)에서 유래된 것으로 각기병을 경감시킬 수 있는 아민(비타민B1)을 쌀겨에서 추출하게 된 이후 사용된 말이다. 또 오랜 항해를 하던 영국의 수병들은 괴혈병에 시달리면서 이를 예방하고자 라임(감귤의 일종)을 먹었고, 이 이유로 인해 ‘limey’란 단어가 생기기도 했다.
물론 이 새콤한 라임 과일 속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었다. 그러나 비타민C 의 화학구조는 그 중요성이 알려진지 거의 200년이나 지난 1933년에 밝혀졌다. 현재까지 알려진 비타민의 종류는 약 20여종에 이르며 아직까지도 이들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잘 알고 있는 비타민은 주로 A, B, C, D, E 등이며, 특히 비타민 C와 B는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비타민C의 화학명은 아스코르브산(ascorbic acid)이며 산소와 탄소로 구성된 5각형의 고리 구조를 갖고 있다. 비타민C는 우리 몸 안에서 매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산화를 방지하는 환원제로서의 역할에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비타민C는 우리 몸에서 합성되지 않으며 과일이나 야채와 같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음식물을 통한 섭취에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현대인들은 상점에 진열된 병 속의 비타민을 찾는다. 한편 비타민B는 도정된 곡류를 주로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결핍되기 쉬우며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양인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타민 B1의 결핍은 각기병 (beriberi, 스리랑카어로 I can not,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데서 유래)의 원인이 되며 B12는 악성빈혈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당근과 같은 황색채소에 풍부한 비타민A는 결핍될 경우 야맹증을 야기한다. 눈의 망막에 있는 비타민A의 유도물질은 빛을 받게 되면 화학구조의 변화를 일으켜 망막과 뇌를 연결하는 시각회로를 연결시켜주는데 이 과정에서 약간의 손실이 발생하게 되어 식품을 통한 보충이 필요한 것이다. 이외에도 비타민A는 매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며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보고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한국인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비타민D는 과학적으로는 매우 흥미롭다. 이 비타민은 우리 몸에 있는 콜레스트롤이 햇빛을 받아 합성된다. 따라서 충분한 일광을 쪼이는 성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겨울철 실내생활이 많은 유아나 노인들에게 결핍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외국의 경우 비타민D를 보강한 우유가 시판되기도 한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물질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비타민은 때론 그 효과에 대한 지나친 과신으로 오남용의 우려가 있다. 바쁜 일상의 현대인들이 병 속의 비타민을 편리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종합비타민 한 알보다는 새콤한 과일 한 알에 더 끌리는 것은 왜일까? 이는 생명현상은 단순한 물질의 기능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오묘함(?)이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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