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0년대에 몽고를 여행했던 프란체스코회의 수도사 월리엄 드 루브룩은 몽고인들이 수정으로 된 볼록렌즈를 거북껍질(몽고인들에게는 행운을 상징했음)로 만든 테에 끼워 걸치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고국에 돌아온 그는 역시 프란체스코회의 수도사였던 로저 베이컨과 장시간의 대화를 나누었고, 그 후 베이컨은 1268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대서(大書)]에 볼록렌즈의 그림을 수록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의 안경이 유럽에 등장한 것도 13세기의 일이었다.
당시의 안경에는 코걸이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을 코 위에 올려놓고 균형을 취하기가 몹시 어려웠다. 1300년경 당시 세계적인 유리산업의 중심지였던 베니스에서는 볼록렌즈를 사용한 안경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착용하기가 쉽든 어렵든간에 이러한 안경은 가까운 것을 잘 못 보는 사람들의 시력을 높여 주었다.
가까운 물체를 잘 못 보는 증세의 원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른바 원시로서 눈알의 수정체가 너무 얇아 가까운 물체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이다. 또 하나는 중년이나 노년에 흔히 나타나는 노안으로서 눈의 수정체가 신축성을 상실, 가까운 물체를 뚜렷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수정체가 두터워지지 못하는 경우이다.
15세기 중엽에 인쇄기계가 발명되어 책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나이 든 사람들은 책을 읽기위해 안경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조잡하게 도수가 구분된 안경들이 만들어져 일반상점에서나 거리의 행상들에 의해 판매되었다. 안경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눈에 맞는 것이 나타날 때까지 진열된 안경을 하나하나 끼어 보아야 했다.
이보다 훨씬 옛날 로마의 네로황제는 검투장의 객석에 앉아 저 아래서 벌어지는 검투 광경을 자세히 보기위해 작은 면들이 생기도록 세공된 보석안경을 한쪽 눈에 대곤 했다.
그러나 근시로 애태우는 사람들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장인들이 오목렌즈를 갈아 만들어 낸 것은 15세기 말 또는 16세기 초에 이르러서였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은 작가 제인 하워드가 묘사했던 바와 같은 흥분을 느꼈을 것이다. 하워드는 여덟살때 처음으로 안경을 쓰면서 이렇게 외쳤다. "엄마, 엄마 나무에 잎들이 달렸네요"
근시가 너무 심해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매우 두꺼운 오목렌즈를 만들어야 했다. 1852년 런던의 한 안경점은 어느 귀족의 비서로부터 다음과 같은 요청을 받았다. "아직까지 안경을 착용한 경험은 없지만 식사를 할때면 그릇 위에 얼굴을 바싹 숙여야 할 정도로 심한 근시인 16세의 소년에게 맞을 안경을 부탁합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근시와 원시라는 두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했다. 그는 본래 근시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책을 제대로 읽을 수 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안경을 두 개 마련해 놓고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그는 이렇게 하기가 귀찮아지자 원거리용 안경렌즈의 윗 부분을 잘라내 독서용 안경렌즈의 아랫부분에 접착시키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원시와 근시 양용의 이중초점 안경이 최초로 등장했다.
고대 중국의 판관들이 송사에 임해서 증언을 들을때 표정을 감추려고 연수정 안경을 쓴 이래 안경이 신분을 나타나는 상징으로 간주된 시대가 종종 있었다. 사람들은 장식용으로 또는 그들의 사회적 신분을 높여 보이기 위해 렌즈가 없는 안경테만을 끼는 경우도 흔히 있었다. 한편 근시였던 교황 레오 10세는 1517년 라파엘로가 그린 초상화에서 엄격한 인상을 주는 안경을 끼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17세기에 들어와 스페인의 궁정에서는 안경을 끼는 것이 유행했다. 1679년에 마드리드를 방문했던 어떤 백작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많은 젊은 귀부인들이 큼지막한 안경을 코에 걸치고 귀에 묶은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러나 가장 이상했던 것은 그들에게 안경이 전혀 필요치 않았다는 사실 이였다. 그들은 안경을 걸친 채 서로 이야기만 주고 받았다. 안경을 끼는 이유는 좀더 진지하게 보이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그 백작부인은 이어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안경을 걸치기를 좋아하더라고 적었다. "안경착용은 아주 보편적인 일 이였고 계급에 따라 다른 안경을 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햇볕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안경을 착용한다. 선글라스를 끼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멋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용도의 양면성은 사실은 시력교정용의 평범한 안경의 경우에 보다 두드러진다. 많은 정치인, 배우, 스포츠 스타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독특한 스타일 과 색깔의 안경테와 렌즈를 선택함으로서 단지 안경을 낀다기보다는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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