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야경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요란하게 반짝이는 네온사인은 미국인의 창의력이 낳은 산물이 아니고, 두 영국인 화학자와 한 프랑스 발명가 덕분에 나온 것이다. 1898년 월리엄 램지 경 과 모리스 트래버스는 액화공기 (압력을 받아 초저온이 된 공기)를 가지고 실험을 하다가 무색의 불활성 기체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그 기체를 그리스어로 새롭다는 뜻인 neos를 따서 neon(네온)이라고 명명했고 더 흥미로운 기체를 찾는 일에 쫓겨 그 기체를 방치해 버렸다. 그러나 몇 년 후 파리의 물리학자인 조르즈 클로드가 그 새로운 기체의 용도를 찾아냈다. 그는 유리관에서 공기를 뽑아 낸 다음, 그 속에 네온을 집어넣고 거기에 전류를 통해 보았다. 유리관은 밝은 오렌지 빛을 발했다. 클로드는 자기가 발견한 것의 잠재적인 가치를 알고 계속 연구한끝에 네온사인을 개발했다. 1922년,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시원하면서도 매력적인 네온사인의 색채가 선을 보였다. 로스앤젤레스의 자동차상이 네온간판을 내걸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구경하려고 수km 밖에서까지 모여들었다. 그러나 클로드에게 특허료를 내고 제작된 네온사인이 전국의 상가에 켜지면서 신기한 맛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네온사인 제조업자들은 기술을 발전시켰고 네온사인은 점점 더 정교하고 화려해졌다. 예를 들면 수은 한 방울을 가스에 섞으면 전기가 들어오는 순간 휘황 찬란한 푸른 빛을 발산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 3500개가 넘는 네온사인제조업체가 미국의 밤거리를 채색하는 일을 담당했다. 모든 제조업자가 어느 정도의 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네온사인은 하나 하나 손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 1단계로 석면 위에 실물 크기의 윤곽을 그리고는 유리튜브를 가열해서 그 패턴에 맞도록 변형시켰다. 다음에 튜브의 양쪽끝에 전극을 용접하고 마지막으로 그 속에 가스를 넣었다. 1930년대에 네온등의 실내 라이벌이 나타났다. 형광등이었다. 수은증기를 채운 튜브 안쪽에 형광물질을 칠하면 전기가 들어오는 순간 튜브는 하얀 빛을 내뿜는다. 길쭉한 형광등은 대부분의 사무실과 많은 가정에 영구적인 부착물이 되었다. 가스 용량이 네온사인이나 보통전구보다 적기 때문에 형광등은 네온사인보다 오래토록 애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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