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고무는 최초 고무나무에서 나오는 진, 즉 천연고무에서 비롯되었다. 중남미의 인디언들은 이 나무의 즙액을 굳힌 뒤 둥근 공을 만들어 놀았고, 이것이 이 지방을 들락날락하던 백인 탐험가들의 눈에 띄면서 비로소 유럽에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의 천연고무는 18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크게 사용되지 않았다. 그저 연필 자국을 문지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산소(酸素)를 최초로 발견하기도 했던 영국의 과학자 프리스틀리에 의해 발견되면서, '지우다'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러버(Rubber)라는 이름을 겨우 얻는 정도였다.
천연고무는 온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끈적끈적해지면서 녹아 버리고, 온도가 조금만 내려가도 딱딱해지면서 부서져 버리는 특성 때문에 사용처가 마땅치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1820년대 영국인 매킨토시가 이를 천에 발라 방수천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여 큰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천연고무의 단점을 줄이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미국인 굿이어에 의해 그 방법이 발견되었다.
굿이어가 1840년경 천연고무와 유황을 섞는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섞은 덩어리를 뜨거운 난로에 떨어뜨렸는데도 이 덩어리가 쉽게 녹지 않는 장면을 발견한 것이 오늘날 고무의 탄생 일화다.
고무는 엄청난 양의 탄소와 수소들이 사슬처럼 결합된 고분자 물체로서, 이 사슬의 결합이 느슨하다 보니 열이 약간만 변화해도 쉽게 끊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다.하지만 굿이어의 실험에서는 함께 섞인 유황의 원자들이 이 고분자 사슬을 강력하게 유지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고무가 쉽게 녹거나 부서지지 않았던 것이다.
"하필이면 왜 유황과 고무를 섞어 보려는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굿이어 자신이 '유황과 고무를 섞어 실험을 하는 꿈'을 꾸고 나서 , 이를 그대로 재현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걸이 전해지고 있다. 꿈이 현실로 이어졌다는 점 자체가 아이러니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은 꿈을 통해 발명의 단서를 얻기도 했다.
벤젠의 구조식을 발견한 케쿨레의 경우 '두 마리의 뱀이 서로 상대방의 꼬리를 물고 있는 꿈'을 통헤 구조식을 얻게 되었고, 바늘의 아래쪽에 구멍을 뚫은 재봉틀 바늘의 발명한 아이작 싱어 또한 '구멍이 나 있는 창을 들고 있는 기사의 꿈'을 꾸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최초로 '인체 흡수형 수술용 실'을 개발한 삼양사의 한 연구원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꿈에서 수식이 나타났고, 이를 비몽사몽간에 벽에다 메모해 두어 다음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튼 굿이어의 발견으로 인해 고무의 사용처는 바퀴, 혁대, 끈, 충격 완화 장치, 장화, 구두 등에 걸쳐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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