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상으로만 볼 때 최초의 온도계는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이가 고안한 것이다. 그는 똑같은 실험을 반복해서 해야 할 때마다 한 가지 어려움을 느꼈는데, 바로 실험실 안의 온도가 아침 저녁에 따라, 그리고 날에 따라 변한다는 점이었다.
고민 끝에 그는 공기가 더워지면 부피가 팽창하고 식으면 줄어드는 원리에 착안, 이를 이용한 공기온도계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기다란 유리대롱의 한쪽 끝을 속이 비어 있는 밀폐된 유리공에다 연결시켜 놓은 뒤, 유리공 속의 공기를 어느 정도 빼고 유리대롱의 한쪽 끝을 물 속에 담그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처음에는 압력 때문에 물이 유리대롱 속의 일정 높이까지 빨려 올라가게 되는데, 이때 그 높이를 기준으로 눈금을 표시해두면 이후의 온도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온도가 높아져 유리공 속의 공기부피가 늘어나면 유리대롱 속의 물이 밑으로 조금 밀려내려오게 되고, 반대로 공기가 식으면 물의 높이가 조금씩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온도계는 수십 도씩의 커다란 온도차가 아니고서는 공기부피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고, 따라서 상온에서는 눈금의 차이를 거의 식별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갈릴레이의 이같은 노력은 당시의 많은 과학자들에게 온도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줬고, 1654년 그의 제자였던 페르디난트가 알코올을 이용한 온도계를 만들기에 이른다.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부피상으로 커다란 차이를 나타내는 알코올은 온도계로서는 제격이었던 것이다.
이후 이 방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덴마크의 천문학자인 뢰메르는 물의 어는점을 0도, 끓는점을 60도로 삼아 최초의 온도계 기준을 마련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10진법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았고 오히려 시계에서 보듯 60진법이 나누는 데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60진법이 더 많이 통용되었기 떄문이다.
그러나 최초로 만들어 보급했던 온도계는 제작상의 실수로 인해 어는 점이 0도가 아니라 7과1/2도 정도였고, 그 결과 어는 점이 7과 1/2도로 통일되어 통용되게 되었다.
그러나 몇 년 뒤 독일의 의사였던 파렌하이트는 알코올 대신 수은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찾아냈다.알코올의 경우 눈금이 금방 올라가고 금방 내려가는 단점이 있어 환자들의 체온을 재는 데에는 부적합했지만 수은의 경우는 눈금이 올라가고 내려오는 시간이 2,3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의사인 그에게는 제격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그는 뢰메르에 의해 만들어진 온도계의 기준도 바꿨다. 기존의 방식대로 할 경우, 그에게 가장 중요한 체온이 22와 1/2도가 되기 때문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은 분수 개념이 희박해서 소수점이 남을 경우 종종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 기회에 분수로 되어 있는 어는 점의 온도도 함께 바꾸기 위해 기존의 온도에다 4를 곱하고 다시 1과 1/15을 곱해 어는점은 32도, 체온은 96도 (온도계 제작상의 실수로 보이는데, 실제 화씨를 이용한 체온은 98.6도다), 끓는점은 212도로 정했다.
이후 그의 수은 온도계가 널리 퍼지면서 그가 마련한 기준은 한동안 계속 통용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스웨덴의 천문학자 셀시우스는 10진법을 이용한 온도 기준을 주창했다. 일설에는 그가 오늘날과는 완전히 꺼꾸로 된 물의 끓는점을 0도, 어는점을 100도로 하여 기준을 만들었다는 설도 남아 있으나 확인할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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