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계점에서 "이 시계 잘 맞나요?"라고 물으면 촌사람 취급을 받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한 상태지만,구한말때만 해도 창덕궁의 오포(午砲:정오를 알리기 위해 쏘던 대포)는 툭하면 시간을 놓쳤다. 특히 구름이 심하게 끼는 날이면 더욱 자주 틀려 당시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는데, 오늘날 '신뢰성 없이 큰소리만 치는 것'을 '대포놓다', 그런 사람을 '대포쟁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가늠한다는 것은 이처럼 힘들었고, 이 때문에 인류는 문명 발상과 함께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자연의 시간 단위'에 의존해 시간여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즉, 해와 달의 움직임, 그리고 물이 흐르는 속도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해의 그림자를 이용한 시간측정은 이미 기원전 4000년경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기록으로는 기원전 300년경 그리스 작가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희극 중 "여보!그림자 길이가 열 발짝이 되면 저녁 식사 하세요" 라는 대목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날씨나 밤낮에 관계없이 시간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때문에 사용된 물시계는 이미 기원전 2500년경의 바빌로니아와 기원전 600년경 중국에서 각각 나타나고 있다. 이들 물시계는 세종대왕 때 개발된 '자격루'처럼 수위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자동으로 종을 치도록 하는 수준까지는 되지 못했지만, 고대 유럽에서도 물시계 옆에는 종을 놓아두고 때가 되면 이를 쳐서 시간을 알리는 장치가 있었다. 시계를 의미하는 '클록(Clock)'이란 영어 단어가 라틴어로 종을 뜻하는 클로타(Clocca)에서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다.
이후 유럽에서는 유리병 안의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를 이용한 모래시계와, 타들어 가는 초의 심지 길이나 기름의 양을 이용한 불시계가 등장했다. 하지만 정확성이나 범용성 면에서 크게 뒤떨어졌고, 이를 해결한 것이 오늘날 시계의 원조격인 '추(錘)'시계다.
추시계는 13세기 중동지방에서 최초로 개발, 유럽에 기술을 전파한 것으로 보이는데, 14세기에 건립된 영국 의사당의 '빅벤 (당시에는 빅톰이라 불렸음) 시계나 프랑스 파리의 종탑시계들이 이에 해당된다.이 시계들은 도를레로 추를 높이 감아 올린 뒤 추가 떨어지려고 하는 힘을 톱니바퀴에 전달, 시침을 움직였다.
이 시계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추가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떨어지도록 톱니에 걸쇠(팰릿,일면 탈진기)장치를 한 것이다. 이후 갈릴레이가 발견한 진자운동의 등시성을 이용, 1583년 네덜란드의 수학자 호이겐스가 이를 걸쇠에 응용하면서 기계시계는 비로소 분침, 초침까지 가질수 있게 되었다.
또, 추 대신 태엽(1655년 독일인 헨라인이 발명) 을 시계에 적용하는 방법과 소형 탈진기가 잇달아 개발되면서 휴대용 기계시계도 등장했는데,초기의 것은 시계의 지름이 10cm, 두께가 7cm에 달한 정도여서 손목이 아니라 허리에 차고 다녀야 했을 정도였다.
추나 태엽 대신 모터 등을 사용하는 시계는 20세기 초에 이미 등장했으나, 앞서 언급한 추(錘) 대신에 단순히 전기를 동력원으로 이용했다는 점만이 다를 뿐, 기본 원리는 똑같았다. 이 때문에 오늘날 '전자시계'로도 불리는 전기시계는 지난 1960년 미국의 보로사가 개발한 것이 최초로 인정되고 있다.
이 시계는 소형 말굽자석에 전류를 흘려보낼 경우, 미세하면서도 매우 규칙적인 진동이 발생하는데, 바로 이 진동은 시간의 단위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전자시계의 오차가 매우 적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추시계나 기계시계는 1초에 1, 2회씩 규칙적으로 오가는 진자의 운동을 시간의 단위로 삼는 반면에, 전기시계는 말굽자석이 수천, 수만 번 진동을 해야 비로소 이를 1초로 삼는 수준이기 때문에 오차가 훨씬 작아지는 것이다.
70년대부터는 말굽쇠보다 더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수정을 진동자로 사용하면서 시계는 0.01초 단위의 측정까지 가능해졌고, 특히 진동을 액정화면에 숫자로 바로 표시하는 디지털 방식의 시계까지 개발되어 비로소 '바늘 없는 시계'가 탄생하기도 했다.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바늘 선호 추세로 수정의 진동을 가속회로를 거쳐 바늘에 전달하는 이른바 아날로그 방식의 시계가 세계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
발명이야기
Designed by DOW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