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처럼 옷보다 단추가 더 비쌌던 때도 있었다.어릴 때 이미 31개의 루비 단추가 달린 옷을 입었던 루이 14세는 1686년 단추 가격만도 총 60만 달러에 달하는 옷을 맞추기도 했다.또 프랑스 르네상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수아 1세는 웃옷에 무려 1만 3천 6백개의 금단추를 달았고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장갑에 48개의 금단추를 달았듯이 초기의 단추는 부와 권위의 상징이었다.
우리 한복 중에서 마고자를 종종 오랑캐 옷이라 부르는 이유는 몽고족의 영향으로 단추(매달린 추라는 뜻으로 단추의 어원)가 겉에 보이는 최초의 옷이었던 탓도 있지만 이 단추가 금단추니 호박단추니 하며 곧잘 사치로 흐르고 하는 천박한 세태 때문이었을 성싶다.우린 선조들의 격언 중에 "입성(依)으로 사람을 재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같이 단추 등 옷을 결합시키는데 필요한 각종 단추류 제품(fastener)들은 기능적 필요성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곧잘 신분 과시의 수단으로 흘렀다.남보다 조금 더 특이한 것을 갖고 싶고 또 이를 달고 다니며 자랑하고픈 '장신구의 욕망'탓일 것이다.
오늘날 옷을 여미거나 푸는 데 사용되는 단추,지퍼,매직테이프 등 단추류의 역사는 기원전6000년 이집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하지만 그 당시의 단추는 오늘날의 그것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두 개의 옷자락을 겹치게 한 뒤 겹치는 부분에 동물뼈나 금핀 등으로 찔러 끼우는 형태였고 기원전 1세기경이 되어서야 브로치처럼 두개의 금속 고리를 연결하는 방식이 등장했다.이후 둥금 구슬 형태의 금속류단추를 루프 형태의 고리에 끼우는 단추도 등장했는데 그 모습이 새싹의 봉우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라틴어로 봉우리를 의미하는 'Bouton'이라 부은 것이 오늘날 버튼(button)의 어원이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대부분의 옷들은 오늘날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기다란 천을 몸에 휘감은 뒤 마지막에 남은 자락을 한두개의 단추로 연결하는데 불과했었다.
동양에서는 육조 시대(서기 5~7세기)들어 옷감을 단단하게 묶어 둥근 매듭형태로 만든뒤 이름 천으로 된 고리(루프)에 끼워서 연결하는 방법이 등장했다.그 모습이 마치 잠자리의 머리 모양과 비슷하다 해서 '청령두'라 불린 이 단추는 이후 다섯 개(5행(行)과 5덕(德)을 의미)로 늘어 나면서 중국인의 보편적인 의복형식이 되었다.
이후 서양에서는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 '인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의식이 생겨나면서 가급적 인체의 곡선을 나타내 주는 의복들로 서서히 바뀌게 되었는데 바로 단추가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몸에 꼭 맞게 옷을 입기 위해서는 옷자락의 결합부위에 가급적 많은 단추를 달아 꼭 죄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당시의 옷 중에는 인체를 드러내기 위해 구멍이 숭숭 뚫린 레이스옷도 많았는데 단추 고리 대신에 레이스에 뚫려 있는 구멍에 단추를 끼우면 훨씬 편리하다는 사실이 자연히 발견되었다.오늘날 한쪽 옷깃에 단추구멍을 내고 여기에 단추를 끼우는 방식은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종종 "왜 남자 옷은 오른쪽에 여자 옷은 왼쪽에 단추가 달려 있을까?"하는 질문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까지 없다.다만 여러 가지 주장이 분분한데 어떤 이는 "오른손 잡이가 품속에 숨긴칼이나 총을 꺼내기 쉽게 하다 보니 생겨났다"는 무기 원인설을 어떤 이는 "이성끼리 서로 상대방의 옷을 벗기기 쉽게 하기 위해"라는 성적인 해설을 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감정과 이성으로 나뉘어 있는 대뇌의 좌우 부분이 성(性)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단추는 산업혁명을 통해 기계를 이용하 금속단추의 제조기술(1770년 독일의 위스터가 발명)이 등장하고 (1905년 베이클랜드에 의해 )플라스틱이 발명되어 그동안 단추의 원료로 사용되던 뿔,조개 껍데기,보석류,나무 열매,가죽 등과 같은 천연재료를 대체하게 되었다.특히 대량 생산을 통해 단추의 가격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단추는 신분 과시의 수단이라는 기능을 서서히 잃고 일반 대중의 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단추가 없고 대신 옷고름을 사용하는 것이 전형적이었지만 앞서 언급한 마고자가 들어오기 이전에도 이미 단추를 일부 사용했었다.속옷인 적삼,속적삼 등의 경우에는 옷고름으로 결합할 경우 겉웃의 옷고름과 겹쳐져 가운데 부분이 불룩하게 튀어 나오는 단점때문에 속옷에는 조그마한 단추(중국에서 사용하던 매듭단추 형태였음)를 달기도 했다.또 조선시대 때 무관이나 병사들이 주로 입던 철릭(소매가 크고 허리에 많은 주름을 담아 활동에 편하도록 만든 옷)에도 단추가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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