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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부모님께서 관심과 사랑으로 기르시는 화분이 여러 개 있다. 바쁘신 아버지보다 어머니께서 화분에 물을 자주 주시는데 그 때마다 오빠와 나는 잔심부름을 해야만 했다. 일일이 화분 하나 하나를 화장실로 옮겨드려야 하고, 어머니께서 물을 충분히 주시고 나면 또다시 화분 하나 하나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야 했다. 언젠가는 옮기던 화분을 뒤엎었는가 하면, 오빠는 심지어 화분을 깨뜨리는 사고까지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화분에서 자라는 식물도 환경이 자주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아 잘 자라지 못하고 또 꽃대가 충실하게 나오지도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생각했다. 화분에 심어진 화초가 안정되게 자리잡고,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화분을 한 자리에 놓고 물을 주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러나, 우리 집에는 문제가 있다. 화분이 자리잡을 배란다가 좁고, 또 수도꼭지도 없기 때문에 화분을 제자리에 그대로 두고서 곧바로 물을 준다는 작업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분에서 빠져 나온 물이 곧바로 흘러나갈 배수구도 없는 터였다. 정말 우리집은 화분 기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다.
얼마 전, 벌초하러 시골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시골에 사시면서 선산을 돌보시는 친척 할아버지 댁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할아버지께서는 난 화분 한 개를 방안에서 키우시고 계셨다. 난 화분이 어찌 큰지 연로하신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직접 들고 옮기실 수 없을 것 같았다. 할아버지께서 여쭈어 본 결과, 할아버지는 이방안에 난을 들여놓은 후 아직 한 번도 자리를 옮겨본적이 없다고 하셨다.
그 때 나는 우리 집에서 화분에 물을 주는 고통스런 일을 생각하며 어떻게 물을 주시느냐고 질문을 이어 갔다. 할아버지께서는 화분 밑에 받쳐 둔 큰그릇을 가리키면서 화분에 준 물이 화분을 통과한 후 이 받침 그릇에 모이니까 방바닥으로 새어 나오지는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가끔 너무 많은 물을 주어 물이 받침 그릇을 넘쳐나는 일이 한 두 번은 있었다고 하셨다.
나는 그 때 무엇인가 머리를 휙 스치는 사건(?)같은 섬광이 내 머리속에서 번뜩이는 것을 느꼈다. 그래, 우리 집의 나뿐만 아니라 이 할아버지도, 아니 수많은 집에서 제자리에서 쉽게 물을 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을 거야! 할아버지 집에서처럼 받침 그릇을 두는 것도 화분 한 두 개일 때 가능한 일이지 화분 10개만 있어도 그 중 몇 개에서 물이 넘쳐나면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을거야! 그리고, 화분 받침대에 물이 고여 있으면 화분 속에 통기가 되지 않아 오히려 뿌리가 썩을 거야!
집에 돌아온 나는 오빠에게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내 생각을 말했다. 오빠는 발명품대회에서 수상경험이 많고 엑스포 과학소년단 생활까지 해서 아이디어가 많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오빠에게 내가 생각한 내용을 도면과 같이 그림을 그려 보이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화분을 분반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물을 곧바로 주되 그 물을 현장에서 역시 곧바로 회수할 수 있는 시스템! 더군다나 화분내의 통기성도 좋은 시스템!
내가 생각한 것은 화분틀이다. 여러개의 화분을 멋드러지게 배치할 수 있고, 또 공간을 3차원으로 충분히 활용하여 만든 화분을 올려놓을 수 있는 화분틀! 더군다나 그 화분틀 위에 놓인 각 화분에 곧바로 물을 주고 나서 잠시 기다리면 화분 속을 통과하여 나온 물이 한 곳으로 모여 미리 준비해 둔 물통에 고스란히 받아지는 시스템! 물이 각 화분 받침대에 고여 있지 않아 통기성도 좋은 화분틀!
"오빠! 내 생각 너무 멋지지 않아?!" 오빠는 한참이나 무엇인가를 생각하더니 조심스러우면서도 신중하게 말을 했다. 조심스러워한 것은 내가 떠는 호들갑에 치명타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같았다. "물론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넌 화분틀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이니?" 나는 오빠의 물음에 입을 딱 다물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오빠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네가 앞으로 장래를 디자인쪽으로 나가고 싶다지만, 네가 생각하고 있는 한가지, 아니 몇 가지의 부분틀 디자인에 세상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하리라고 생각하니?"
"글세…" 말꼬리를 흐리고 있는 나에게 오빠는 격려 담긴 말투로 "내 생각인데 말이야. 물빠짐이나 통기성 같은 화분틀의 기능성은 네 아이디어를 살려도 되겠지만, 디자인만은 화분틀 구입자들이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니?"
"어떻게?" 나도 모르게 내가 오빠에게 질문을 던졌다.
"글세, 조립식이 좋지 않을까?!"
"소지자들이 자기 집 화분 수에 맞게, 그리고 자기 취향에 맞게 디자인을 한단 말이지?"
"그래, 바로 그러야. 내 생각에 동의하니?"
"야! 정말 오빠 멋지다!"
"너 내가 작년에 입상했던 발명품글짓기 대회에 이 소재를 가지고 글을 지어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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