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분쟁이 급증하는 요즘에는 특허심판의 어려움과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발명가의 소중한 지식재산권에 대하여 존속과 소멸의 판정을 내린다는 것은 참으로 삼가고 조심하여 처리해야 할 일이다.
특허심판의 결과에는 항상 승자와 패자가 있다. 민사소송에는 조정절차나 화해제도가 있으므로 당사자가 각자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여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특허심판은 제3자에 대한 공익적인 성격으로 인해 조정절차나 화해제도를 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정당하게 청구된 것이라면 오직 가부(可否)의 심결만 해야 한다.
오직 가부의 심결만 한다
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등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분쟁으로 인해 특허심판을 하게 되는 당사자, 즉 청구인이나 피청구인 모두 나름대로의 주장과 논거를 갖고 있다. 자기주장이 받아들여진 승자는 만족해하거나 불만이 거의 없을 것이지만, 주장이 배척된 패자는 심결 결과에 그대로 승복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심판관이 기술적인 이해를 못해서 판단을 거꾸로 했다”거나 “심판관이 증거 채택을 잘못해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이 문을 닫게 되었다”는 등의 불만은 심결 취소 소송으로 이어지고, 오랜 기간의 특허분쟁과 패한 결과의 확정으로 인해 개인 또는 기업이 도저히 회생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특허분쟁이 빈발할 수밖에 없는 지식기반 경제시대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특허분쟁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양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심리절차 진행과 합리적 심결로 패한 당사자가 불필요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일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특허심판원은 구술심리와 기술설명회를 대폭 늘려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고 당사자들의 주장을 직접 그리고 진지하게 듣는 기회를 늘려 나가고 있다. 또한, 심판의 결론을 내릴 때에는 심결문에 당사자의 주장에 대한 판단사항을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이집트 중왕조시대 재상 ‘호텝’이 남긴 경구는 민원인을 대하는 공직자의 자세뿐만 아니라 특허심판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훌륭한 교훈이 된다.
“만약 네가 진정을 받는 신분이라면, 민원인의 말을 들을 때 정숙하게 하라. 그 사람이 물러가든지 용무에 관한 말을 끝낼 때까지 그의 말을 중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 민원인은 그 용건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보다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을 바란다. 잘 들어 준다고 하는 것은 민원인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특허심판을 하다 보면 심판 당사자들의 인식 전환이 특허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따라서 장기간의 특허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분쟁초기 협상과 화해로 해결해야
첫째, 발명가는 기술이 공개되기 전에 반드시 특허출원하여 특허권을 확보하여야 한다. 특허출원 전에 기술이 공개되면 특허권을 확보하더라도 무효심판이 제기되어 오히려 낭패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특허분쟁의 초기에 상대방과의 협상과 화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허분쟁이 법정으로 옮겨지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한쪽이 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결국에는 양 당사자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특허심판이 특허심판원 또는 법원에 제기된 때에는 자기가 불리한 경우라도 정도(正道)로 갈 것을 권한다.
일부 당사자는 사건의 진행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일부러 진행을 지연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없다. 사건이 지연된다고 해서 질 사건에 이기게 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건이 장기화됨으로써 당사자에게 불리한 결과만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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