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0대 그룹 계열사들에서 진행중인 소송 건이 6월 말 현재 4670건이고, 소송가액으로는 5조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중 피소건수는 3019건이고, 제소건수는 1651건이며, 명확하지는 않으나 이 중 상당수는 특허침해와 관련된 사건도 있을 것이다. 또 이 조사에서 반영되지 않은 특허침해와 관련된 소송도 진행중이거나, 소송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나 물밑에서 협상중인 건들도 상당수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특허분쟁 중에서는 자신들의 기업체 스스로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발생한 분쟁도 있을 것이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특허괴물(patent troll)로부터의 침해주장에 의해 발생한 분쟁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특허권은 특허받은 발명에 대하여 독점 배타적으로 실시할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제3자가 아무런 권원없이 특허발명에 대하여 실시하는 경우에 특허권의 침해를 이유로 해당 기술에 대한 실시를 금지시킬 수 있고, 나아가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특허권을 행사하여 자신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한 우수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R&D에 많은 투자가 필요함은 물론, 우수한 기술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오히려 후자의 방법이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적응하기에 보다 바람직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체들은 대학이나 전문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전받거나 특허권을 양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이전받는 기술의 가치에 대해 저평가하여 상당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곤 한다. 오늘날과 같은 불안정한 환경 하에서, 기업체들은 가능한 한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생각하면 이해도 되는 바이지만, 대학 등의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우수한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그에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틈을 소위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불리는 특허전문업체가 파고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자금을 대학 등의 연구기관에 제공하여 우수한 기술을 대량으로 매입하고 나선 것이다. 기술개발 초기부터 연구에 필요한 자금은 물론, 특허출원에 소요되는 자금까지 지원하여 특허권의 지분을 확보하고, 확보한 특허권을 사용하여 우리기업을 오히려 공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대학교수들이 개발한 기술이 우리 기업을 공격하는 무기로 되어 외국 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에 국내 주요 대학의 교수들이 특허전문업체와의 특허아이디어 협약을 자제하겠다는 자체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가 대학교 등의 연구기관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인가? 물론 모든 기업체가 행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우리나라 기업체들이 우수한 기술에 대하여 정당하게 가치를 평가하여 그에 합당한 대우를 했다면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거나 적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발명자들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이 세상 최고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이야 어떻든 그 기술을 사용하는 자는 이 세상 최고의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최고의 기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함으로써, 발명자의 기술개발에 대한 노력을 보상하고, 나아가 발명자로 하여금 우수한 기술개발을 하도록 하는 동기를 제공하여 기술개발을 자극해야 한다. 그래서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체에게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 발명에 대한 정당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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