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미국 시카고에 살던 55세 발명가 휘트콤 저드슨은 과중한 체중으로 아침마다 허리를 숙여 군화 끈을 매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끈을 묶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군화를 알맞게 조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지퍼를 발명해 특허출원했다. 최초로 발명된 지퍼는 단순히 금속 갈고리를 맞물리는 허술한 수준으로 당시 사람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루이스 워커는 시카고 박람회에서 지퍼를 보고 상품화 가능성을 인식하고, 저드슨에게서 특허권을 사들인 다음 대량생산기계를 만들어 개량된 제품을 시장에 내놓게 된다.
하지만 군화용 지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어 사업에 실패한다. 그 후 쿤 모스라는 한 양복점 주인이 지퍼를 단추 대용으로 개량하면서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활기술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처럼 개발된 특허기술은 한 사람의 권리로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이전되어 활용될 때 더 의미가 있다.
21세기는 기술 발전속도가 무척 빠르다. 세계 선진 기업들은 필요한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개방형 기술혁신(Open Innovation)을 기업 기술경영 전략으로 선택하고 있다.
개방형 기술혁신은 체스브로 미국 버클리대학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외부 기업, 대학 등이 보유한 아이디어나 기술을 도입해서 내부 기술혁신의 원천을 다양화하고 반대로 자체 개발한 기술은 라이선스, 분사(Spin-off) 등 형태로 외부로 내보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국내 기업은 아직까지 외부와 협력하기보다는 자체 연구개발(R&D)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기술거래시장 인프라스트럭처 또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특허청이 지난해 기업, 공공 연구기관, 개인 발명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허사업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활용률은 불과 57%로 절반에 가까운 특허가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특허청은 특허기술 사업화를 위해 올해부터 수요기술조사사업과 기술경매 서비스를 새롭게 추진하고 있다. 수요기술조사사업은 기존 공급자 위주의 단순 기술정보 제공에서 벗어난 수요자 중심의 기술거래 중개사업이다.
수요자를 대상으로 구매를 희망하는 기술을 조사한 후 이에 적합한 공급기술을 발굴해 중매해주고,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하는 중소기업에는 사업화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기술금융상품도 추천해주고 있다.
기술경매는 수요자가 기술구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최저 기술가격과 상세한 기술정보를 제공해준다. 따라서 기술거래에 가장 큰 걸림돌인 기술거래자 간 기술가격 절충 문제를 적정한 수준에서 해결해 줄 것이다.
현재 온라인 기술경매는 인터넷 특허기술장터(www.ipmart.or.kr)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기술경매는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수요기술 조사사업과 기술경매 서비스는 기술 수요자들에게 더욱 더 다양한 기술도입 채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퍼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 생명력을 지속하기 어렵다. 사업화에 필요한 자본, 전략, 마케팅, 인력 등이 함께 지원되어야 한다. 기업과 대학, 정부가 지혜를 모아 혁신역량을 극대화하고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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