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간된 IBM 한국보고서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성장 정체이며, 시장이 개방되는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도 이 같은 정체가 지속될 경우 `제2의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지금처럼 선진국을 추종하는 모방자 전략을 버리지 않으면 원천기술로 무장한 미국과 일본을 뛰어넘지 못하고, 노동력과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브릭스(BRICs) 국가들에 추격을 허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연구개발(R&D)의 효율성을 높이고,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가 과감하고 직접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지난 1982년 132억원으로 특정연구개발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 10조원에 육박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총 연구개발비 세계 7위, GDP대비 R&D 비중(2.99%) 세계 5위, 특허출원 건수 세계 4위(PCT출원 세계 5위) 등에서 보듯이 높은 수준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국가 R&D결과물의 성과활용 측면에서는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국가R&D 투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이전율은 20.7%에 그치고 있으며, 국내등록특허의 휴면특허 비율은 60%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 미국(35%) 등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IBM 보고서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나라가 그동안 추구해 왔던 `모방자' 전략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이제는 `창조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혁신역량을 적극적으로 아웃소싱 하는 새로운 기술혁신의 패러다임인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R&D가 국가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즉, 기술을 포함한 무형의 지적자산을 활발히 이전ㆍ거래함으로써 새로운 사업화 기술을 외부에서 수혈 받을 수 있도록 미활용 기술의 효율적인 이전ㆍ거래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R&D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 외부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에 투여되는 불필요한 R&D 투자를 방지하는 한편 국가적으로는 기술자원의 활용 효율성을 제고하는 합리적인 기술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기술거래소의 미활용특허 이전사업을 통한 LS전선과 뉴디스간 LCD편광막 관련특허의 전용실시권 이전사례나, 한국기계연구원이 HK-Mns와 템스에 DPF 재생용 플라즈마버너 기술을 이전한 사례는 기술이전을 통한 사업화 촉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성공사례의 확산을 통해 미활용 특허 활성화를 위해서는 `투입ㆍ공급자 중심의 R&D'가 `성과ㆍ수요자 중심의 R&D'로 전환돼야 하며, 무엇보다 기술거래 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일부 대기업에 기술이 집중돼 있어 공급자 중심으로 산발적인 기술이전이 일어나고 있지만, 정확한 시장규모 및 거래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수요자가 다양한 수요기술을 자유롭게 탐색해 거래할 수 있는 종합적인 미활용 기술 거래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산업자원부는 특허신탁 관리업을 신설하고 미활용 특허 신탁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 내용은 비영리 공공기관(가칭 `국가특허신탁센터')을 허가해 대기업ㆍ연구기관ㆍ대학 등에 분산된 미활용 특허를 집중 관리시키고, 다양한 수요조사 및 중개마케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전을 활성화해 궁극적으로 사업화를 촉진하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기술거래소는 대기업 미활용 특허 활용촉진사업을 통해 다양한 참여대상 기업 및 공공연구기관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관기관과의 공조로 정기적인 중소기업 기술수요조사를 실시, 방대한 수요기업 정보DB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미활용 특허 이전ㆍ중개수수료 지원을 통해 기술거래기관ㆍ기술거래사 등 전국적인 기술이전 네트워크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요자 마케팅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특허신탁 도입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기존 기술이전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새로운 시도로 효력을 발휘해 지식재산 강국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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