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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BC 287~212)는 과학자이자 시라큐스의 군사고문이었다. 로마군대가 시라큐스를 포위해 공격하고 있을 때 그는 자신이 발명한 투석기와 기중기를 이용해 당시 승승장구하던 로마군을 곤 경에 빠뜨렸다. 아르키메데스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군수업체를 운영해 큰 돈을 벌었겠지만 그 는 부자가 아니었다. 당시에는 특허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의 특허제도는 과학자와 기술자에게, 보다 넓게 보면 회사와 국가 에 명예와 함께 엄청난 부를 안겨준다. 80년대 초, 미국 경제는 산업경쟁력 하락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으면서 특허중 시 정책이라는 묘안을 짜냈다. 특허중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는 코닥(Kodak)과 폴라로이드(Polaroid)간의 특 허분쟁이다. 코닥은 폴라로이드가 보유한 특허를 무시하고 즉석카메라의 상품 화를 강행하다 30억달러가 넘는 손해를 봤다. 법원이 폴라로이드측의 손을 들 어주면서 9억달러가 넘는 손해배상을 했고 이와 함께 공장 폐쇄, 제품 재구입, 종업원 해고 등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미국은 이후 특허중시 정책을 국제적으로 확대했다. 일본은 87년부터 96년까지 10년 간 기술무역에서 329억달러 누적적자를 기록했고 미국은 1471억달러 흑자 를 기록했다. 결국 일본은 기술력 차이를 인정하고 97년에야 특허중시 정책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첨단기술 개발에 온힘을 쏟고, 개발된 기술이 돈이 되도록 특허로 잘 관리해야 한다. 우수한 인력이 과학기술 분야에 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 전 분야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최근 한국 영화산업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나가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 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다. 좋은 인력이 영화산업으로 뛰어든 것 이 한국 영화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킨 가장 큰 힘이 됐다. 과학기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많은 이공계 젊은이들이 고시에 매달리는 것은 결코 개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선진국과 후진국 차이는 결코 장비나 설비 에 있지 않다. 좋은 인력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보상과 지원체계가 얼마나 선진화됐는지가 바로 판별식이다. 기술자에 대한 사회적 인정도 중요하다. 독일에는 마이스터(Meister), 일본에 는 쇼쿠닌(職人), 한국에는 장인(匠人)급인 기술사가 있다. 그러나 막대한 부 와 명예가 주어지는 마이스터에 기술사는 비교될 수 없다. 필자는 기술사 자격 을 93년 12월 취득했다. 그러나 부와 명예는커녕 월급에서조차 별 차이가 없었 다. 마지막으로는 기술관리다. 치열한 기술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술흐름을 정확히 예측하고 개발된 기술을 적절하게 보호하는 것이 필수다. 기술발전 추이를 예측하고 계약을 유리하게 체결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단적으 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퀄컴과 한국의 전자통신연구원(ETRI)은 CDMA 기술 상용화를 위한 공동연구 계 약을 하면서 'ETRI는 퀄컴이 한국 제조업체에서 받는 기술료의 20%를 받는다' 는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서 정말 아쉬운 점은 '한국의' 라는 부분이다. 이 말만 없었어도 ETRI는 전세계 모든 제조업체에서 기술료를 받을 수 있었다. '2 0%' 로 정한 점도 아쉽다. CDMA 기술가치를 정확히 판단했다면 투자부담을 늘 리더라도 '20%' 를 적어도 '50%' 까지는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휴대전화 업체들이 퀄컴에 지불하는 기술사용료는 50만원짜리 제품을 한 대 팔 때마다 2만5000원 이상이다. 우리나라가 96년 CDMA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후 퀄컴에 지불한 사용료만 2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런 사례는 '과학기술과 법' 을 함께 이해하는 전문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 법과대학에서 '과학기술과 법' 강좌를 개설해 법대생뿐 아니라 이공계생에게도 강의를 개방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과학 기술자도 연구결과를 어떻게 보호할지 알아야 하고, 법률가도 과학기술을 이해 해야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할 수 있다. 세계는 기술전쟁, 특허전쟁이라는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쟁은 과 학자와 기술자들의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공무원, 법조인, 경영인, 연구자 , 생산기술자 등이 모두 과학기술과 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심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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