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 위트가 깃든 예쁜옷
영국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디자이너는? 단연 폴 스미스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영국디자이너들이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으로 일부 마니아 그룹을 이끌고 있는데 비해 폴 스미스는 전세계 40여개의 도시에 200여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출발점인 남성복은 물론 여성복 아동복 분야에서도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패션과 만난 것은 완전히 우연이었다. 노팅엄 출신인 그는 18세때 아버지가 일하는 의류창고에 갔고, 그곳에서 옷에 대한 흥미를 느꼈던 것. 20세가 되던 1970년 그는 자신이 저축해둔 돈으로 런던 외곽에 작은 옷가게를 열었다.
주중에는 다른 일로 돈을 벌고, 주말에만 연 이 매장에는 겐조나 마가렛 오웰 같은 당시 신진디자이너의 옷들과 함께 스미스가 만든(라벨도 붙어있지 않았다) 셔츠 바지 재킷 등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1974년 이 거리가 메인 스트리트로 확장되면서 그의 가게는 번창했고, 그의 셔츠도 이름을 얻기 시작했으며 2년후 그는 파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번째 컬렉션을 가졌다.
스미스의 패션세계를 표현하는 단어는 위트와 유머. 정장과 캐주얼로 이뤄진 남성복은 예상치 못한 화려한 색감과 자수 등의 장식, 재미있는 모티브의 문양 등으로 예쁜옷이라는 느낌을 준다. 여성복은 재킷의 안쪽까지도 아름답게 처리돼 있다.
그의 사무실에는 장난감용 로봇이 수십개 있다. 일본 레스토랑에서 사온 플라스틱접시, 선전용 사진들, 책, 말하는 손목시계…. 이런 모든것이 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준다.
그리고 어디든 들고 다니는 카메라 역시 주변에서 끊임없이 흥미로운 모티브를 찾는 스미스의 장난감. 그는 “아이들같은 열정과 흥미는 내 패션세계를 만든다.
우리는 어떤 것에서도 영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찾을 수 없다면, 당신은 단지 정확히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고 말해왔다.
그의 청년시절은 곧 영국패션의 근간인 스트리트패션이 절정을 이루던 시기. ‘변화가 있는 클래식’으로 평가되는 스미스의 패션이 실용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이미지를 분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다.
런던 스트리트보이 출신의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2000년 6월 영국패션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다. 국내에는 ‘폴 스미스’ 남성복이 들어와 있으며, 내년봄 여성복라인도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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