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년 전통… 8代째 이어지는 家業
육각형 연필 처음으로 고안
「나는 연필이다. 새롭게 태어난 사상 최초의 기록자다. 나의 고향은 깊은 잠을 자는 흑연 광산과 향기로운 삼나무 숲이다. 나는 다이아몬드의 사촌인 지하 세계의 탄소를 가슴에 품고 있다. … 나는 사람들의 두뇌가 함께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막론하고, 全세계의 모든 마을과 벽촌까지도 알려져 있는 세계 시민이다. 나는 연필이고, 나의 의무는 봉사에 있다」
연필의 역사에 대해 헨리 페트로스키(Henry Petroski·美 듀크大 교수)가 544페이지에 걸쳐 기술한 「연필(THE PENCIL)」에 소개된 구절이다.
가장 친숙한 필기도구 중 하나인 연필. 「연필(THE PENCIL)」에서 저자 헨리 페트로스키는 육각형 연필을 최고로 평가하고 있다. 육각형 연필은 원형·팔각형 연필에 비해 경사면에서 굴러 떨어질 확률이 낮으며, 삼각형 연필은 육각형 연필보다 굴러 떨어질 확률이 훨씬 더 낮긴 하지만 생산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오늘날의 고급 연필들은 대부분 육각형인데, 육각형 연필을 처음으로 고안한 회사는 독일의 FABER-CASTELL(파버 카스텔)이다.
1761년에 설립되어 241년의 전통을 지닌 파버 카스텔은 100여 개국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으며, 5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연필은 매년 250만 자루, 연간 180억 달러로 나무 케이스 연필 생산으로는 全세계 최대 규모의 제조업체이다. 연필에 새겨진 로고 문양은 창을 든 기사를 펜을 든 기사가 찌르는 Fighting Knight(싸우는 기사).
파버 카스텔 제품이 한국에서 체계적 유통망을 구축하고 팔리기 시작한 것은 1983년 (주)데카무역(대표 김진철)에서 수입하면서부터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주)데카무역의 李鳳基(이봉기·54) 상무는 「펜은 자기 표현의 방식」이며, 「연필 쓰는 사람은 특별한 구석이 있다」는 철학을 가진 사람이다.
『괴테, 귄터 그라스, 헤르만 헤세는 모두 연필로 소설을 썼습니다. 연필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좋은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쓰기 전에 연필을 깎는 행위는 차분히 준비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죠. 연필의 나무 냄새와 쓸 때 사각거리는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2001 세계 10大 상품」에 뽑히기도
한때 파버 카스텔 연필은 연필의 代名詞(대명사)로 인식되기도 했다. 19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파버 연필이 너무 유명해진 나머지 「파베르(Faber)」라는 말을 연필을 일컫는 일반 명칭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파버 카스텔 연필을 추천하고 싶다. 이상적인 두께와 부드럽고 우수한 품질 때문에 중요한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효율적이고 적합하다』라고 하였으며, 귄터 그라스는 『초록색에 금박으로 글씨가 쓰여 있는 파버 카스텔 9000은 품질증명이 된 제품이다. 너무 단단하지도 않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적당한 견고함』이라고 한 바 있다.
B는 연필의 「짙기(Black)」를, H는 연필의 「단단함(Hard)」을 표시한다. 예술가들 중에는 파버 카스텔 3B연필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고 한다.
파버 카스텔은 1761년에 카스파르 파베르(Kaspar Faber)가 독일의 슈타인에 있는 자신의 오두막집에 간판을 내걸고 연필 사업을 시작한 이래, 8대째 家業(가업)을 잇는 회사다. 1784년에 안톤 빌헬름 파베르, 1810년에 안톤의 아들 게오르그 레온하르트가 물려 받을 때까지 파버 카스텔은 크게 번창하진 못했다.
1939년 게오르그의 아들 존 로타르가 사업을 이어받으면서 파버 카스텔은 혁신적인 변화를 겪는다. 존 로타르는 흑연에 점토를 섞어 구워내는 프랑스식 「세라믹 연필심」 생산 공법을 채택, 경도와 짙기가 각각 다르면서도 부드럽게 써지는 연필심 생산 라인을 도입했고, 多등급 연필로 독일 전역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러시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등지의 販路를 개척해 독일 연필 산업을 세계 시장의 거점으로 부각시켰다. 이러한 기여가 인정되어 로타르 파베르에게는 귀족의 특전이 부여되었으며, 남작이라는 작위가 내려졌다고 한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파버 카스텔 연필은 초록색에 금박으로 글씨가 박힌 육각형 연필이다. 그러나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연필은 은색에 플라스틱으로 된 검은 점들이 박힌 삼각형 연필이다. 이 모델은 잡기에 편하고 미끄러지지 않아 손에 밀착감을 주며 필기감이 뛰어나 「비즈니스 위크」誌 선정 「2001 세계 10대 상품」에 오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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