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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특집기획 (115)
발명특허 기네스
‘과학데이’의 제정
1932년 4월 19일,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 사망 50주기 행사가 세계 각국에서 성대하게 열리자 조선의 과학인들이 여기서 힌트를 얻어 ‘과학데이’를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은 당시 지식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윤치호, 김용관, 현상윤, 이인 등 조선의 과학인 37명의 실행위원은 ‘과학의 황무지인 조선을 과학화하자’는 모토를 내걸고 1934년 2월 28일 경성부 종로 기독교청년회관에 모여 과학데이실행회를 결성했습니다. 실행회 의장에는 김창제(목사, 독립운동가), 서기는 강진두, 총무는 김용관이 선임돼 행사계획을 논의했습니다.
이들은 찰스 다윈이 숨진 날인 4월 19일을 ‘과학데이’로 정하고 기념회, 강연회, 견학단 활동, 사진회와 과학지식보급좌담회 등 각종 행사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과학데이 행사가 실행회에서 결정되자 그해 3월 5일 자 동아일보는 ‘과학데이와 그 사업’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같은 날짜의 조선일보는 ‘과학과 조선’이라는 사설을 실었으며, 조선중앙일보는 ‘문화를 통해 큰 도움’이라는 제목으로 ‘과학데이는 국민의 과학을 보급하는 데 큰 뜻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학데이 행사는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뿐 아니라 언론인, 종교인, 문인 할 것 없이 혼연일체가 된 거족적인 민족운동이었습니다.
실행회는 총무부, 재무부, 교섭부, 연락부 등 9개의 부서로 구성됐는데, 실행회 회원 가운데는 윤치호, 이인, 송진우, 여운형, 김성수, 김병로 등 당시 사회 유지들도 있었습니다. 행사에 드는 경비는 각자가 5원씩 부담하기로 했으나 인촌 김성수의 도움이 컸습니다.
‘한 개의 시험관은 전 세계를 뒤집는다.’는 포스터가 동아일보의 기증으로 경성시내에 나붙었고, 김용관은 ‘과학지식보급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그해 4월 16일부터 3일간 연일 방송을 했습니다. 19일에는 김창제가 ‘과학이 가치’라는 제목으로 방송하면서 과학데이 행사는 장안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1회 과학데이 기념식이 1934년 4월 19일 밤 중앙기독교청년회관에서 개최되면서 우리나라 과학지식보급운동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어 열린 강연회에는 이정섭(언론인)의 ‘과학의 개념’, 변리사 이채호(초대 특허국장)의 ‘산업과 발명’, 안동혁(당시 중앙시험소 기사)의 ‘화학공업의 현재와 장래’ 등 강연이 3시간에 걸쳐 계속되었습니다. 20일에는 남자 62명, 여자 53명으로 짜인 견학단이 중앙시험소와 공장 등을 견학했습니다. 21일 밤 수송학교에서 열기로 돼 있던 과학에 관한 활동사진 관람은 집회를 금했던 일경의 압력으로 열지 못했습니다.
제1회 과학데이는 일반에게 과학을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저명인사들이 참가한 과학지식보급회가 결성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과학지식보급회가 1934년 7월 창립총회를 열고 과학지식 보급운동을 벌이기로 하면서 1935년 4월 19일의 제2회 과학데이는 더욱 성대하게 개최되었습니다. 부민관(옛 태평로 국회의사당)에서 기념회가 열리기 직전 ‘과학데이’ 깃발을 앞세운 54대의 자동차가 경성 시내를 행진하는 장관을 연출했습니다.
경성뿐 아니라 과학지식보급회의 지부가 있었던 평양, 원산, 신천에서도 과학데이 행사가 열렸는데, 제2회 과학데이부터는 김억 작사, 홍난파 작곡의 ‘과학의 노래’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과학조선? 6월호의 기록을 보면 이 행사에 든 경비는 당시로써는 거액인 약 890원이었으며, 윤치호, 이인, 박길룡의 회사 외에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의연금과 상회, 약방, 광업사 등의 회사금으로 800여 원이 걷혔습니다.
1936년에도 제3회 과학데이를 맞아 전국에서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러나 일제가 과학데이를 핑계로 민족운동을 전개한다는 이유로 1937년 과학데이 행사의 옥외 개최를 금지하고, 1938년에는 김용관 등을 투옥했습니다.
한편 1939년에는 제6회 과학데이를 맞아 용산 철도국공장과 영등포에 있는 기린맥주와 경성방직 등을 견학했습니다. 하지만 1940년에는 또다시 일제의 탄압으로 과학데이를 개최하지 못했습니다.
(왕연중의 ‘발명특허 기네스’는 독자여러분의 기고 및 자료제공에 따라 언제든지 바로 잡아 실을 수 있습니다. 많은 참여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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