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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 겸용 좀약 통
“이번에는 무엇을 해볼까?”
“다용도 필통은 어때?”
“그보다는 폐품을 활용한 저금통이 좋겠는 걸⋯”
아이들은 전부 제각기 한마디씩 하며 떠들어댔다.
나는 만들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발명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모임날인 것이다.
“하하하! 돼지야. 너는 배뿐 아니라 머리도 돼지구나. 저금통은 저번에 써먹은 주제잖아.”
준호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준호의 말대로, 돼지라는 별명을 가진 경호는 매번 주제를 정할 때마다 저금통 이야기를 했었다. 그것을 이번에는 준호가 꼬집고 나선 것이다.
“얘들아.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모두 웃고 있는 틈을 타서 내가 얼른 말을 꺼냈다. 그러자 모두 웃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다보았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방금 생각해낸 것인데, 이 옷걸이를 이용해서 누가 가장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는 가를 결정하자.”
나는 옆에 놓인 옷걸이를 손으로 번쩍 치켜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돼지가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찬성이요.”
“찬성이요.”
이어서 짱구 해찬이와 유진이 등 모두가 찬성을 표시했다.
“그럼 다음주 이 시간에 발명품을 가지고서 여기에 다시 모이는 거다. 늦으면 안돼.”
우리 모두는 서로의 성공을 다짐하며 나도 공책에 ‘옷걸이’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들고 집으로 향했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처럼...
“어이구, 에디손이 왔구나.”
집에 들어서자, 작은 누나가 나를 에디손이라 부르며 아는척했다. 누나는 내가 에디슨을 흉내 내는 가짜라고 에디손이라 불렀다. 그런데 나는 그 발명을 아주 끔찍이 싫어했다. 그래서 누나가 ‘에디손’이라 부를 때면 심통을 부리곤 했다.
“쳇! 내가 에디손이면 누나는 구린네 파트라다.”
나는 누나에게 멋지게 반격을 하며 또 한번 공격을 하기위해 트집거리를 찾았다. 그때, 누나가 입은 세타에 작은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아하! 먹을 것이 없어서 세타를 드셨구먼. 누나 혹시 전생에 쥐 생원이 아니었소?”
내가 이렇게 놀려대자 누나는 놀라며 자기 옷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어머 이럴 수가, 이게 얼마나 비싼 옷인데! 어쩌면 좋아⋯”
누나는 거의 울상이 되어 안방으로 들어갔다.
“엄마, 어쩌면 좋아. 옷에 좀이 슬었어.
“어머나! 좀약을 넣었는데도 그러는구나. 아마도 옷장에 옷이 너무 많아서 약이 제구실을 못 하는 것인가 보다. 어쩌니?”
나는 방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누나와 엄마가 주고받는 말들을 유심히 들었다. 엄마의 말을 듣고 보니 요전 겨울에도 옷에 구멍이 나서 엄마가 무척 속상해 하셨던 일들이 있었던 것 같았다.
“좀약을 옷마다 일일이 달려면 손이 많이 갈 텐데.”
다시 방안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나는 이번 연구 과제인 옷걸이를 생각해 내었다.
“맞아. 옷걸이 안에다, 좀약을 넣어서 사용하면 옷에다 일일이 약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질 거야.”
나는 곧바로 엄마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엄마는 물론이고 누나까지 나를 칭찬해 주었다.
“에디손이 아니라 진짜 에디슨이구나. 이제부터는 에디슨이라고 불러 줄께.”
누나가 불러주는 ‘에디슨’이라는 호칭이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 나도 에디슨 같은 발명왕이 되어야지. 이 옷걸이는 나의 시작일 뿐이야!’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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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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