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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발생 기구
“아빠, 담배 좀 피워 보세요.”
나는 담배 파이프를 아빠 입에 물리며 재촉을 했다.
“갑자기 담배는 왜 피우라고 그러는 거니?”
담배 냄새가 싫다고 짜증 부리던 내가 담배를 피우시라고 졸라대니 아빠는 당황해 하시는 눈치였다.
“그럴 이유가 있어요.”
나는 담배에 불까지 붙여드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자 아빠는 마지못해 담배를 한 모금 빨아 드셨다. 나는 바로 아빠의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담배 피우는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볼이 오목하게 들어가면서,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고, 다음에는 코와 입으로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담배 연기를 몸 속 깊숙이까지 빨아들이는 건가요? 어떻게 연기가 한참 만에 입에서 나오는 거지요? 꼭 몸에서 저절로 연기가 만들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담배연기에 관심을 가졌니?”
아빠는 싱긋 웃으시더니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더 피우셨다.
“자, 잘 봐라. 가슴 속에 있는 폐라는 풍선이 줄었다가 커지면서, 바깥의 공기를 빨아들인단다. 그때 담배 연기도 함께 들어가는 거지. 그런 다음 숨을 내쉬면 폐가 줄어들면서 안의 공기가 모두 빠져 나오는 거란다. 그러면 폐 속에 있던 담배연기도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거야.”
나는 고개를 간간히 끄덕였다. 아빠가 쉽게 설명해 주신 덕에 모든 것이 잘 이해되었다.
“그러니까 폐가 연기를 모았다가, 내놓는 거로군요.”
“그런 셈이지. 스포이드를 생각해 보렴. 위의 고무 손잡이를 눌렀다 떼면 액체가 빨려 들어가잖아. 다음에 다시 손잡이를 누르면 액체는 다시 나오고... 바로 그것과 같은 이치야.”
나는 거듭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가장 중요한 문제가 해결된 셈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니? 담배를 싫어하는 네가 담배연기에 관심을 갖다니?”
“연구에 필요해서요. 이제 끝났으니 담배 피우지 마세요.”
아빠의 입에서 담배 파이프를 얼른 가로채어 치워버렸다.
연기를 모으고 내뿜을 수 있는 기구. 이것은 내가 연구 중인 과제였다.
빛의 굴절과 직진을 관찰하는 자연 시간에, 많은 연기가 필요 했었다. 그러나 연기를 만들고 모을 적당한 기구가 없어, 우리는 실험을 하는 동안 아주 애를 많이 먹었다. 그때, 나는 사명감에 불타 연기 품는 기구를 만들기로 작정한 것이다.
사람의 폐와 입, 그리고 스포이드⋯ 나는 아빠가 하신 말씀을 되씹어 보았다. 결국 연기를 마시고 내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폐이고, 그것은 흡사 스포이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사람의 폐를 대신해서 스포이드나 그 비슷한 것을 사용하면 문제는 해결 될 것 같았다.
기도를 대신 할 가는 고무관 두개, 폐를 대신 할 고무공 한개, 그리고 고무관과 공을 연결할 밸브 두개. 나는 실험에 필요한 도구들을 모아,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간단하게나마 사람의 호흡기관을 그대로 재현하기로 한 것이다.
폐에 해당하는 고무공은 양쪽에 작은 구멍을 두어 개 뚫어 각각 밸브를 고정 시켰다. 연기가 들어가고 나오는 곳을 따로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밸브에 고무관을 연결했다. 이것은 입에서 폐에까지 공기를 운반해주는 기도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하자 대충 중요한 부분이 완성 되었다. 남은 것은 연기를 발생하는 기구 이었다.
연기를 만들려면 무엇이든지 태우면 되는 것 같았지만 막상 실험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종이는 연기가 많이 나지도 않은 채로 쉽게 타버렸고, 기름은 고약한 냄새가 낫다. 실험결과 마른 쑥과 향이 천천히 타면서 가장 연기를 많이 내었다. 또 이 둘은 타는 냄새도 나쁘지 않아, 실습교재로 가장 적절할 것 같았다.
이 재료들을 태우는 기구로는 담배 파이프를 선택했다. 그것은 원래 담배를 태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가장 알맞을 것 같았다.
고무공에 연결된 고무관을 파이프의 빨대 부분에 끼우자 모든 것이 완성 되었다. 작은 고무공에 파이프가 연결된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양이었지만,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성능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파이프에 쑥을 채워 넣고 불을 붙여 잠시 기다렸다가, 고무공을 두세 번 누르자 고무관에서 뿌연 연기가 세어 나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멋진 성공이었다. 사용도 간편하고 부피도 크지 않고, 게다가 안전하고... 학교에서 사용하기엔 딱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연기발생 기구를 곱게 포장해서 가방 속에 넣었다. 선생님께 보여드릴 생각이었다. 연기가 뽀골뽀골 나오는 고무관을 보시며 놀라실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선생님뿐 아니라 친구들, 엄마, 많은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칭찬해 줄 것이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담배 파이프를 잃으신 우리 아빠만.
“미리야! 아빠 담뱃대 못 봤니?”
아빠는 아직도 담배 파이프를 찾느라 야단이시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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