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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 통 원리 비료 통
속에서 부글부글 뜨거운 김이 올라와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약이 바짝바짝 오르고, 눈에서 불꽃이 팍팍 튀었다. 그저 내 맘대로 할 수만 있다면 진만이 녀석을 늘씬하게 때려 주고 싶었다.
‘나쁜 놈. 감히 나를 무시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설설 기던 진만이 녀석이 내 앞에서 고개를 뻣뻣하게 들게 된 것은 바로 일주일 전, 진만이 막내 삼촌이 마을에 나타난 뒤부터이다.
번쩍번쩍한 까만색 승용차에서 내린 검은 선글라스의 사나이를 진만이는 삼촌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사나이의 손에 들린 커다란 선물 꾸러미에 매달려 우리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어휴!’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이었다. 그 삼촌이 다녀간 뒤로 진만이의 집에는 컴퓨터가 생기고 작은 오토바이까지 생겼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이 꾸역꾸역 진만이의 집으로 모여 들었다. 내 한마디에 차렷 열중쉬어를 하던 아이들이 전부 변해버린 것이다.
‘우리 막내 삼촌은 도대체 뭘 하는 거야? 남들은 컴퓨터다 새옷이다 막 사주는데 삼촌은 맨 날 소똥이나 치우고...’
나는 막내 삼촌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막내 삼촌이 계속 서울에서 공부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했더라면, 진만이 삼촌쯤은 상대도 안 되었을 것이었다. 그런데 삼촌은 대학을 졸업한 뒤, 덜컥 서울에서 내려와 버렸다. 컴퓨터는 고사하고 라디오 한개도 안 들고서. 그리고는 여직까지 농사만 짓는 것이다.
‘바보 같으니라고.’
나는 삼촌이 일하고 있는 논을 향해 혓바닥을 죽 내밀어 보였다. 그래도 삼촌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계속 논에 비료를 뿌리고 있었다.
“허허... 태광이네 막내 삼촌이구만... 정말 성실한 총각이야.”
“그러게 이번에 무슨 큰상을 탄다지 아마?”
“응... 나도 들었어. 나라에서 주는 상이라더군.”
내 귀가 의심스런 순간이었다.
‘나라에서 주는 상이라고? 분명 우리 삼촌을 두고 한 말인데...’
나는 멍하니 삼촌을 바라보았다. 정말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요즘 들어 엄마랑 아빠가 유난히 들떠 계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삼촌과 관계된 일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더구나 삼촌이 나라의 상을 탄다는 것은 듣지도 못한 일이었다. 나는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태광아! 어깨 좀 두드려줄래? 낮에 비료를 뿌렸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삼촌은 나의 혼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세상에... 이렇게 까맣게 탔다니...’
나는 삼촌의 어깨를 보는 순간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처음 서울에서 내려 왔을 땐 샌님같이 뽀얗던 그 살결이 이젠 아프리카 추장처럼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제 서야 나는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열심히 일했으니 나라에서 상을 줄만도 하겠다. 그런데 나는 이런 삼촌을 원망했으니...’
쓸데없는 것을 부러워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떻게 해서든 삼촌을 돕고 싶었다.
‘맞아! 오늘 낮에 비료를 뿌리는데 삼촌이 무척 힘들어했어. 비료를 쉽게 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나는 한걸음에 헛간으로 뛰어갔다.
‘가만있자... 비료 뿌리기가 힘든 것은 비료 자루를 한손으로 들고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일 거야. 그러니 이것을 좀 더 쉽게 하려면...’
나는 주위를 한참 둘러보다가 구석에서 못쓰는 농약 뿌리는 펌프를 발견하였다.
‘맞았어! 바로 저거야. 농약을 뿌리듯이 비료도 어깨에 짊어지고 뿌리면 훨씬 편해질 거야.’
나는 농약 펌프에 쌓인 먼지를 정성스레 털어내고 개조를 시작했다. 농약이 뿜어져 나오던 분무 관을 떼어 버리고 그 자리에 직경 5센티의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는 굵은 호스를 연결하여 비료가 나올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통 안의 비료가 잘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통 밑바닥에 경사가 지도록 철판을 깔았다.
‘흐음... 비료의 양을 조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겠지? 호스의 끝에 조미료 통의 마개처럼 장치를 하면 될 거야.’
나는 모두가 잠이 든 밤이면, 몰래 헛간으로 가서 조금씩 비료 통을 손질했다. 실리콘으로 호스와 통의 연결 부분을 꼼꼼히 막고, 농약통의 어깨 끈도 새것으로 갈았다.
“와! 완성이다!”
나는 너무나 기뻐 한밤중이란 사실도 잊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비료 통을 만들기 시작한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너무나 뿌듯한 순간이었다.
나는 비료 통 위에 커다란 리본을 메어단 후 삼촌의 방으로 몰래 가지고 들어갔다. 삼촌은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 삼촌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비료 통을 삼촌의 머리맡에 두고 나왔다. 그리고 비료통의 옆에는 내 마음이 담긴 편지를 함께 두었다.
‘삼촌, 난 삼촌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진만이네 막내 삼촌보다 천 배, 만 배나 멋있고, 훌륭하다고 생각해. 삼촌, 너무나 사랑해!’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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