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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가 공급되는 꽃병
“어, 벌써 꽃이 시들어 버렸네!”
나는 너무나 안타까워서 눈물을 글썽였다. 제일 친한 친구였던 혜미가 전학을 가면서 사주고 간 장미 한 다발. 혜미를 생각하며 매일 보고 또 봤었는데 사흘이 채 못 되어 시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시든 장미를 보며 안타까워 발을 굴렀다. 혜미처럼 예쁘고 싱싱한 꽃이었는데, 사흘 만에 늘어져 버리다니... 마치 혜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만 같아 속이 상했다.
“무슨 일이니? 왜 청승맞게 울고 있어?”
언니가 나의 꼴을 보더니 놀란 눈으로 물었다.
“히잉... 혜미가 준 꽃이 시들었잖아.”
나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코맹맹이 소리로 웅얼거렸다. 너무나 속이 상해서 계속 눈물이 쏟아졌다.
“벌써? 이제 이삼일쯤 되지 않았나?”
언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꽃병을 집어 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코를 막고 소리를 질렀다.
“그럼 그렇지! 너 이 꽃병 물 갈아 줬니?”
나는 눈물을 뚝 그치고 언니를 바라보았다.
“물을... 갈아줘야해?”
“그걸 말이라고 해? 꽃이 오래 가길 바라는 얘가 꽃병의 물도 안 갈아줬단 말이야?”
언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쳤다.
“이럴 수가!”
나는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순전히 내 잘못으로 혜미의 꽃이 시들어버린 것이었다니, 나는 내 머리를 쥐어박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잖아. 화병에 담긴 물이 오랫동안 갈 줄 알았니? 썩을 만큼 썩어서 냄새가 너무 고약하게 난다.”
“너는 초등학교 6학년이나 되어서 그런 것도 몰랐냐?”
쉼 없이 쏟아지는 언니의 비난에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만큼 창피해졌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집안이 떠내려가라 대성통곡을 했으니.
“그만하면 됐다. 이미 시든 꽃을 어쩌니? 원래 꺾인 꽃은 오래 가질 않는단다.”
옆에서 조용히 듣고 계시던 엄마가 언니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제 서야 언니는 말을 멈추고 꽃병을 집어 들었다.
“이제라도 물을 갈아주자. 또 아니? 하루라도 더 꽃이 살지.”
언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한숨을 포옥 쉬었다.
‘물이 썩지 않으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
나는 처음 혜미에게서 꽃을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터질 것 같이 붉었던 한 아름의 장미. 그 아름다웠던 꽃이 삼일 만에 저렇게 흉물스럽게 변하다니, 예쁜 꽃을 잠깐만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우리 집 같이 딱딱한 아파트에 살면 화분이나 화병의 꽃밖에 볼 수 없는데.
‘물가는 일을 잊더라도 꽃이 생생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나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물이 썩어서 꽃이 금방 시드는 것이라면, 물을 썩지 않게 하면 될 텐데.’
나는 통속에 갇혀 있는 물을 상상해 보았다. 가운데에서 끊임없이 소용돌이가 뻗어 나와 빙글빙글 돌면서 운동을 하는 상상이었다. 그때 번개같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맞아! 물 속에 산소를 계속 넣으면 물이 썩는 속도가 느려질 거야!’
나는 어항의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치는 광경을 떠올렸다. 어항도 오랫동안 물을 가두어 두는 것이지만 산소 공급기가 있기 때문에 물고기에게는 별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물고기나 꽃이나 모두 생물이니까 틀림없이 비슷할 거야!’
나는 어항의 산소공급기를 몰래 떼어다가 꽃병 속에 넣었다. 그리고 새로운 꽃을 사다가 꽃병에 꽂아 두었다. 엄마나 언니에게는 알리지 않고 나 혼자 몰래 했다. 만약 언니가 알면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때 언니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생각이었다.
꽃병의 물을 갈지 않은 채 삼일이 지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장미가 아직 생생하였다. 나는 점점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삼일이 더 지났으나 장미는 많이 시들지 않았다. 나는 너무나 기쁜 마음에 언니에게로 단번에 뛰어갔다.
“언니! 이것 봐. 나의 발명을... 꽃이 쉽게 시들지 않는 화병을 발명했어!”
언니는 나의 설명을 듣더니 눈을 반짝였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꽃이 금방 시들어서 나도 아쉬웠는데. 이 전선을 건전지로 바꾸면 아주 실용적이 되겠다.”
언니는 꽃병 밑에 건전지를 넣을 수 있도록 만들라고 충고까지 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나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너 이 산소공급기 어디서 났어? 설마 어항에서?”
우리 자매는 사색이 되어서 어항 앞으로 뛰어갔다.
“아이고! 이 멍텅구리야! 꽃 살리려다가 물고기 죽일 뻔 했잖아!”
언니는 어항의 수면에 입을 벌리고 뻐끔거리는 금붕어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아! 나의 실수.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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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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