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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 마스크가 있는 안전모
우리 동네에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공사가 시작 되었다. 그 덕분에 온 동네가 망치 소리와 자동차 다니는 소리로 시끌벅적 하다.
엄마는 빨래에 먼지가 많이 날아든다고 걱정이 태산이시다. 형은 공부가 집중이 안 된다고 아예 도서실에서 살다시피 하고, 아빠는 집 담장에 금이 갔다고 불평이셨다.
이 모두가 전부 아파트 공사 때문에 벌어진 불편이었다. 그래서 동네 어른들은 걸핏하면 공사장에 몰려가 언성을 높이곤 했다.
분명히 온 동네 사람들은 아파트 공사를 싫어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단 한사람만은 그 아파트 공사를 좋아한다. 그 사람은 매일 공사장을 드나들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참견하길 아주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다. 그 사람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사장을 기웃 거렸다.
남들은 그 사람을 별난 아이라고 흉보고 야단치지만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 별난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 너, 또 오늘 공사장에 갔었지? 엄마가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공사장에 갔던 일을 아시는 날이면,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시며 나를 나무라셨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야단을 맞고서도 다시 공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사장에는 정말 신기한 것들이 가득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시멘트 반죽을 토해놓는 레미콘이나, 커다란 철골을 가뿐히 들어 올리는 기중기는 정말 멋있었다. 마치 탱크를 보는 듯한 기분 이었다.
요즈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용접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다. 어른들은 위험하다며 못 보게 하지만 나는 멀찌감치 뚝 떨어져서 한참동안 그 광경을 본다.
이리저리 아름답게 튀는 불꽃. 용접기계가 철근에 닿을 때면 사방으로 불꽃이 튀어 나가는데, 그것은 마치 불꽃놀이처럼 보인다. 나는 그 불꽃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 때는 그 용접하는 아저씨가 너무너무 부럽게까지 느껴졌다.
학교가 끝난 뒤 나는 또 공사장으로 달음박질을 쳤다. 이번에는 반드시 가까이에서 그 용접하는 장면을 보리라 굳게 마음을 먹고 있었다.
“아저씨... 나도 한번 해보면 안돼요?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나는 용접하는 아저씨의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마구 떼를 썼다.
“어허, 이 녀석이... 안 된다니까 자꾸 이러네.”
아저씨는 내손을 뿌리치시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셨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따라 붙으며 계속 조르고 졸랐다.
“참내! 어지간한 녀석이네... 너는 못해! 용접기가 무거워서 들지도 못 한다고.”
아저씨는 기가 막힌다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셨다. 그러더니 이내 입가에 미소를 띠우셨다.
“좋다. 대신에 이 시험을 통과 해야만 시켜준다.”
“야호!”
나는 아저씨가 승낙하신 걸로 알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시험쯤이야. 금방 통과할 수 있어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아저씨는 피식 웃으시며 나에게 묵직한 산소용접 마스크를 내주셨다.
용접마스크란 용접할 때,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것인데 두꺼운 철판으로 되어있고 밑에는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자, 이것을 한손으로 들어서 얼굴에 대고 있어. 그리고 10분 동안 움직이지 말아야해.”
아저씨는 빙긋이 웃으시며 나를 바라 보셨다.
마스크를 손에든지 5분쯤이 지났을까? 나는 팔이 점점 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 무거워서 내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에 나는 마스크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거봐라. 너는 안돼! 이 마스크를 꼭 들고 있어야만 용접 불꽃에 얼굴을 다치지 않는데.”
“이 잉- 너무 무거워요!”
나는 너무나 억울했다.
‘저렇게 무거운 마스크를 용접하는 내내 들고 있어야 하다니! 정말 불편한 일이야.’
나는 포기 할 수 없었다.
‘마스크를 들지 않고도 용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그때였다. 나에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맞아! 공사할 때 쓰는 안전모에 용접 마스크를 다는 거야. 비행기 조종사의 헬멧처럼 마스크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지. 그럼 마스크를 일일이 손에 들지 않아도 돼!’
나는 곧장 철공소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낡은 오토바이 헬멧을 구해 개조를 시작했다. 얇은 철판을 적당히 구부려 얼굴을 가릴 수 있게 만들고 그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유리를 끼워서 앞을 볼 수 있는 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철판을 헬멧에 고정시키는데 양쪽에 나사를 이용해서, 철판이 헬멧의 아래위로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드는 데는 꼬박 나흘이 걸렸다.
이 헬멧이 모두 완성되던 날, 나는 의기양양하게 공사장으로 향했다. 이번에야 말로 직접 용접을 해 볼 수 있게 될 것만 같았다.
“야, 이것 정말 편리한 걸.”
아저씨는 내가 만든 헬멧을 써보더니 아주 좋다고 감탄하셨다. 두 손을 다 써서 아주 편하다고 하셨다.
나는 정말 뛸 듯이 기뻤다. 헬멧으로 칭찬도 받고 용접을 할 기회가 생겼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는 용접기계를 받고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기계가 너무 무거워서 들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용접은 손도 못 댔다. 아! 이 실망감!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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