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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 달린 우유병
며칠 전 나에게 귀여운 조카가 생겼다.
전에는 엄마에게 안겨 울고 보채는 아기들이 너무 싫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도 모든 아기들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진다.
“정운이니? 엄마야. 수연이 누나가 아기를 낳았어. 여기 병원인데...”
내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고 있던 오후의 일이었다.
요란스럽게 울리는 전화에선 기쁜 소식과 함께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쏟아져 나왔다. 병원에 계시는 엄마는 혼자 집에 있을 내가 걱정되셨나 보다.
“고모 댁에 가 있어. 엄마 잠시 후에 그곳으로 갈 테니까.”
수연이 누나와 나는 사촌지간 이다.
하지만 가까운 곳에 살다보니 친 형제처럼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 누나는 언제나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자였다. 그런 누나가 결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매형이 너무 미웠다. 누나를 빼앗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언제부터인지 나는 매형을 굉장히 많이 따르고 있었다.
‘딩동. 딩동.’
대문의 벨이 울리고 날 기다렸다는 듯이 고모가 뛰어 나오셨다.
“우리 정운이 왔냐?”
고모는 나의 손을 붙잡고는 안으로 데리고 들어 가셨다.
“고모 왜 병원에 안 갔어요? 누나가 엄마 보고 싶을 텐데.”
고모가 집에 계시자 나는 이상해서 물어 보았다.
“벌써 갔다 왔다. 미역국 좀 끓이려고 잠깐 들렸어. 녀석 생각도 깊지.”
‘하기 사 엄마인 고모가 안 갔을 리가 없잖아.’
나의 생각이 성급했음을 깨닫고 피식 웃었다. 그날 저녁 고모 댁은 식구들로 가득했다. 모두가 새로 태어난 아기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엄마, 그런데 누나랑 아기는 언제와?”
누나도 보고 싶었지만 새로 태어난 아기가 무척 궁금했다.
“아이 구, 우리 정운이가 너무 궁금했나 보구나!”
고모는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네. 조카가 오면 내가 우유도 주고 재워주고, 또 같이 놀아줄 거예요.”
나는 여태 생각했던 얘기들을 가족들에게 들려주었다.
“하하하”
어른들은 나의 이야기를 듣자 크게 웃으셨다.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부리나케 고모 댁으로 달려갔다. 아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누나는 안방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서 아기가 쌔근쌔근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작은 천사를 보는 것 같았다.
“자, 우리 아기 맘마 먹자.”
고모는 우유병을 들고 들어오셨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손등에다 우유병의 우유를 떨어뜨리고 계신 것이었다.
“고모, 지금 뭐해? 우유가 새잖아?”
“아기에게 먹이는 게 뜨거운가 안 뜨거운가 보시는 거야.”
언제 눈을 떴는지 수연이 누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응...”
젖병을 입에 대자 아기는 쪽 소리를 내며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는 이내 잠이 들었다.
“그럼 누나, 우유를 먹일 적마다 그렇게 손등에 떨어뜨려야 되는 거야?”
아까일이 못내 미심쩍은 나는 누나에게 물었다.
“그렇지. 왜냐면 아기는 아직 뜨거운 것을 식힐 능력이 없거든. 봐, 정운이는 뜨거우면 호호 불어 먹잖니.”
“병에 담긴 우유의 온도를 알 수 있다면 편할 텐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우유병에 온도계를 달자.”
나는 나의 조카를 위해 해줄 멋진 선물이 떠올랐다.
“있지 누나, 내가 아기를 위해 정말 근사한일을 계획했어.”
나는 누나에게 나의 계획을 말했다.
누나 또한 나의 계획을 찬성했다.
우선 온도계를 구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설치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병 안에 넣기에는 조금 비위생적 이었다.
“어쩐다지.”
나는 아빠 에게 상의해 보기로 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자. 옆의 온도계를 부착하는 것은 어떨까?”
“맞아요!”
나는 즉시 주머니를 만들어 우유병 옆에 달았다. 그리고 우유를 넣어 온도계를 꽂았다. 예상대로 우유병 옆의 온도계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됐다. 성공이야.”
완성된 작품을 누나에게 보여줬다.
“정말 편하겠다. 그래 이번엔 정운이 네가 아기에게 우유를 줘라.”
누나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아가야, 이게 삼촌이 만든 거야. 조금만 기다려. 삼촌이 금방 우유 타 줄께.”
아기는 내 말을 알아들은 듯 방긋이 웃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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