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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열 축전지를 이용한 모기향
야영의 첫날밤이었다. 까만 하늘에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별들이 빛나고, 가끔 나무 사이로 반딧불이 반짝이고 있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우리는 모닥불 주위에 둘러 앉아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놀고 있었다. 모두들 엄마 아빠와 떨어져 낯선 곳에서 밤을 보낸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들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다지 즐거운 기분이 아니었다. 물론 나도 산속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것 때문에 다소 흥분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 이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은하수를 보고 크게 감동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을 나에게서 몽땅 빼앗아 가버린 나의 천적이 바로 그곳에 함께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얏 따가 와! 여긴 왜 이리 모기가 많지?”
나는 방금 모기에게 물린 부분을 싹싹 문지르면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도저히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놀 기분이 나지 않았다. 이 놈의 모기 때문에⋯
나와 모기는 지독한 앙숙지간이다. 나는 약간 특이 체질이기 때문에 모기에 한번 물렸다하면 산같이 부어오른다. 그래서 나는 항상 모기약을 지니고 다니면서 내 주위에 맴도는 거리는 모기는 모두 사살하고 만다. 그런데 이 모기란 녀석은 내가 저희들의 원수인 것을 아는지, 나에게 끈덕지게 따라 붙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 중에서도 유독 나만 항상 모기에게 시달림을 당한다.
이런 상황이니 내가 즐거울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 산 모기들은 왜 그리 크고 억센지 청바지를 뚫기까지 한다.
나는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탁 트인 벌판에 있어서 모기향과 약을 맘대로 뿌릴 수 있지만, 텐트 안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꽉 막힌 텐트 안에다 모기약을 뿌릴 수도 없고, 또 모기향을 피자니 밤새 불이 날 염려도 있고⋯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깊은 고민에 잠겼다.
“아! 이럴 때 전자 모기향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나는 집에서 쓰던 전자 모기향을 떠올렸다. 그것은 전기를 이용해서 모기향을 태우는 것이기 때문에 화재가 날 염려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전기가 없는 곳에서는 쓸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산속에서는 있으나 마나한 물건이었다.
‘참내! 나는 무슨 생각이람. 전기도 없는 이런 산골짜기에서 그걸 어떻게 쓴다고.’
나는 내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다. 쓸데없는 생각을 한 것에 대한 벌이었다.
“저런! 윤미는 무슨 걱정이 있니? 아까부터 노래도 안하고 계속 침울해 있네?”
선생님께서 걱정스런 목소리로 내게 물으셨다.
“윤미는요. 모기 때문에 그런데요!”
내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나보다 먼저 앞서 대답했다. 나는 그만 창피해져서 머리를 푹 숙였다.
“아까, 제가 들었는데요. 전자 모기향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내 옆에 앉은 아이가 불쑥 큰소리로 소리쳤다. 좀 전에 내가 중얼거린 말을 들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킬킬. 전자 모기향이래. 그걸 여기서 어떻게 쓴담?”
나는 너무나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때였다. 선생님의 명랑한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그래? 그럼 윤미는 전자 모기향을 야외에서 쓸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니?”
정말 의외의 말씀이었다. 나를 비웃으며 웃었던 아이들도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야외에서⋯⋯ 쓰는⋯ 전자 모기향?”
“그래! 전기는 꼭 콘센트가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선생님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고 고개를 갸웃거리셨다.
‘야외에서⋯ 전기⋯’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속으로 되풀이 하여 웅얼거려 보았다. 그 순간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맞아요! 선생님. 건전지도 전기여요. 건전지를 사용하는 전자 모기향을 만들 수 있겠네요!”
나는 신이 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의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골짜기로 퍼져 나갔다.
“그래! 정말 훌륭한 아이디어야. 안전한 모기향. 윤미가 생각해낸 발명품이야!”
선생님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좀더 생각하면 건전지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 것 같았다.
‘건전지는 좀 불편해. 나중에 다 쓴 건전지를 처리하는 문제도 있고, 산속에서 건전지를 구할 수 없는 문제도 있고⋯ 좀더 편한 것은 없을까?’
나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선생님. 혹시 태양열을 이용할 수는 없을까요?”
나는 오랜 생각 끝에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 보았다.
“맞아요! 태양열 축전지를 이용하면 되겠지? 환경보호 차원에서도 딱 맞는 아이디어 이네!”
선생님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모기에게 물린 자리도 아프지 않았다.
‘그래, 내가 꼭 그런 모기향을 만들어 봐야지! 나같이 모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나는 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면서 굳게 다짐했다. 아주 상쾌한 밤이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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