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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겸용 드라이버
‘드라이버의 불편한 점을 개선’
나는 공책에 오늘 날짜와 드라이버의 내용을 적어 넣고는 뿌듯한 미소를 띠었다.
드라이버의 개선. 이것은 요번 주에 내가 스스로 해결해낸 발명과제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스스로 발명과제를 내고 이것을 해결하는데 힘쓰고 있다.
이렇게 문제를 만들고, 그것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과정에는 좋은 점이 무척 많다. 무엇보다도 사물을 보는 눈이 틀려지게 된다.
남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도 나에게는 중요한 것으로만 보인다. 이번 경우만 해도 그렇다. 다른 아이들은 별 신경도 쓰지 않는 일이 나에게는 멋진 발명거리로 보였던 것이다.
“야! 아직도 멀었냐?”
민수는 내 어깨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잔뜩 베어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이 나사들을 조이면 돼.”
나는 드라이버를 들어 보이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래도 민수는 진정이 안 되는지 계속 입맛을 다셨다.
민수가 그토록 초조해 하는 것은 당연했다. 친구한테 빌린 무선 자동차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민수가 나를 찾아 왔을 때,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품에는 자동차를 꼭 껴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동생이랑 다투다가 자동차를 망가뜨려, 고민 끝에 나를 찾아 왔다면서, 민수는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차는 내가 고칠 줄 알았기 때문에 문제는 해결 되었다. 그러나 민수는 내내 안심하지 못하고, 내 옆에 서서 걱정을 하였던 것이다.
“걱정 그만하고, 십자드라이버나 찾아봐.”
나는 민수를 팔꿈치로 툭 치며 연장통을 가리켰다.
“안 보이는데⋯ 아까 쓰곤 어디다 둔거야?”
연장통에 머리를 박고 한참 뒤적이다가 민수가 얼굴을 찌푸렸다.
“없어? 어 이상하네?”
나는 다시 내 주위를 정돈하면서 자세히 둘러보았다. 그러나 일자 드라이버만 눈에 띌 뿐 십자드라이버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꼭 십자드라이버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엉덩이 밑에까지 살펴보면서 여기저기를 뒤져 보았다. 민수는 허둥대며 좁은 방안을 이 잡듯 뒤집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십자드라이버는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민수가 자기 집까지 뛰어가서 십자드라이버를 가져 와야 했다.
“이야! 움직인다.”
고생 끝에 자동차가 고쳐지자 민수는 뛸 듯이 기뻐했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주 작은 불만이 생겨났다. 드라이버의 불편한 점이 눈에 띈 것이다.
“불편하다고? 글쎄 난 모르겠는데.”
민수는 이해가 안 된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십자드라이버와 일자드라이버를 쓸 때마다 따로 찾아야하니 불편하잖아.”
나는 바로 전에 있었던 드라이버 찾기 소동을 떠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나 민수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간수를 잘못한 탓이지 뭐. 그게 뭐 불편함이냐?”
민수는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분명히 그것은 불편함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그 불편을 해결할 비책을 만들기로 결심 하였다.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해낸 방법은 두 드라이버를 합치는 것이었다. 십자와 일자 드라이버를 함께 붙여 두면 그것들을 따로따로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드라이버의 손잡이 부분에 접착제를 발라 두개를 붙였다.
그렇게 하니 우선 찾기 쉬워서 좋았다. 일자 드라이버를 쓰다가 십자드라이버를 쓸 일이 있어도 일일이 찾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편리한 만큼 문제점도 있었다. 드라이버의 양쪽 끝이 모두 날카로우니, 사용하다가 자칫 얼굴이나 눈을 찌를 염려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보관하기에도 크기가 너무 커서 불편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나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놓고 며칠을 고민에 빠졌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보다 안전하고, 쓰기 편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두 드라이버의 손잡이를 연결하는 대신에, 손잡이를 모두 빼버리고 드라이버의 쇠막대 부분만을 연결했다. 그리고 손잡이는 마치 뚜껑처럼 드라이버의 양 뾰족한 부분에다 끼워 넣었다.
그래서 쓸 때는 필요한 부분의 손잡이를 빼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다른 쪽 뚜껑을 손잡이로 사용할 수 있었다. 보기에도 예쁘고 쓰기에도 아주 편한 드라이버가 생긴 것이다.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드라이버, 아니 두 드라이버를 바라보았다. 민수도 이 두 드라이버를 보더니 무척 놀라워했다. 그리곤 저도 발명연습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번에는 무엇을 발명할까?”
나는 눈동자를 열심히 굴리면서 또 다시 발명재료를 찾고 있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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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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