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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브레이크
한 45도쯤 될까? 아니! 어쩌면 50도도 넘을지 모른다. 우리 동네에는 이처럼 경사가 심하게 진 오르막길이 있다. 원래 산이었던 곳을 적당이 깎아내고 동네를 만들었다는데, 정말 길을 돌아다니노라면 등산을 하는 기분이 들 정도이다.
나와 같은 반 친구들 중에서 여섯 명이 우리 동네에 산다. 그래서 우리 여섯 명은 항상 등하교 길에 같이 다닌다. 즉, 매일 등산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어휴 힘들어! 매일 다녀도 여전히 힘들단 말이야.”
“그러게 불도저로 파악 깎아 버렸으면 좋겠어!”
해주랑 민우는 입을 잔뜩 내밀고는 계속 투정을 부렸다. 하긴 나도 무거운 책가방에다 도시락까지 들고 이 오르막길을 걷노라면 한숨부터 나오곤 했다.
우리가 이렇게 한참을 헉헉대며, 걷고 있을 때였다. 저 길 밑에서 한대의 리어카가 힘겹게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야! 윗집 할아버지 리어카다.”
나는 얼른 그 리어카를 알아보고는 냅다 아래로 뛰었다.
“뭐, 정말?”
한참 낑낑대던 승철이와 민영이도 따라 뛰었다.
“헉헉. 할아버지!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오세요?”
나는 할아버지 리어카 뒤에 서서 숨을 가다듬었다.
“응. 내 몸이 안 좋아서⋯ 니들이 이제 학교 파했냐?”
할아버지는 말끝에 잔기침을 섞어가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네⋯ 할아버지 빨리 가세요. 저희가 팍팍 밀어 드릴게요.”
우리 다섯은 리어카 뒤에 다닥다닥 붙어서 있는 힘껏 밀었다.
언덕의 맨 꼭대기 위에서, 우리는 할아버지께서 주신 엿을 맛나게 빨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벌써 좁쌀만 하게 작아져서 골목의 끝으로 사라지고 계셨다.
“야! 할아버지 불쌍하지? 가족도 없고 혼자 사시니⋯”
해주는 잦아드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저 리어카가 얼마나 무거운데⋯ 우리가 맨 날 밀어 드리는 것도 아니고!”
맨 날 힘자랑만 일삼던 승철이 마저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저번에는 이 길은 내려가시는데 얼마나 아슬 아슬 했다고. 리어카가 그냥 마구 굴러가는 거야. 만약 우리 아버지가 뒤에서 잡아드리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고.”
그때까지 맛나게 엿을 빨던 민영이 까지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맞아. 누가 그러더라. 리어카는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힘들다고⋯ 리어카가 무거워서 그냥 막 미끄러진데.”
“아프신가 보던데.”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그저 엿을 빠는 소리만 간간히 들렸다. 나는 입에 엿을 가득 물고는 생각에 잠겼다.
‘내리막길마다 뒤에서 누가 잡아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하면 내리막길에서 리어카의 속도를 조절 할 수 있을까?’
나는 친구들을 살펴보았다. 다들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멀리 보이는 찻길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무심히 자동차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아주 멋진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야! 리어카에 브레이크를 달면 어떨까?”
나는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브레이크?”
“그래. 마구 굴러가는 바퀴가 간간히 멈춰 준다면, 내리막길에서도 좀 편해지지 않을까? 리어카 손잡이 부분과 바퀴에 긴축을 연결해서⋯”
나는 리어카의 손잡이를 잡는 시늉을 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래,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제일 먼저 승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것 봐. 긴축을 손잡이까지 연결하고 그 끝부분에 고무를 붙이는 거야. 그러면 이 막대를 앞으로 젖히면 고무가 바퀴 밑으로 딸려 들어가겠지?”
“그러면 더 이상 바퀴가 구르지 않겠구나.”
“그래 위험해지는 순간, 딱 멈출 수 있는 거야.”
나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우리 이 생각을 바탕으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자.”
해주가 나서서 선언을 하듯 이야기했다.
“그러자. 자식, 멋진 생각을 했는데? 리어카에 브레이크라!”
민영이가 씨 익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자, 이제부터 시작하는 거야. 우리 모두 힘내서 할아버지를 돕자!”
“화이 팅!!”
우리는 모두 손을 맞잡고 힘차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글 : 왕 연 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영동대학교 발명특허공무원학과 겸임교수)
(이메일 : wangyj39@dreamwiz.com 전화 : 011-890-8578 )
그림 : 김 민 재(만화가, http : //www.coolmorning.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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