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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 발명왕(10)
뜯고 고치고 만들기의 천재
“엄마, 만약에 주전자에 주둥이가 없어서 수증기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물을 어떻게 끓이겠니?”
“그래도 만약에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이라구? 넌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만 하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산수 문제를 하나라도 더 풀어보렴.”
어머니는 더 이상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저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아버지가 들녘에서 돌아 왔다. 이제 학교에 갓 들어간 소년 포드는 아버지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물었다.
“아빠, 주전자에서 물이 끓을 때 수증기가 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숙제냐?”
“아녜요, 아빠. 그냥 궁금해서요.”
“학교에서 배운 것이나 열심히 공부해라.”
“그렇지만 책에는 수증기에 관한 게 없는 걸요?”
“그럼 너의 코와 입을 꼭 막아버리면 어떻게 되겠니?”
“숨이 막히겠죠.”
“주전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어머니가 저녁식사를 하라고 부르는 바람에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었다. 포드는 밥을 먹으면서도 내내 주전자와 수증기 생각만 했다. 물을 끓여서 생기는 수증기로 자동차도 움직이고, 기차와 배도 달리게 하며, 그 밖의 여러 가지 기계를 돌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난로 위에서 김을 뿜어내면서 끓고 있는 주전자를 보면서 궁리를 했던 것이다.
(저런 뜨거운 수증기가 어떻게 기차를 끌고 자동차를 달리게 할까?)
이튿날 어머니와 아버지가 농장에 나간 뒤에 포드는 직접 실험을 해봤다. 농부의 아들이었지만 기계 만지는 일과 무엇이든 만들기를 좋아하는 포드는 수증기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주전자에 물을 담고 뚜껑을 몸체에다 철사로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주둥이를 김이 새나가지 않도록 꼭 막았다. 난로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의 물은 잠시 후에 끓기 시작했다. 물이 점점 세게 끓으면서 수증기를 내뿜지 못하는 주전자는 괴로운 듯이 조금씩 몸을 움직거렸다.
단단히 막아놓은 뚜껑과 주둥이에서 보일 듯 말 듯한 김이 새나왔다. 눈물을 흘리듯이 가는 물방울이 가끔씩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더니 주전자는 마침내 요란한 소리를 지르면서 터지고 말았다. 김이 나올 데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으와, 수증기의 힘이 세긴 세구나!”
포드는 어질러진 마룻바닥을 치우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처럼 여느 아이들과는 별난 구석이 많았던 헨리 포드는 1863년, 미국의 디트로이트 시의 곁에 있는 디어본이란 곳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 디어본이란 곳에는 후에 헨리 포드가 세운 포드 자동차 회사 본사가 들어섰고, 그래서 공업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던 포드는 동무들을 이끌고 학교 근방에 있는 개울가로 갔다. 소매와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인 아이들은 포드의 지휘를 받으면서 돌과 흙으로 시냇물을 막았다. 잠시 후에는 작지만 아주 튼튼한 댐이 만들어졌다.
“이제부터 물의 힘을 이용한 맷돌을 만들 테니까 잘 보라구.”
포드는 근처 숲속에 숨겨놓았던 낡은 커피 빻는 기계와 물레방아 바퀴 등을 가져왔다. 물레방아 바퀴는 포드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물레방아를 댐 옆에 설치한 포드는 커피 빻는 기계를 이용하여 훌륭한 맷돌을 만들었다.
“야, 물레방아가 돌아간다!”
댐에서 이어놓은 물길을 따라 흐른 물줄기가 물레방아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커피 빻는 기계로 만든 맷돌도 슬슬 움직였다.
“됐다, 얘들아! 이제 여기서 흙덩이와 왕모래를 넣어봐.”
아이들은 포드가 시키는 대로 왕모래와 흙덩이들을 넣었다. 그랬더니 맷돌은 그 단단한 왕모래와 흙덩이를 가는 모래처럼 갈아서 내놓는 것이었다.
“굉장하구나, 포드!”
“멋진 물레방아야!”
아이들이 저마다 돌멩이와 흙덩이를 넣어보면서 감탄했다. 어깨가 으쓱해진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밀이나 옥수수 같은 곡식을 빻는 진짜 물레방아를 만들 생각이야.”
“그것 멋지겠다!”
“우리도 함께 만들게 해줄 거지, 포드?”
“물론이지!”
그러나 그 계획은 곧 무너지고 말았다. 그날 늦게까지 물레방아 옆에서 놀다가 돌아가면서 댐을 그대로 놓고 간 게 탈이었다. 밤새 물이 차올라서 개울 옆에 있던 밭으로 넘어 들어간 것이었다. 몹시 화가 난 밭 주인이 학교로 찾아가서 항의를 하는 바람에, 포드의 계획은 밭 주인이 무너뜨린 댐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포드는 가축을 돌보거나 농사일을 거드는 데에는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다. 학교에만 다녀오면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분해하고 고치고 만드는 일에 몰두했다. 그의 방에는 이제 웬만한 도구는 다 갖춰져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포드가 농사일을 거들지 않는 게 늘 불만이었다. 그러나 별로 나무라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포드는 직접 들에 나가서 농사일을 거들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부서진 문짝이나 농기구나 풀베는 기계, 재봉틀, 자전거 등을 거뜬하게 고치는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동네 사람들도 집안에서 고장난 물건이 있으면 포드에게 가져오곤 했다.
“포드의 손재주는 정말 놀라울 정도야. 글쎄, 생전 처음 보는 기계도 잠시만 만져보면 금방 움직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장이 나도 혼자 연구해서 고친다더라니까.”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학교 친구 앨버트가 은빛으로 번쩍번쩍하는 회중시계를 꺼내보이며 자랑했다. 포드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새로운 기계를 보면 그것을 뜯어보고 연구해서 그 돌아가는 원리를 알아내야 속이 시원한 포드였다.
“우리 할아버지가 주신 회중시계야, 멋지지?”
“그래, 근사한데? 어디 좀 보자.”
포드는 앨버트의 시계를 잠시 살펴보다가 실망한 눈빛으로 말했다.
“고장난 시계잖아?”
“그, 그래. 그렇지만 넌 이런 것도 없잖아?”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앨버트. 우리집에 가면 도구가 많이 있으니까 고칠 수 있을 거야.”
“네가? 시계도 고쳐봤어?”
앨버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포드를 쳐다보며 물었다. 사실 시계는 한 번도 고쳐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있었다.
“시계를 고쳐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뜯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글세….”
앨버트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포드의 솜씨는 이미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에 곧 결심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포드네 집으로 달려갔다.
포드는 작업대 위를 깨끗이 치우고 시계를 천천히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속품들을 분해한 순서대로 늘어놓았다. 분해하면서 살펴보니 큰 고장은 아니었다. 먼지가 많이 끼고, 태엽부분에 조금 이상이 있었다.
먼지를 깨끗이 털어내면서 태엽이 잘 감기도록 손을 본 다음에, 분해한 순서와는반대로 조립해나가기 시작했다. 부속을 늘어놓은 대로 차근차근 조립을 하니까 별다른 실수도 없었다.
“됐다!”
조립을 마친 포드는 태엽을 감았다. 그리고는 회중시계를 앨버트의 귀에 대주었다.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었다.
“우와, 시계가 돌아간다!”
포드는 이런 순간이 가장 좋았다. 처음 보는 물건일지라도 혼자 힘으로 연구하면서 고쳐놓았을 때는 몸이 떨리도록 흥분되고 감격에 젖게 되는 것이었다.
결국 이것은 기계를 좋아하는 포드의 뛰어난 응용력 덕분이었다. 우리가 구구단을 외면 곱셈과 나눗셈을 얼마든지 할 수 있듯이, 기계에서 배운 지식을 나름대로 연구하여 여러 가지로 활용한 것이었다. 이러한 포드의 기술과 재주가 뒷날 자동차의 왕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럼 포드는 언제부터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13살이 되던 해였다. 아버지와 함께 읍내에 나간 포드가 처음 본 자동차는 증기엔진으로 움직이는 증기 자동차였다. 이것은 증기 기관차처럼 석탄으로 물을 끓여서 생기는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말이 끌지 않고 기계의 힘으로 스스로 달린다는 마차가 바로 저거로구나! 저것 좀 보세요, 아빠! 기차 레일이 있는 곳으로만 달릴 수 있지만, 저 자동차는 아무 길로나 달릴 수 있잖아요?”
포드는 마차에서 훌쩍 뛰어내려 증기 자동차를 따라가면서 구경했다. 당시의 자동차는 모두 증기 자동차였다. 그러나 증기 자동차는 보일러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성능이 낮았고, 불을 때서 증기를 만들어 엔진을 움직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전기 자동차가 나오기는 했지만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그런데 포드가 증기 자동차를 처음으로 보던 해에 휘발유를 연료로 하는 가솔린 엔진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발명되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자동차의 발달이 시작되는데, 포드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여 년 뒤에야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발명했다.
포드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농사일에 마음을 둘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포드가 자신의 뒤를 이어 농장을 물려받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강요하지는 않았다.
17살 때였다. 포드는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아버지, 디트로이트에 가서 기술을 배우겠습니다.”
“그렇게 하렴.”
겉으로는 이렇게 허락을 했지만, 아버지의 속마음은 달랐다. 집을 떠나 도시에 나가서 공장생활을 한두 해 하다 보면, 공장생활이 싫고 집이 그리워져서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들의 집념을 모르는 아버지의 착각이었다.
포드는 디트로이트에 있는 기계제작회사에 견습공으로 취직했다. 그의 뛰어난 기술을 본 사장이 일자리를 준 것이었다. 그러나 견습공의 월급으로는 하숙비 대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포드는 낮에는 기계공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시계점에서 시계수리를 했다. 그렇게 하니까 겨우 하숙비와 약간의 생활비가 나왔다.
기계제작회사에서 1년쯤 일하는 동안에 웬만한 기술은 다 익혔다. 포드의 재주와 열성 때문에 사장은 월급도 올려주었다. 그러나 그는 더 많은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
이번에는 배의 엔진을 만드는 선박회사로 옮겼다. 월급은 오히려 더 적었지만 오직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재미로 일을 했다. 선박회사 사장도 포드의 재능에 감탄하고 곧 월급을 올려주었다. 그래서 포드는 시계점 일을 그만두었다. 이 무렵 시계수리를 하면서 포드는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시만 해도 모든 기계가 부속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드는 수공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시계도 부속의 재료는 값싼 것이었지만, 시계의 값은 무척 비쌌다.
(시계의 부속품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기계를 제작하여 대량생산을 한 다음에, 각 부속품을 조립하여 제품을 내놓으면 어떨까? 시계의 모양도 똑같아지고 제작비도 싸게 먹히니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싼 가격에 더 좋은 시계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훗날 ‘포드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자동차 회사의 경영방식의 발판이 되었다. 포드가 오늘날 세계적인 기술자요 자동차의 왕으로 불리게 된 것은 그가 발명한 가솔린 엔진 자동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동차를 만드는 값이 너무나 비싸게 먹혔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은 자동차를 구입할 꿈도 꾸지 못했다. 바로 이것을 해결한 ‘포드 시스템’ 때문에 오늘의 포드가 있게 된 것이었다.
“값싼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대량생산의 길밖에 없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제품을 표준규격으로 설계하여 부품 하나하나를 전용기계로 만든다. 그리고 이동식 벨트 콘베이어 시스템을 이용하여 부품을 조립, 벨트 콘베이어 시스템의 끝에 가면 자동차 한 대가 조립되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포드가 개발한 대량생산 장치였다.
이 ‘포드 시스템’은 오늘날 웬만한 산업분야에서는 모두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짧은 시간에 많은 자동차를 생산해낼 수 있고, 자동차의 가격은 엄청나게 싸졌으며, 타고 다니다 고장이 나거나 이상이 생기면 표준화된 부품만 갈아끼우면 되는 것이었다. 이만큼 포드는 응용력이 뛰어난 기술자였다.
선박회사에서 일을 배우던 포드는 20살 때 다시 엔진 제조회사로 옮겼다. 그때는 이미 숙련공 대접을 받는 기술자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디어본 집에서 편지가 왔다. 아버지 혼자 농장을 운영하기에는 벅차니까 집에 돌아와서 일을 거들어달라는 누이동생의 편지였다.
“이제 겨우 새로운 자동차 엔진을 연구할 단계가 되었는데…. 그렇지만 농장에서도 연구는 계속할 수 있겠지.”
고향에 돌아온 포드는 농장일을 거들면서도 연구를 중단하지 않았다. 당시의 미국은 전등과 전화가 발명되고 철도가 뚫리면서 철을 다루는 체절공업이 일어나는 등, 여러 분야의 발전이 눈부시게 전개되고 있었다. 바야흐로 세계 제일의 공업국가로 발전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가솔린 엔진의 우수한 점이 인정되어, 많은 기계에 가솔린 엔진을 이용하는 방법이 쓰이거나 연구되고 있었다.
고향에서 농사일을 돌보면서 결혼까지 한 포드는 다시 디트로이트로 나왔다. 그리고는 에디슨 전기회사 디트로이트 출장소(지사)에서 기계부장으로 일을 했다. 발명왕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을 하는 한편 헌 창고를 얻어 연구실을 만들었다. 회사의 일이 끝나는 대로 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가솔린 엔진 연구를 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뚱땅거리고 부르릉대는 소음 때문에 이웃 사람들의 항의도 수없이 받았고, 때로는 정신병자 취급도 받았다. 그러나 아내의 격려와 도움을 받으면서 계속되는 포드의 연구는 그칠 줄을 몰랐다.
30살이 되던 해에 포드는 가솔린 엔진 자동차 제1호를 만들었다. 그리고 실험에 성공했다. 이 무렵 포드는 에디슨을 만났다. 에디슨은 해마다 뉴욕에서 에디슨 전기회사 총회를 열었다. 이 회의에 디트로이트 출장소 대표로 참석하게 된 것이다. 포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만든 자동차를 설명했다. 에디슨은 포드의 설명을 듣더니 무릎을 치면서 감동했다.
참으로 멋진 발명이오, 포드 부장. 그대로 연구를 계속하면 틀림없이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어낼 것이오. 증기 자동차는 불을 때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틀렸거든. 그런데 당신이 만든 가솔린 엔진 자동차야말로 우리 모두가 기다리고 바라던 것이오.“
발명왕 에디슨의 격려의 말을 들은 포드는 곧 제2호차의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경주용 자동차 ‘번개호’와 ‘999호’를 잇따라 만들어 성공하면서 1903년에는 ‘포드 자동차 회사’를 세웠고, 자동차 왕에로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었다.
출처 : 왕연중 엮음, ‘꾸러기 발명왕’, =글수레,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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