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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사랑의 신화
커브볼을 던지는 아들
놀이터나 주택가 주변의 공터에서 어린이들이 플라스틱 공과 방망이 등을 가지고 야구놀이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는 데, 이러한 야구의 대용품을 휘플볼이라고 한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휘플 볼은 스스로 곡선 비행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공을 말한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 휘플 볼을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휘플 볼을 맨 처음 어떻게 해서 누가 만들었을까?
데이비드 멀라니는 자동차용 광택제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토요일이면 일찍 퇴근하여 집 앞의 잔디를 깎거나 아들 데이비드와 야구 연습을 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멀라니는 공원에 나갔다.
“데이비드, 나는 여기서 책을 읽을 테니까 너희들끼리 놀고 있어라.”
“녜, 아빠. 벨루스! 우리 저쪽으로 가서 야구나 할까?”
“그래, 데이비드.”
멀라니는 공원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근처에서는 그의 아들 데이비드와 아들의 친구 벨루스가 야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아들의 큰 소리가 멀라니의 귀를 때렸다.
“벨루스, 그건 커브볼이 아니잖아!”
멀라니는 고개를 들었다.
“누가 그런 것을 커브볼이라고 하겠니? 벨루스, 다시 던져 봐!”
아들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풀이 죽은 벨루스가 커브볼을 던지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애들도 참.’
멀라니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들의 야구 연습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젊은 시절에 야구의 투수로 활약했던 멀라니는 야구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었고 관심도 많았다. 그래서 어린 아이가 커브볼을 너무 심하게 연습하면 팔에 나쁜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런, 커브 볼을 심하게 연습하면 어깨가 아플 텐데.’
멀라니는 아들의 팔에 이상이 생길까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쩌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생각에 잠겨있던 멀라니는 아들이 커브볼을 쉽게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구멍 뚫린 공
다음 날, 멀라니는 마당에서 직접 커브볼을 던져 보았다.
‘어떻게 하면 커브볼을 쉽게 던질 수 있을까?’
커브볼을 던지며 그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공이 스스로 휘어서 날아준다면 좋을 텐데. 바람에 부딪히면 휘어질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멀라니는 갑자기 야구공을 위로 높이 던지며 크게 웃었다.
‘그래, 생각났어. 바로 그거다.’
그에게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멀라니는 집 근처의 공장으로 갔다.
“플라스틱 공을 구할 수 있을까요?”
“아, 예. 있습니다. 몇 개나 필요하신데요?”
“열 개정도면 되겠는데요.”
“많이 필요하신가 봐요. 여기 있습니다.”
멀라니는 공장에서 열두 개의 플라스틱 공을 얻었다.
‘자, 이제 가벼운 공을 구했으니까, 여기에 구멍을 뚫어보자.’
멀라니는 구해온 공에 긴 타원형의 구멍을 뚫었다. 그의 생각으로는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가서 공의 비행 진로를 바꾸어 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열두 개의 공에 모두 다른 구멍을 뚫었다. 공이 모두 완성된 후 멀라니는 아들을 불렀다.
“데이비드, 이리 와.”
“녜, 아버지.”
“벨루스랑 공원에 가지 않을래?”
“좋아요.”
멀라니는 아들의 손을 잡고 벨루스와 함께 근처의 공원으로 갔다. 그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공을 내어 주며 다정스럽게 말했다.
“얘들아, 이게 뭘까? 쨘.”
“와, 공 아니에요?”
“그래, 이 공으로 마음껏 던져봐라. 아마 재미있는 요술을 부려줄 거다.”
“요술이라고요?”
데이비드와 벨루스는 야구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차례로 던지는 공은 모두 똑바로 날지 못하고 활처럼 휘어서 날았다.
“이야! 커브볼이다.”
“정말 멋진 커브네.”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열두 개의 공을 모두 던져본 후에 데이비드는 공 하나를 집어 올리며 말했다.
“아빠! 이게 제일 멋진 커브를 그렸어요. 이런 모양으로 공을 만들어 주세요.”
공에는 구멍이 여덟 개가 나 있었다. 데이비드는 얼굴에 웃음을 환하게 띠우며 멀라니의 뺨에 뽀뽀를 했다.
“그래? 알았다. 데이비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멀라니는 느긋하게 행복감을 맛보았다.
“얘들아, 다시 한번 던져볼래?”
“녜. 자, 투수 뭐해?”
“올라잇, 던진다.”
포근한 햇살이 공원 뒤 숲속에 숨어서 이들의 커브볼을 지켜보다가 살포시 기울고 있었다.
시련 속의 성공
그러나 행복했던 멀라니의 집에 갑자기 불행이 찾아왔다.
“여보, 회사가 도산을 했어.”
“멀라니, 그 탄탄하던 광택제 회사가 도산을 했다고요?”
“휴우, 누가 그렇게 될줄 알았나. 이제 어떻게 먹고 살지?”
멀라니가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자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멀라니는 앞이 캄캄해졌다. 그래도 멀라니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려 찾아 다녔다.
‘이거 참 큰일이군.’
그러나 직장은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지쳐서 돌아오는 멀라니에게 아내는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잘 안되지요? 피곤하시겠어요.”
“아니야. 여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이니까. 곧 구해질 거야.”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멀라니는 애써 명랑한 척 하며 웃었지만, 우편함에 가득 꽂인 청구서를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빨리 직장을 구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루하루가 힘겹게 지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저녁 식사 도중에 느닷없이 데이비드가 아빠를 졸랐다.
“아빠! 구멍 뚫린 공을 만들어 주세요.”
“뭐? 구멍 뚫린 공? 데이비드, 네게 있잖니.”
“아니에요 아빠! 지미의 생일이 돌아오는 데, 지미에게 선물로 제 것과 같은 공을 주기로 했어요. 그러니까 하나 더 만들어 주세요.”
“생일 선물로 주겠다고?”
“녜, 아빠. 꼭 만들어 주셔야 해요.”
그때 멀라니의 머리 속으로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데이비드! 그 보다 하나 물어볼 것이 있는데.”
“말씀하세요. 뭔데요?”
“응, 네 친구들이 그 공을 좋아 하니?”
“녜. 아빠!”
멀라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다. 만들어 주마.”
“데이비드, 알았다. 지미 생일선물은 만들어 줄테니까 걱정 마라.”
“와! 우리 아빠 최고! 감사합니다.”
그 순간 멀라니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한번 해보는 거야. 그 공은 틀림없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거야.’
멀라니는 그 다음 날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은행에 집을 저당 잡히고, 사업자금을 얻어낸 그는 그 돈을 자본금으로 하여 자신이 고안해낸 플라스틱 야구공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이 공의 이름이 뭐에요?”
“휘플볼이라고 합시다. 아이들이 좋아할 겁니다. 한번 팔아 보시지요.”
그러나 휘플 볼을 주문하겠다는 소매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멀라니는 동분서주하며 휘플볼의 장점을 선전했으나 그의 말에 관심을 두는 가게가 없었다.
“멀라니씨. 휘플볼이라고요? 내가 보기에는 그냥 플라스틱 공인데요. 뭐가 다르겠어요.”
“아닙니다. 틀림없이 아이들이 좋아하여 잘 팔릴 겁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을 했지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여보, 쉽지 않지요?”
축 쳐진 멀라니의 어깨를 바라보며 아내는 눈물을 글썽였다.
“여보, 너무 걱정 말아요. 아직 사람들이 휘플 볼이 뭔지 잘 모르는 거야. 곧 이해할 날이 올 거야.”
멀라니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반드시 성공하는 날이 올 거야.’
그리고 그는 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났다. 이렇게 2년이 흘렀다. 어느 날, 멀라니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여보, 여보. 드디어 내 공을 사겠다는 소매상이 나타났어.”
“어머, 그랬어요? 축하해요. 그런데 어떻게 소매상들의 마음을 움직이셨어요.”
흐뭇해하는 아내에게 멀라니는 큰소리로 말했다.
“끝까지 설득했지. 안 팔아주면 자기들 손해일 텐데 뭐. 안 그래?”
“그럼요. 여보.”
“이제야 뭔가 될 것 같아.”
휘플볼을 가득 담은 상자를 트럭에 실으면서 멀라니는 빙긋 웃었다.새로운 기회가 다가오는 것을 그들 부부는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며칠 뒤, 멀라니의 상점에는 주문 전화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휘플 볼 10상자만 보내 주세요.”
“멀라니씨! 휘플 볼 주문입니다.”
모두 휘플 볼을 사려는 전화였다.
“아이쿠, 이거 정신없군! 여보, 나 다녀올게. 주문 잘 받아 놔요.”
“여보! 걱정 마세요.”
멀라니는 판매촉진을 위해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휘플 볼은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계속 퍼져 나갔다.
“엄마! 나 휘플볼 사줘요.”
“휘플 볼? 선전 문구도 없던데. 휘플 볼이 뭐니?”
“글쎄, 커브볼이라고 그런 게 있어요. 우리 반 애들 모두 갖고 있다니까. 빨리 사주세요. 녜? 엄마.”
아이들은 너나 할것 없이 휘플 볼을 가지고 싶어 했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휘플볼을 사 주었다.
“휘플볼이라고? 그래 사 줄게.”
“나도 이야기 들었다. 아빠가 사 주마. 같이 가자.”
휘플 볼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졌다. 휘플 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대륙에까지 휘플 볼이 보급되었다.
쉽게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멀라니의 생활태도가 결국 그를 부자로 만들었다.
휘플 볼의 애용자 가운데 한 사람은 휘플 볼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휘플 볼은 아주 멋진 무 공기 역학상의 운동체이다. 그것은 갑자기 비행 도중에 가라앉거나 솟아오르고 심지어 구불구불한 곡선을 그리며 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이 신기한 공으로 프로야구 팀의 투수보다 더 멋진 커브를 던지곤 한다.”
미국 코네티컷 주 셀튼 지방 출신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데이비드 멀라니가 아들에게 무관심 했거나 실직을 비관하여 방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결코 이루어내지 못했을 또 하나의 아들 사랑의 신화이다.
실직은 곧 기회일 수도 있다. 멀라니처럼 실망과 좌절은 휘플 볼처럼 날려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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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연중의 발명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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